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뽕나무 가지에 걸린 슬픈 사랑이야기...(2)

이바구아지매 2007. 8. 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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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와 오디

 

 

 

어둠이 천천히 뽕밭을 감싸 안았다

 

"명주야, 한 바기미 다 땄나? "

 

"다 따 간다 짱이아지매야, 내 바기미에 더 따 넣어 도 컴컴해지니 무서바온다아이가"

 

그 때 뽕밭으로 바지개를 지고 나타난 아저씨가 있었다

 

"형님이 보냈소?"

 

"응 뽕낭개 가지째 꺾어서 한바지개 해서 명주네에 져다 주라쿠네"

 

외가의 박수아저씨(머슴)가  오자마자 뽕낭개 가지가 퍽퍽 짤려나갔다

 

낫으로 꺾기도하고 도끼로 찍기도하고  명주는 또 오줌이 마려워서 뽕밭 저 끄트머리쪽으로

 

달려가서 치마를 들고 하얀 엉덩이를 드러내고 오줌을 누었다

 

오줌에서도 뽕잎 냄새가 났다

 

치마를 올리고 일어서려니 뽕나무 사이에서

 

"옴마야, 사람이 왔어예 우짜노? 퍼뜩 일나보이소"

 

"개안타 개안타 이로바라"

 

이렇게 이상한 소리가 뽕밭에서 푸석푸석 나는 게 아닌가?

 

'분명히 누가 있어 , 내 함 가 봐야제'

 

뽕나무사이로 살금살금 소리나던 쪽을 가 보니

 

"엄마야, 우짜모 좋노?"

 

하고 후다닥 일어서며 블라우스를 급히 잡아 내리는 처녀가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데요?"

 

'으으으 아무것도 아이라 '

 

명주는 외가 동네의  처녀 총각들의 이름은  다 꿰어  차고 있었다

 

꽃무늬 블라우스 사이로 하얀 젖무덤이 얼른 숨지  못하고

 

천희의 손에서 흘러넘쳤다

 

"와 그라노 아아아무것도 아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총각은  얼른 머리를 털고 다름박질을 쳐 꽁무니를 빼고

 

참말로  야시꾸레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분명 무슨 일이 있긴 있었을낀데

 

 천희의 젓무덤은  블라우스 속에 얌전히   있어야하는데 천희가 손으로 감싸  급하게 쑤셔넣는다고 난리를 피웠을까?

 

"나 좀 보자"

 

"와예?"

 

"어른들이 물어보면 아무것도 몬봤다꼬해라? 알았제 요거 껌이다 니 씹어라

 

아무것도 몬봤다꼬??? 알긋제?"

 

하고 천희랑 총각이  뽕밭을 살짝 빠져나가 감골로 달아났다

 

"인자 가자 다 했다"

 

하고 정선이 언니랑 희야 언니가 불렀다

 

박수아저씨의 바지개는 뽕나무 가지가 치렁치렁 넘치고 있어 더 이상  뽕을 딸 필요는  없었다

 

밤에 외숙모가 박수아저씨더러  뽕잎이 떨어지며 누에가 넉잠을  빨리 몬잔다며 재촉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작로길로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가는데 하늘의 달이

 

자꾸 따라오며 뽕잎냄새를 맡았다

 

밤하늘에 나온 별도  머리위로 졸졸 따라오며 집에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아이구 아제가 또 고생하네 고맙소 이 밤에 달마중하며 왔네"

 

박수아저씨가  마당에서 선 걸음에 달과 함께 외가로 돌아가고나자

 

엄마가

 

'욕봤다 마이도 땄네 이기 다 우리 정서이하고 먕주가  다 땄나?"

 

"아이다 짱이아지매가 따 줬다 재미난 이야기도 해 주고 짱이아지매는 참 착하다"

 

 

 

' 짱이네가 또 욕봤네 우리 짱이네 팔자도 기구하지... 참   안되었어 "

 

"엄마 ,짱이아지매한테  무슨일이 있나?"

 

"그래 짱이네가 박수하고 살 사람이 아인기라?"

 

"와? 아지매가 박수아저씨보단 훨씬 똑똑한거 같기는 하더라"

 

"나가 너그들한테 요 이야길 해서 될낀가?"

 

"엄마, 이야기 해 도 무신일이 있었나 짱이아지매한테..."

 

"그래 저기 한내사는 서가놈이 일본에 가서 그 훤한 낮짝으로 짱이네를 꼬신기라

 

짱이네는 일본에서 그 때 여학교 3학년이었다 부잣집 고명딸이었다네

 

이 서가놈을 본 짱이네가 고마 첫눈에 반했제 그래서 어린 나이에 고마  부모몰래 살째기 서가놈을 따라

 

거제도로  왔는기라 이리 시골동네로 말이다. 참말로 서가놈이 나쁜 놈이었제   그 놈은 그 때  장개가서 아가 둘이나

 

있는 유부남이었는기라  좋다고 따라 나선 일본여고생이 어찌 되었것노

 

서가놈은 본부인이 무서버서 고마 이 짱이네를 모리는 여자라고 안했나.

 

"엄마, 그래서 짱이아지매는?"

 

명주는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엄마를 졸라댔다

 

이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가 막힌지 너그 외숙모가  급하게 달려 갔제

 

그래서  델고  외가로 왔제  일본으로 돌려보내 줄라고 했는데  짱이네가  절대로 안갈끼라 했다네

 

그래서 외숙모가 박수아제하고 맺어준기라

 

박수아제는 가진것도 없고 머슴이니 그냥 뽕밭으로 불러서 부부가 되게맺어주었는기라.

 

뽕밭에는 정식으로 혼인을 못하는 사람이 부부가 되는 곳이기도 하제

 

옛날 중국의 노나라땅, 공자님도  아부지가 딸만  내리  열을 낳았는데 아들선호사상이 강한 나라에서

 

아들을 하나 낳긴 했는데 병신이고 조금 자라다 죽어버렸으니 대를 이어려는 일념으로

 

공자의 아버지가 일흔살에 마흔셋인 젊은 여자를 맞아서 뽕밭에서 부부연을 맺었제

 

중국에선 제사도 뽕밭에서 지내고 부부연도 뽕밭에서 맺는 성서러운 곳이란다.

 

우리아들한테 엄마가 못할말을 한 거 아인가?"

 

"엄마, 짱이아지매가 그럼 일본사람?"

 

"그렇제 그것도 교육을 많이 받은 똑똑한 아지매란다..."

 

"그렇구나 어쩐지 아는 것도 많고  늘 웃는 모습으로 자상하다는 생각을 마이 했는데"

 

"지금이라도 일본에 가모 안 되나?"

 

"절대로 안 갈거라고 우기지 그냥 외숙모를 형님이라고 하면서 사이좋게 지낸단다"

 

외가로  가면 짱이아지매가 반갑게 맞아주고 맛있는것도 챙겨주었는데

 

그 부석부석하고  도깨비같은 모습의 박수아저씨의 각시라니???

 

짱이아지매는 아이도 넷이나 낳고 카톨릭 신자가 되어 리사라는 세례명도 받았다

 

짱이아지매가 일본으로  못가는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뽕밭에서 합궁을 했다니? 에고 무심하여라

 

뽕나무밭에는 무슨 사연이 또 그리 많은지?

 

 

세월이 엄청 흘렀다 외가의 외숙모도 돌아가시고 이제  그터에는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다.

 

아직도 외가의 뒷골밭에는 뽕나무가 무성한데

 

짱이아지매네도 이제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갔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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