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꿈꾸는 아저씨

이바구아지매 2007. 8. 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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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조선일보,  카투니스트 지현곤

 

 

 

 

 

TV리모콘  2011년도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작품

 

 

 

 

 

 

 

 

 

 

우리 집 옆집 지하방에는 날마다  엎드려서 그림만  그리는 아저씨가 살고 있어요.

 

 아저씨와 나는 어느 날 부터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나는 엄마랑 살고 있는데 지난 봄, 아저씨네 이웃으로 이사 왔어요.

 

엄마는 매일아침  회사에 갈 때면  꼭 이렇게 말해요.

 

"소담아, 밖에 나가서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돼  누군가가  찾아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해도  절대로  열어주지 말고 알았지   "

 

이러면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다짐하고  소담이 볼에다  뽀뽀를  해주고 손 흔들며  회사로  가요.

 

그럼  혼자서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정말 심심해요 . 

 

어느 날이었어요.

 

인형놀이를 하다가 시시해져서 두고  집밖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바로 이웃집  지하방으로 가는  작은 대문이 열려 있지 않겠어요.

 

  열려진 대문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 가 보았더니

 

방문이  열려 있었어요. 

 

궁금하여 고개 내밀고 안을 들여 다  보다 그만 아저씨와 얼굴을 마주쳤어요.

 

"'넌 누구니?"

 

엎드려서 그림을 그리던 아저씨가 깜짝 놀라셨어요.?""

 

"소담이, 소담이……."

 

"어디에 살아?"

 

"아저씨 옆집"

 

"몇 살이야"

 

"일곱 살"

 

"그럼 유치원에 가야지? ?"

 

"안가  소담 이는 인형놀이  하면서  혼자서도 잘  놀아"

 

" 그렇구나.  아저씨도  소담 이처럼 혼자서 노는 걸  그림 그리면서 말이야 "

 

헤헤헤  아저씨 그림 웃긴다. 에게 게  이게 무슨 그림이야  미워 …….왕자님, 공주님 그림 그려야지

 

 아저씨는 무서운 괴물들만  그렸잖아"

 

아저씨 나쁜 사람이야 괴물만  잔뜩 그리고……."

 

"아저씨가 그리는 그림은 카툰이란거야 소담이가 조금 더 크면 알 수 있어

 

참 소담 이는 누구하고 살아?"

 

'엄마하고……. 아저씨는?"

 

"응 나도  엄마하고"

 

'아저씨네 엄마  예뻐?"

 

'응 아주 예뻐  밥도 잘 하고, 청소도 잘 하고, 빨래도 잘해  "

 

""그렇구나  아저씨, 내일 또 놀러 와도 돼?"

 

'응 그럼  언제든지 "

 

그런데 소담 이는 참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저씨는 소담 이를 보고도 일어날 생각도  않고  ,엎드려서 이야기하고

 

 그림도 엎드려서 그리고…….

 

아저씨의 얼굴은 새하얗고 ,하얀 얼굴 가득 넘치게 웃음을 담고 있었어요.

 

아저씨네 방은 정말  작았어요. 조그만 방에다 낮에도 불을 켜 놓았어요."

 

  벽에는 T선풍기가 달려 있었어요. 작은 TV하나도  놓여 있었어요.

 

"소담이 덥니? 선풍기 켜 줄까?"

 

"'응 더워  "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긴 막대기로 툭 쳐서 선풍기를 켜 주었어요.

 

아저씨네 조그마한  방이 금방 시원해졌어요.

 

 

집으로 돌아온 소담이가  신이 나서 엄마한테 마구 자랑했어요.

 

"엄마, 엄마 , 나한테도 친구가 생겼어 그런데 아저씨야"

 

'아니, 무슨 소리야 소담아, 집에만 있으라고 했지  함부로 돌아다니면  나쁜 사람들이

 

잡아가서  시장바닥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는 앵벌이로 만들어 버릴지도 몰라   무섭지도 않아"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가만히 엎드려서 그림만 그린단 말이야  참, 소담 이한테도 달 그림 한 장 그려 준다고 약속했어."

 

"아 그  아저씨말이니?

 

 아저씬 많이 아파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 이란  무서운 병에 걸려서 움직일 수 없어

 

누워만 계신다더구나.

