엊그제 토요일에 아들의 신발을 씻으면서 깜짝 놀랐다
'에고 참 무심했지 아 들 신발바닥이 다 낡아 떨어진줄도 모르고...'
신발을 씻는다고 솔에 비누를 묻혀서 박박 문지르다 보니 신발바닥은 성한데가 거의없었다
'그깟 신발 몇푼이나 한다고 ...'
빡빡 문지르며 이생각저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럿다
무심한에미 비록 남보다 아이가 곱절이나 더 많지만 그렇다고 신발바닥이 다 떨어져서
이리될때까지 몰랐다는 게 나의 무관심에다가 지나친 알뜰함이 오히려 날 부끄럼에 빠트렸다
토요일엔 언제나 자기신발을 깨끗하게 씻어말리는 아들녀석의 대견함에
"우리아들 최고 자기할일은 알아서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참 멋진 우리아들"
이런 말만 늘어놓았지
일요일엔 부산 다녀오고, 이런저런 핑계후에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신발을 사주어야지
오늘은 학교개교기념일이라서 안 가니 참말로 다행아닌가?
"범일아, 신발사러 가자"
이리해서 아들과 가나를 데리고 신발집으로 향했다
"아들, 넌 신발이 다 낡아헤지면 말해야지 엄마, 신발이 떨어졌어요 하고 말해야지
너무 떨어져서 낡은걸 신고다니면 발냄새도 많이 나고 흙이나 다른 나쁜것들이 들어와서
비위생적이야 어쨋든 엄마 감동했어 우리아들한테..."
신발가게에 들어가니 엄청난 신발들이 유혹을 시작해서 또 고른다고 눈이 헷갈리려고 했고
가나의 눈이 빛나기 시작해서 걱정되었다
"무슨 신발 찾아요?"
가게 아주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운동화요!!! 아 글쎄 우리 아들녀석이 신발이 떨어졌는데도 말을 안해서..."
은근히 아들녀석을 자랑도 하고 너무 낡은 신발에 변명도 같이 엮어서...
"남자 아이들은 다 그래요"
"아니 남자아이들은 원래 그렇다구요?"
"예, 우리도 아들이 둘인데 떨어져도 절대로 이야기 안해서 답답할정도인데요?"
아니 그럼 나만 몰랐나 ? 딸이 넷이나 있는 나는 늘 신발에서 브래지어며, 생리대까지
시시콜콜 여자들에게 필요한게 좀 많나 남자들에 비해서 사소하게 표안나게 들어가는 돈이
적어도 몇 배 될거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촘촘하게 들어가는 게 예전과 달리 요즘 여자애들은
머리도 두발자유화라서 중학생조차도 굵은 웨이브파마와 방학 땐 염색도 하고
귀에는 귀찌혹은 귀걸이 안 하면 자기혼자 소외된 혹은 잘못된 쳐진아이로 생각한다
얼굴엔 화장까지 손톱에는 메니큐어 목에는 목걸이 발목에까지 발목걸이를 하고 다니니
가방은 또 어떻고 다양한 모양으로 몇 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 나는 멋모르고
딸을 많이 나았지만 정말로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어떤 날엔 울 신랑이 하는 말
"나 버는것으론 우리딸내미들 생리대값도 안되것다"
이러는 게 사실이다 나는 생리대도 천으로 사용했고 삶아 빨아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사용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돈이 돈이 아니고 무슨 휴지조각에 비유해도 모자라는 비유는 아닐 것이다
요런 딸들의 엄마인 내가 신기하게도 아들한테는 무관심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미안해하고 있는데
신발가게 아주머니는 그게 당연하다고 하질 않나
딸애들에게 치여서 늘 피곤에 지친 나, 아들들은 별 요구없이 자라는구나
인제서야 알았나?
ㅎㅎㅎ 남자와 여자의 차이 요렇게 다르다니...
많이 둘러 볼 것도 없이 검은빛깔에 황금줄무늬 신발이 눈에 들어와서 신겨 보니
꼭 맞다 산뜻해보이고 새것을 신겨 놓으니 아들 인물이 한층 더 돋보이는 느낌이 들고
"아줌마, 헌 신발은 수거하죠?"
"네 "
하며 헌신발을 가져가라하니 우리아들이
"그 신발 도로 가져가요 얼마나 편한데 5월엔 소체육회도 있어 그 날 저 신발신고 뛸거에요"
"하지마 너무 낡아서 발 다치겠어 씻어서 깨끗하긴 해도 더 이상 신으면 안 돼 그냥 버리세요"
"아~~ 안되는데 그 신발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요 "
다 떨어진 그 신발이 발과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몇 번이나 아들녀석은
가져가자고 졸랐다 참 이해 할 수 없다
새 신발을 사 주어도 낡은 신발을 고집하다니...
"또 새 신발 신고 가면 잃어버릴수도 있는데..."
하긴 우리 아들 녀석 새 신발 신고 학교에 가서 두번이나 잃어버리고 신발
벗고 집에 온 적도 두번이나 있어 새 신발을 신을 땐 그 악몽이 되살아나서 걱정까지
되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오면서 계속 하는 말이
"그 신발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우리가나도 고 예쁜 신발을 보고도 그냥 내려 신고 올 생각을 안한다
작년가지는 무조건 신발가게 신을 신고 와버렸는데 그기 모든 신발은 그냥 신고 오면 되는 줄로
아는아이였으니...
어쨋든 아이들을 다섯이나 키우다보니 다양한 성격의 아이들속에서 늘 새로운 경험에 마딱드린다
하여튼 오늘 아들 새신발은 기분좋은 느낌이든다
"아들아, 마음 편하게 신발 신고 다녀 그까이꺼 또 잃어버리면 특수제작하면 돼
ㅋㅋㅋ"
건널목의 신호등 파란불빛이 우리에게 미소를 보냈다
건널목의 하얀 화살표도 우리에게 어서오라고 손짓했다
기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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