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스크랩] 탱자나무 심은 뜻은.

이바구아지매 2007. 7. 11. 12:36
 

언젠가부터 우리집은 주말이 제일 바쁜날이 되었다. 달리가 아니라 내포리에 있는 맥전 가꾸는 일 때문이다.


지난4월 봄이 한창일 때 전라도 나주에 갔었다.  중앙일보엔가 이서령씨가 쓴 운취있는 집 탐방기사를 읽고 그집을 찾아나선 것이다.  그때의 나주는 흰 광목을 온 들판에 널어놓은 듯, 배꽃 천지였다. 그집은 들판 조금 높은 곳에  조그마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집이며 정원이며 대밭이며 세월이 묻어있고 주인장의 정성이 어려 있어 좋았다. 고삿길은 낡은 기왓장으로 담을 쌓아 운취를 더했다.  그중 무었보다 반가운 것은 탱자나무 울타리였다. 내가 자란 시골집 사립짝에도 탱자나무가 있었지. 몇그루 인지는 기억에 없지만 가시가 많기도 하고 세기도 했지. 그래서 탱자나무는 울타리로 제격이었지.  


그 탱자나무가 내기억에 이렇게 오래 남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꽃이 좋아서도 아니고 열매 맛이 좋아서도 아니다. 열매가 몸에 좋아 한약재로도 쓰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호랑나비가 그 탱자나무에서 태어난다는 것 때문이다. 국민학교 3,4학년 자연책이었을 거야. 호랑나비 애벌래가 탱자나무에서 자란다는 걸 읽은 후부터는 탱자나무를 유심히 살피는 자연관찰이 시작되었다. 커서 서울살이 하면서는  알밴 호랑나비들이 탱자나무를 찾다찾다 못찾고 급한 나머지  온실속에 있는 비슷한 나무에다 알을 싸버리다 시피하고 간다는 신문기사를 읽고는 참 않됬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날, 강화도를 유람하면서 별로 크지도 않은 탱자나무  한 그루에 철울타리를 쳐놓고는  탱자나무의 북방한계선이 여기까지라는 안내문을 읽었다.  그때서야 그 흔하고 좋은 탱자울타리가 북쪽에는 없는 이유를 알만했다. 그리고 세월은 그런 상태로 흘렀다.


그런데 지난 봄날.  여는 주말과 마찬가지로 마누라와 같이 이동네 저동네를 고물장수처럼 기웃거리는 데 야당리 철거마을을 지나면서 길가 화단에 이 탱자나무 두그루를 발견 했다. 반가웠다. 당장에는 옮겨가지 못할 형편인줄 알지만 가을 쯤에는 군동의도 나서 집짓기가 시작되면 그때쯤 옮겨갈 요량잡고  주인 아주머니와 흥정을 시작했다. 완불을 하자는 성질 급한 나를 마누라가 진정시키면서 절반 선금을 걸고 돌아왔다.


그 탱자나무 두그루를 옮겨 심는데 지난 주말내내 땀을 뺐다. 토요일에는 노지에다 심었다가 아무래도 추운겨울을 나기 힘들 것 같아 일요일에  하우스 안으로 다시 옮겼다. 그 와중에 안경도 깨먹고.... 남쪽에선 그야말로 지천이요 천지 삐까리인 탱자나무가 이래저래 비싸게 치인다. 그래도 잘 뿌리내려서 살아야 할 텐데.


내년 봄에 함평에 호랑나비 분양받으러 갈랬는데 뿌리 확실히 내릴 때까지 한해는 참아야 겠지?  호랑나비 춤추는 내포리 골짜기. 그때 쯤에는 맥전에 탱자나무 심은 뜻을 마누라도 알리라.  (맥전,2004.11.2)


출처 : 맥전산방
글쓴이 : 보리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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