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발광머리앤이 눈떴을 때...

이바구아지매 2007. 4. 27. 11:21

며칠동안 자기만의 방을 고수하던 우리집 아사달과 아사녀가 오랫만에  이야기꽃을 피운   새벽시간후,

 

아침에 얼마나 피곤한지, 아사달이 출근하고 죽도록 공부한다고 딸내미 얼굴까지 며칠동안

 

볼 수 없어 세상이 뒤숭숭하고 겁을 주어 어젠 딸내미 얼굴도 보고 잔다고 얼마나 피곤했는지

 

학교에서 돌아 온 50kg짜리 원숭이한마리가 이불위에 휑하고 나딩굴면서

 

"앗, 손오공이 죽겠네 무려 17시간이나 앉아서 공부를 할려니 이 손오공 허리에 디스크가

 

왔는지 죽겠어요 손오공 살려..."

 

우리셋째는 담주 월요일부터 중간고사시험이다

 

나사마 시험이라캐도 딸내미한테 밤늦도록 기다렸다가 간식챙겨주고 어떤 엄마처럼  시험범위를 같이

 

앉아서 공부를 봐주기도하고 그러진 않는다.

 

그리 붙어앉아서 날밤을 세워서 줄줄잘잘거려 봐야 인생공부는 벼락치기가 아니라서

 

 벼락치기공부하고 나모 시험친 후 홀라당 까묵는거...

 

그래서 이 간 큰 어메는 아예 딸내미 섭섭한맘 갖지말라고이리 당부했다

 

"긴 인생 아름답도록... 어느 광고 카피 아닌가?  딸아, 니 인생은 누가 책임지노?"

 

"제 인생 제가 책임져야죠"

 

"그라모  엄마 인생은 누가 책임지노?"

 

"그거야 엄마가 책임져야죠 "

 

그것만 알모 됐다 그것 꼭 맹심하고 긴 인생 니맘대로 아름다이 살거라"

 

이렇게 해 놓고 나는 막내랑 초저녁부터 잔다 난 늦둥이엄마지만 아이로치면

 

새댁에 가깝기때문에 초저녁잠이 쏟아진다

 

다른집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다른날엔 새벽부터 일어나서 온갖 일을 다 해 낸다

 

어제와 오늘은 그 내 일상을 벗어난  날들이라서 요상시럽게도 내 잠 싸이클이

 

헷갈려서 오늘아침에 잠이 무슨 폭포의 물처럼  쏟아져서 잠을 이겨 낼 재주가 없어

 

가나를 보고 신신당부하였다

 

'가나야, 넌 엄마가 잘 동안에 토마스와 친구들 퍼즐마추기를 하거라

 

그게 끝나면 자동차를 한줄로 세우고, 스캐치북에 '눈 오는 날'  그림도 그려 놓아야 돼

 

엄마는 너무 피곤해서 백년동안 잠자는 공주님이 불러서 함께 자자네 좀 잘테니

 

혼자서 놀고 있어"

 

'응 엄마 내 꿈 꿔 "

 

이불속나라에서도   나는 싸이를 했는데 딸에게 싸이로 한마디 날렸다

 

"열공하는 우리 딸 안뇽? 욕 본다 만다꼬 열일곱시간이나 딱딱한 의자에 앉아있노

 

고마 누삐라 누워서 잠도 자고 장난도 치고 "

 

'엄마, 안돼요 선생님이 혼내요"

 

"딸, 그라모 책상에 엎드려서 자 너만할 땐 많이 자야 피부도 좋고 키도 커

 

공부해야 된다고? 공부는 쉬는시간에 잠깐만 해 알긋제 "

 

"일촌신청할게여?"

 

메신저가 왔다 딸내미친구 나비가 멋진 엄마라고 일촌하잔다

 

"나비야, 방가방가 그래 일촌하자 그런데 너그옴마한테 나 한방 맞으모 우짜지???"

 

'이모, 괜찮아여 울엄마 싸이 못해여"

 

"ㅋㅋㅋ ㅎㅎㅎ 우리는 통하는 일촌 나비야, 시험끝나고 울집에 놀러 와 "

 

얼매나 신나게 싸이에서 토닥토닥이는데

 

"엄마, 전화왔어 전화받어"

 

에이 한 참 싸이에서 잼 있었는데 이번주동영상1위는 귀여운어린이 발광머리 앤'

 

까지 신나게 보고 있었는데 전화가 내 단꿈을 날렸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

 

"안녕하세요  사모님  재산재테크에 대해서 정보좀 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괜찮아요 재산 고만 늘릴랍니다 대한민국이 다 제껍니다"

 

딸깍  오전시간이 나 자는 동안 훌쩍 흘러 11시에 시계바늘을 옮겨 놓았네

 

참말로 인자 바뿌다 할 일이 밀렸으므로 나는 발광머리 앤이 되어 설쳐야한다

 

눈 뜨고 정신 똑 바로 채리고보니 거실바닥은 발디딜틈도 없이 장난감들이 늘려 있고

 

펼쳐진 스케치북엔 눈사람이 빨간 주사를 엄청나게 맞아 주근깨가 가득하고

 

보리건빵은 온 바닥에 쏟아져 딩굴고 숫자놀이 숫자들이 곳곳에서 늘부러져 데모를 하니

 

으악 으악 무섭다 그 와중에 거울 보니 내 입가에는 삐에로의 빨갛고 정열적인 입술이 되어 있다

 

우리가나가 이렇게 나 자는 사이에 상상의 나레를 펴고 엄마한테 삐에로분장까지 시켜 놓을줄이야

 

참말로 난리다, 어지럽다

 

 이왕이리 된 것 외출하지말고 저녁때까지 분장한대로 있어야겠다

 

우리아사달이 오면 나 보고 뭐라고 할까?

 

"엄마, 삐에로같애  하하하 "

 

"가나야, 너도 삐에로 해 줄까?  넘 멋지지"

 

이렇게 해서 우리는 둘다 발광머리앤이 되었다

 

최고의 발광이다 ㅋㅋㅋ

 

'어마이나 아나 똑 같다 언제 철들래?"

 

우리아사달이 오모 이러겠지  그래도 재미있다

 

긴 인생 알아서 즐거버야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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