 

 소담이가 자꾸 가서귀찮게 하면 안 돼 아픈 아저씨 더 힘들어  알았지"

 

"응"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아저씨가 또 궁금해졌어요. 

 

그렇지만 엄마가  가지 말라고 다짐하는 바람에

 

  갈 수가 없었어요.

 

 대신   아파트 옆 놀이터에서 미끄럼도 타고 그네도 타고 놀았어요.

 

이윽고  해님이 서산을 넘어가자  어둠이 몰려왔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달님이 방긋 웃으며 환하게 지구별을 비춰주었어요.

 

 별님도 반짝거리며 놀이터  앞 아파트 옥상까지 내려 와

 

"안녕 "

 

하고 웃어주었어요.

 

"  예쁜 달님, 안녕  반짝반짝  별님도 안녕  달님과 별님과 어울려 놀고 있었어요.

 

어둠이 내리는 줄도 모른 채  소담 이는 신이 났어요.

 

저녁이 되자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가 소담이가 없어진 걸 알고 소담 이를 부르며  찾아 나섰어요.

 

 놀이터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소담 이를 보자 얼른 달려와서

 

"소담아 , 집에  꼭 있어야지  어두컴컴한 밤에 나와 있으면

 

나쁜 사람들이  커다란 자루를 메고 나타나서  자루 속에다  

 

소담 이를   잡아넣어 메고 .  악마의 계곡으로 가서

 

  악마들이 우글대고 시커먼 밤만 있는   동굴 속에다  던져버릴지도 몰라  

 

 그럼  영영  엄마도 못 보게 되고  얼마나 무섭겠니?"

 

그러니깐 엄마가 올 때 까지  집에서 얌전히 있어야 해 "

 

하고 얼른 집으로 데리고  갔어요.

 

며칠을 엄마 말처럼 집에서 소꿉놀이와 인형놀이만   하고 놀던  소담 이는 그런 놀이들이  시시해졌어요.

 

 다시 그림을  그리는 새하얀  아저씨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살금살금 집을 나와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은 방을  찾아갔어요.

 

"소담이 왔구나. 며칠 동안 어디 갔었어?"

 

'엄마가 아저씨 아프다고 귀찮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단 말이야……."

 

'그랬구나."

 

"아저씨 , 소담 이한테  그림 하나 그려줘 "

 

"그래  무얼 그려 줄까?"

 

"달님,  우리 집에는  달님이 없어 아파트에 가려서 그렇대 엄마가 그랬어. 아저씨가 그려주면

 

우리 집 창문에  붙여 놓을 거야 "

 

"응, 그래  오늘밤 달이 떠오르면   어떻게 생겼나 보고  그려 줄게 대신 오늘은 예쁜 소담 이를 그려 줄게"

 

'정말 내가 예뻐?"

 

"그럼  동그란  두 눈은 토끼를   닮았고  코는 음 ……."

 

" 응 엄마 닮았어. 우리 엄마 코  세상에서 젤 예뻐"

 

"그래서 소담이가 이렇게 예뻤구나."

 

소담 이는 아저씨가 그려 준 그림을 들고  신이 나서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

 

하고 쏜살같이 달려갔어요. 그 날 밤 엄마가 소담이의 그림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 와 ,  아저씨가 어쩜  이렇게  잘 그렸을까?"

 

"응  담엔 달 그림도 그려준댔어"

 

'꼭 화가가 그린 그림 같아"

 

엄마는  소담이가 그려진  그림에다  몇 번이고  뽀뽀를 하고 나서  당장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놓았어요.

 

벽에 걸린 액자 속  소담이가  토끼처럼 동그란 눈을  하고  웃고 있었어요.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저씨네로  달려갔더니  웬 낮선 아저씨가   와 계셨어요.

 

아저씨는 기자아저씨라고 했어요. 

 

 아저씨가 엎드려 있는 옆으로   달이 그려진  그림 한 장이  놓여 있었어요.

 

"왜 달 그림을 그리셨지요?"

 

 기자아저씨가 물었어요.

 

"네 이제 얼마 후면 저 달도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아요 날마다  아파트란 놈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니

 

조만간 달을 볼  수 없을 거예요.

 

옛날,  제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는   휘영청 밝은   달밤이면  동네 아이들과 

 

 골목길을 달리며  숨바꼭질도 하고 놀았어요.

