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바다가 육지라면...

이바구아지매 2007. 8. 7. 15:11

   

 

 

 

 

 

 

 

 

 

뱃 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우~웅"

 

옥포항에 새마을호가 들어오는 소리다

 

우리동네는 옥포에서10리 정도 떨어진  곳이다 연초라는 곳

 

산에 오르면 선명하게 울리는 뱃고동소리

 

나는 방학때가 되면 부산엘 갔다 오빠들이 자취하는 곳에 가서 살림도 살고

 

학원에도 가고...

 

평소에는 산울림소리처럼 들리던 뱃고동소리 새마을호가 옥포항에 들어오면 오전 11시

 

평소엔  별 느낌이 없던 뱃고동소리도 내가 부산을 갈라치면 설레이고 가슴이 쿵쾅거렷다

 

여름방학을 맞아   엄마가 챙겨 준 김치, 쌀몇되, 된장, 고추장, 간장  이런 걸 챙겨주니

 

부산 가는 길이 썩 유쾌하질 않았다 게다가 난 하얀색 하복을 입고 양갈래 머리를 묶었는데

 

내가 들고 가는 것은 무슨 시골망태기들이 아닌가?

 

이렇게 짐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부산은 가고 싶은데 짐은 왠지 시골뜨기 같고 행여나 배에서 멋진 남학생이라도  보게 되면

 

입장이 얼마나 곤란한가 게다가 우리반 남학생이라도 보게 되면  기분이 영 그렇다

 

하지만 엄마가 방학때 나를 부산으로 보내는 이유란 게 내 공부때문만이 아니고

 

오빠들에게 도움이 되어달라는 이럴테면 식순이? 그런정도 아니었겟나

 

 

얄궂은 짐뭉탱이를 들고 입은 벌써 삐죽이며 억지로 버스에 올랐다

 

10:30분에 버스를 타고 옥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대부분 나처럼 뱃부두로 가는 사람들

 

저마다 시골때기아니랄까봐서 이고 들고 메고 흡사 피난민 행렬? 아니 그 중에는 간혹 멋쟁이로

 

짐은 하나도 안 들고 투피스차림에 하얀색 하이힐을 신고 파라솔을 들고 분내를 풍기는 멋쟁이도 있고

 

신사 양복을 입고 까망색 구두코가 반짝반짝 거려서 햇살이 미끄러질만한  멋쟁이도 간혹 있긴 했다

 

여름햇살을 받아 바닷물도 데워져서 소금내를 풍기며 부둣가의 동네꼬맹이들은 바닷속으로 자멱질을

 

 하고 갈매기들을 쫓다가 다시   잠수를 하고...

 

'바다가 육지라면 바다가 육지라면 배 뜨는 부두에서 울고 있지 않을 것을 아아아 바다가 육지라면

 

이별은 없었을텐데..."

 

가수 조미미의 노래가 선창가를 째지게 노래로 이별의  슬픔을 내려놓고 배의 앞부분에

 

닻을 내리기전 긴 노끈사이에 마이크는 어떨 땐 청승맞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런 노래들을 바다에

 

퍼질렀다 이미자의 노래는 또 '흑산도아가씨~~~" 동백아가씨~~" 이런  노래가 배떠나는 항구에

 

 이별을 유별나게 가슴저리게 만드는 풍경을 남겨 놓고 바다를 가르며 또 떠나갔다

 

그 날도 작은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들고 꿀렁거리는 쌈판위에 올라섰다

 

배를 타기 위해서 장장 2시간 동안 바다에  떠서 부산으로 가는 것이다

 

줄을 서서 우왕좌왕하며 각기 자기의 짐모퉁이들을 들고 이고 배에 올랐다

 

승선표를 내밀고 배에 올라서고 다시 조미미는 노래를 시작하고

 

'얼마나 멀고먼지~~ 그리운 서울을 ~~ 파도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 갑니다"

 

아마도 조미미는 이 노랠 불러서 거제사람들, 부산, 제주사람들에게 특별히 선물햇는지도 모르겠다.

 

배안에는 올라서자마자 갓멀미가 나고 짭쪼롬한 냄새,생선비린내, 담배냄새, 술냄새, 배엔진냄새

 

그리고 키키한 아우러진 희안한  역겨운 냄새는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지...

 

여기에다 방금 배에 오른 사람들이 가지고 탄 짐모퉁이들에서 스믈스믈 새어나오던 냄새들

 

어쩜 꼬랑한 시골장독대가 잠시 뱃전으로 이동이라도 해 온 듯...

 

적당한 자리에 내가 들고 온 짐이 내것이 아닌 것처럼 멸시를 하며 한쪽에 슬몃 밀어놓고 

 

오랫만에  마음껏 자유를 누려보려고 작심을 하고...

