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스크랩] 두 오빠의 사랑 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7. 7. 10. 16:11

 

 

 

 

 

 

 

 

 

 

 

 

 

 

 

 

 

 

 

 

 

열여덟살 고등학교 2학년생 둘째 오빠가 어느날 갑자기  자살을 기도하고 약을 먹어서 도립병원에 입원 해 있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그 때 나이 여덟살인 나는  방과후에 도립 병원에 입원해 있는 오빠를 만나러 갔다/

오빠는 의식을 �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정신이 완전치는 않은 듯 입가에  뜻 모를 야릇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반겼다

다시 깨어난 것이 몹시 한스럽다는 자조적인 웃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였 다

 

꽤 큰 규모의 인쇄소를 경영하시던 아버지는 여 종업원도 여러명 고용 했다

여자 종업원 가운데는 정순이 라고 하는 우리나라  전형적인 여인네의 모습을 풍기는 조신하고도 참한 처녀가 있엇다

그녀는 종업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우아하고 기품이 있어서  수다스럽지도 않았고  누가 봐도 마음에

들 만큼 예뻤다

 

인쇄소 일은 전문적인 성격이 짙다

아버지는 조판 일을 하셨는데  조판은 말 그대로 활자를 가지고 원고 그대로  글자 판을 짜는 것 이다

조판 일은 아주 숙련된 기술자 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요 한다

만만치 않은 인건비를 절약 하기 위해 오빠들은 주로 원고대로 활자를 고르는 문선공 일을 하였다

당연히 오빠들은 아버지 일을 돕느라고,  방과 후엔 인쇄소에서 일을 하며 살다시피 했다

 

큰 오빠는 별명이 꽤만이다

이름은 선만 인데 그 엄하고 무서운 아버지의 영을, 무슨 핑계든 대어서 꽤를 부리고 요리 조리 피해다녀

아버지가 붙여준 별명이다

같은 형제라도 그렇게 다를 수 있는 건지...

반면 둘째 오빠는 우직한 성품에  너무 성실햇다

단 한번도 아버지의 영을 거역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쇄소의 실무 역할을 모두 도맡아 했다

 

그러던 둘째오빠가 어느날 갑자기 약을 먹은 것 이다

둘째오빠는 정순이 언니를 깊이 사랑하였지만,,정순 언니가  둘째 오빠를 사랑하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또 새삼스레 알 려고 할 까닭도 없다

 

어찌됐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고등학생과 끔찍히 가난한 집의 맏딸과의 사랑은 지고지순한 사랑은, 가운데 누가

끼어 들지만 않았어도 죽을때까지 계속 되었을 것 이다

그둘 사이에 언젠가 부터 큰 오빠가 끼어 들었다

핸섬한 미남 대학생,부잣집 맏아들인 큰 오빠는 가난한 집의 맏딸로 어깨가 무거운 정순 언니 머리속의

주판 알을 쉴 새 없이 두드리게 했었을 거다

나의 부모님 앞에 불리워간 정순 언니는' 네가 정말 좋아한 사람이 누구였느냐'/ '한 사람을 택 하라'는 아버지의 물음에 정순 언니는  서슴치 않고 큰 오빠를 택한다고,큰 오빠를 사랑한다'고 말 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뚤째오빠는 바로 약을 먹었던 것이다

인쇄소 숙직실에서 이틀 이나 깨어나지 못한 오빠를 어머니가 발견하고 병원에 옮긴 다음날 오빠가 의식을 되 �은 것이다 

그때 오빠는 이렇게 말 했을 거다 ' 나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왜 살려 놨어/ 그녀 없이 어떻게 살라고...

 

 

정순 언니는 나의 큰 올케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단 한번도 자기의 속내를 드러 내 놓은 적 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온화한 목소리의 변함없는 태도로 나를 대한다 

 

둘째오빠는 가슴의 상처를 안은채 결혼을 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자기 가족을 사랑했던 둘째오빠/

총각때 우리와 함께 생활하던 시절에 둘째오빠는 늘 입버릇 처럼 말하곤 했었다

'난 짧고 굵게 살꺼야'라고/

그런 둘째 오빠가 서른세살 짧은 나이로 여섯살,네살,아들 둘을 남기고 떠났다

매사에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둘째오빠는,다니던 회사에 불이 나자 화제 진압에 앞장서서 일하다

불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했다

 

둘째 오빠가 세상을 뜬 후 결혼하면서 가져가지 못했던 오빠의 유품을 정리 하였다

별  생각없이 펼처 본  한 묶음의 다이어리는 년수대로 가지런히  정리된  오빠의  일기장 이었다

십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썼던  '순에게'로 시작한 오빠의 일기장/

철 모르던 시절의 풋사랑이면서,첫사랑이기에  오빠는 그토록 정순 언니를 못 잊어 했을까/

 

내용은 고인에 대한 모욕인 것 같애서 안 읽었다

그냥 말없이 태워 버려야 죽은  오빠를 더 슬프게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두 아궁이에 넣어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출처 : 생강나무
글쓴이 : 왕눈이kk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