 

  제가 움직이지 못하고 방안에만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세상은 많이  바뀌어  

 

 어느 날엔  난생처음 들어 본 이름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아파트란 놈은   물만  먹고도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자고 나면  성큼성큼 키를  키우더니

 

 어느 날, 거짓말처럼

 

날마다 바라보던 달도 숨어버리더군요.

 

달의 흔적은  서산으로 기울 때나  잠깐  조금 볼 수 있어요 .

 

아파트란 놈은  참 빨리도 자라던걸요?

 

며칠 만에 20cm,30cm  쑥쑥 자랐어요.

 

첨엔 시멘트 벽같은 게  생겨나서  풍경을 가리니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갑갑해서 돌아버리겠더니 어느 순간 저 괴물 같은 것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기로 이사를  가고 싶어졌어요."

 

"왜죠?"

 

"허허허 거길 가면 달이 훤히 보일 거잖아요  별도 보이고……."

 

"해도 보이잖아요?"

 

"해는 눈이 부셔서 싫고요 달은 제 희망이에요 달을 보고 온갖 상상을 하게 되지요

 

 그래서 저 아파트가  점점 좋아져요.

 

제 방이 너무 좁기도 해서 카툰을 그릴 때도 많이 불편하고 돌아눕기도 힘드니…….

 

창가에 달이 없으면  너무 무서울 거예요  날마다 깜깜한 밤만 보게 되면  제 상상의

 

 날개도 부셔져 버릴 거예요. 달은 제 마음의 친구이기도 해요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 외엔 날마다 달과 함께 꿈을 꾸는걸요?"

 

아저씨의 얼굴엔 웃음 대신  슬픔이 감돌았어요.

 

소담이도  그런 아저씨의 얼굴을 보며 덩달아  슬퍼졌어요.

 

기자아저씨도 먹먹해져서   다음  말을  잇지 못했어요.

 

'제가 국민학교 1학년  여름에 몹시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어요.

 

그리고 퇴원을 할 때 병원  운전기사아저씨가  젤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아이스크림을 한 개 사다 줬어요.  먹고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저씨가 놀이터 앞에 서시더니

 

'얘야,  세상 구경 실컷  해라  실컷……."

 

하셔서  백미러로  아저씨를 슬쩍 보니  눈물을 훔치시더니

 

"얘야, 세상 '구경 많이 했나?"

 

하시는 거예요

 

그 날 밤 달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그 때 이후론 방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어요."

 

"참 이  시사카툰이란 게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그리기 힘든 일 아닌가요?"

 

 하고 기자아저씨가 물었어요.

 

"그래서  저는 날마다 조카를 시켜서 만화책이랑 책을 빌려  오게 해서 보고 읽었지요.

 

TV를 24시간 켜 놓고 세상이 돌아가는  감각을 익히고요"

 

"이번 작품전에 가셔야죠.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면 거동할 수 있을 텐데 세상 구경도 한번 하시고……."

 

기자아저씨의 말에

 

'아니요 대, 소변을 남한테 의지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제 마지막 자존심이지요.

 

저는 달이 훤히  보이는  방 하나면 충분해요 더 이상의 욕심은 없어요."

 

기자아저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일어났어요.

 

"자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바람이 열려진 문으로 와락 쏟아져 들어왔어요.

 

"참 아저씨 달 그림?"

 

"그래 여기 있다"

 

달이 훤하게 웃고 있는 그림을 받아 든 소담이가  창가로 가서 달 그림을  붙였어요.

 

"아저씨, 이것 봐  방에 달이 떴어.  아저씬 이제 날마다 달을  볼 수  있어

 

비가와도,  흐린 날에도 눈이 와도 말이야 ……."

 

'그렇구나. 왜 내가 그 생각을 못했지???"

 

'아저씨 여기 봐  창문에 뜬 달 참 예쁘지!!!"

 

 

창문으로  뜬 달이 방안을 비추며 환하게 웃었어요.

 

아저씨와 소담이도  마주보고  하하하 큰소리로  웃었어요.

 

 

 

굿모닝 2007년 7월28-29일 조선일보에  소개 된' 카투니스트 지현곤'씨를  보고

 

아이들의 시각으로  동화처럼 꾸며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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