 

3등칸인 지하방에 계단을 타고 내려가고 먼저 내려간 사람들은 아예 방 통로에다 신발 벗어 놓고

 

발꼬랑내 풍기는 신발들을 반대로 하고 눕고 벽에 기대 앉기도하고  일부 사람들은

 

군용모포를 펼쳐놓고 일찌감치 화투패를 돌리고  통영사람 화풍당장사

 

(조그만 환으로 된 알약 만병통치약?) 같은 약을 손에 들고 가방에도 한 가방 메고 냄새를 풍기며

 

돌아댕기는 할배, 김밥장사 아지매도 김밥을 팔러 다니고 오징어, 땅콩장사도

 

'오징어 있어요, 땅콩 있어요, 소주 있어요 "

 

를 외치는 남자는 16세나 그 아래?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생활전선인 이 배에서 장삿군이 된 듯

 

이러는사이에 얼추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눕기도하고 앉고 화투장에 내기를 걸고 시끌벅적한

 

세상이야기에다 화투에 지기라도 하면 쌍욕에다 세상을 갖고 놀기도하고 노래를 막질러

 

내 북티리기도하고   그런 저 한족 구석엔 안경알이 팽그르르  도는 너머로 교련복을

 

입은 대학생도 보이고 그 대학생의 손에는 철학서가 들려 있고 옆에 붙어 삐딱하게

 

누운 다방레지 같은 여자는 엉덩이를 대학생의 코앞에다 놓고  껌을 질겅질겅 씹고

 

발과 입이, 엉덩이들이 한 동안 혼란스러운 풍경  어떤 가슴다 드러내 놓은 장발의 남자는

 

썬데이 서울에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히죽거리기도하고...

 

3등칸 꼬랑내속에 적응 하려면 얼쭈 30분정도면 그 냄새에 적응이 된다

 

앞으로도 별 해괴한 냄새를 풍기는 군상들이 쏙쏙 나타날 것이다

 

바람이 잔잔할 땐 멀미를 덜한다 지하3등칸에는 바다에 직접 닿은 공간이라서 멀미가 덜난다

 

그리고 배는 항상 뒷쪽 꽁무니에  자릴 잡아야 멀미가 덜난다는것을 우린 다 알고 있었다

 

3등칸의 풍경과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계단을 올라서고 이번엔 2등실로 갔다

 

햇살과 창문사이로 푸른 바다의 갈매기가 함께 따라 오는 환한 방의 분위기속에도

 

지하방의 분위기에 별 다를 것이 없다

 

교복 입은 내가 갈 곳은 어딘가?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캠핑을 다녀가는 배 안에는  얼마나 복잡한지 약 500여명 이상 탔을것이다

 

해금강으로, 와현 명사해수욕장에 가서 며칠동안 캠핑하고 다녀 가는 그들은 도시의 제법 여유있는

 

 집안의 자식들? 대학생들 그들의 손에는 세고비아 통기타가 들려 있고

 

얼굴은 구리빛으로 땡볕을 얼굴에 쏟아 담고 가는 길로 마지막 여름의 즐거움을 뱃전에서

 

노래로 낭만을 부렸다

 

2층 갑판위 햇살이 파도랑 함께 노는 곳에 자리한 그들 보기에도 멋지고 잘 생기고 공부도 잘 할 듯한

 

모습으로 그들은 익숙한 솜씨로 세고비아기타의 선을 잘도 어루만지며  노래를 실었다

 

존 덴버의 노래~~'애니에게 바치는 노래?'

 

'You fill up my senses~~"

 

이런 곡을 부르기도 하고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 '한 번 쯤 '

 

양희은의 노래 '아침이슬' 이런종류의 노래를 바다위로 흘러 보냈다

 

야외 의 선상음악회였다 통기타의 대학생들은 노래도 어찌그리 잘 부르는지

 

내 맘을 쏘옥 빼앗아 가고도 남을만큼 순간 그 눈부신 7월의 여름이 그리 멋찌리라곤 생각도 못햇다

 

화장실의 이세상 제일 더러운 악취를 모아놓은 곳의 더러움도, 멀미도 싹 날아서 태평양의 물고기밥으로

 

자멱질할 동안 선상음악회는  로맨틱 그 자체

 

어디 이 뿐이랴 배 곳곳에서 눈에 드는 젊은 남녀의 눈맞춤도 있고 잘 되면 대화를 나누기도하고

 

또 진도가 잘 나가면 ,사귀고 혹 더 잘되면 ,결혼에도 골인하기도 하는 ,그런 맛깔나는 선상데이트를

 

꼭 타이타닉에서만 하란 법이 있었나?

 

내가 탄 새마을호에도 그런 멋진 낭만은 가득햇었다

 

나도 심심하니 그런 짧은 데이트의 멋진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

 

노래가 끝나면 한 동안 또 철학을 논하고 세상을 논하던 그 멋진 대학생들...

 

 그런 장소와 나는 또 어울리기나 한가? 

 

내 방황하는 몸과 마음은 슬그머니 다시 1층 난간에 내려서서

 

푸르디푸른 바다만을 응시하고 간혹 바닷속에서 은빛으로 튀어오르는 고기의 유영을 구경하며

 

홀로 서 있었지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치고 있었던가? 멍하니 응시하고 있던 집중을 깨트려놓은 또 한 번의

 

귓가의 속삭임

 

"뭐하세요?"

 

깜짝 놀라서 돌아보니 웬 시커먼 남학생 , 얼굴을 태워서인지 갈색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시덥잖은 건방진 족속이 내 옆에 한 동안이나 서 있었구나

 

"어디가세요? 몇학년이세요? 뭣하러가세요? 우리팀이 있는 곳에 같이 갈래요?"

 

혹시 깡패???

 

엄마 무서워라 일단 도망을 ...

 

자릴 뜨고 내  갈 곳은 어디도 없고 살짝 성질이 나겠지 왜 내가 자릴 떠 저런 괴상망측한 놈한테

 

그럴 순 없지 절대로 양보를 할 수 없지

 

당당하게 다시 아까 그 자리로 갔지 암 내 자린데 집쩍대봐야 내 아무말없음 되고

 

굿굿하게 바다속을 내려다보고

 

"몇학년이세요? 1학년?2학년?3학년?'

 

허접한 놈 그렇다고 내가 말을 받아서 할 줄 알고

 

'아무말도 안해 야, 난 안 되겠어 홍아 니가 말해봐"

 

이러고선 우루루 몰려 온 7명의 남학생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고

 

'사실 우린 대구00고등학교2학년  이과반 학생들입니다

 

우리선생님이랑 마지막 캠핑으로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서 거제도에 왔습니다

 

친구로 지내면 어떨까요 선생님게서 짜장면을 사 주시기로 했습니다

 

함께 가면 안될까요???"

 

난 아버지한테 세상의 남자들은 다 도둑이며 함부로 말을 걸어서도 안 되고

 

함부로 어울려서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세뇌당하듯해서 얼추 머릿속에 그리 박혀 있었던게

 

작용해서 도무지 대화를 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악수하자는 말에 뺨을 때려 주었던 그 바다위의 뱃전

 

남학생은 뺨에 불이 난듯 한 동안 가만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즉하니 로망스를 뜯었다

 

참 아름다운 노래였다 처음 들었던 로망스~~

 

선상음악회에서 빰을 맞고도 음악을 들려 주던 그 남학생

 

세고비아 기타의 매력으로 충분했다

 

배에서 내리고 헤어진 줄 알았는데  내 짐을 얼른 들고 어디에 들어다 주면 되겠냐고 물었던

 

그 남학생  영도다리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가  배에서 내려 가는 것을 보고 손흔들어 주었다.

 

내 꾸릉한 짐속의 냄새들을  또 한 번 들킬찰라 이 남학생은 내 도도한 자존심을 깔아뭉개겠다는

 

심뽄가? 내 아무리 무거워도 나 혼자 갈거라고

 

'전17번 당감동행 버스를 탈겁니다 힘들어 보이는데 제가 들어 드릴게요"

 

"괜찮아요"

 

사정없이 거절했다

 

내가 그깟 것으로 수월하게 차를 탄다고 세상이 달라보일것도 아니고???

 

그 때 난 실수를 해버렸다 내 포켓에서  주소와 이름이 적힌 승선표가 딸려

 

나왔고 그 남학생이 주워 가 버렷다

 

나도 모르게 그리고 작열하던 해가 여름을 데워주는 사이에 나는 방학을 오빠집에서

 

 살림을 살고 학원에도  갔다

 

내 나름대로 방학은 즐거�다

 

금지된 영화 '루루의 사생활'도 몰래 천일극장에 가서 보고

 

학원에서도 따라댕기던 남학생들이 있어 그 또한 즐거웠고

 

마음만 먹으면 남학생과의 데이트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언제나 내 머릿속엔 아버지가 계셨다

 

그 해 여름햇살은 딩굴거리며 서산으로 넘고 개학과 함께 다시 고향에 오고

 

집에서는 날 기다리며 방학을 좀 먹던 그 남학생의 편지가 가득 넘쳐나고

 

나는 아버지께 품행을 방정하게 못햇다고 엄청나게 욕바가지로 얻어 먹고

 

그래도 그 해 여름이 지금에는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게 다가와선다

 

 

 

내가 탔던 그 캐캐한 배안의 냄새들이 지금 주룩주룩 내리는 비와함께

 

떠 오르니 그 멋도 나쁘진 않다... 추억은 이래서 좋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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