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春子야,

이바구아지매 2007. 9. 3. 18:39

 

春子야,  정말로 오랫만에 불러 보는 이름이다 그자?

내가 니한테 이래 편지를 써 보는 게 몇 년 만이고?

 

잘 살고 있제?

 

지난여름 몽창시리 덥더만 처서가 지나고낭께 선선해가

인자 학실히 가을이네

 

너그 아들, 딸, 그라고 너그서방님도 잘 계시제

 

아직 내가 누군지 모리것나?

내는 고등학교 3학년때 네 짝 아이가  明淑이 ㅎㅎㅎ

 

오늘 찬바람이 불고 할일없이 딩굴딩굴  누워서 딩굴며 배가  밖에 나와서 얼었능가 배가 실실 아파서 화장실로

갔더마는 촤르르 잘잘 하고 힘도 하나 안 줘도 뱃속의

씨잘대기 없는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가네

 

이렇듯 가을 날씨는  배탈도 잘 나는기라

 

조심하고 살아야 하는기라

오늘 내가 29년전의  내짝인 子야한테 이 글 쓰는 것은

 

지난 밤에 니가 내 꿈에 나타나서 하하하 웃는기라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그래서 내가 물었제

"子야, 니 무슨 좋은  일이 있나 우째 그레 웃어삿노

와그라노?"

 

"응 나 이름  바꿨다  春子가 아니야"

"그라모 머꼬?"

"은영이, 인제 은영이라고 불러줘 참 내가 어딜 봐서

春子같으니? 알겠지  한 번 불러봐라 "

"응 春子야"

'아니라니깐 은영이,은영이야"

 

'가수나 그기 머 존노 니 이름은 니 아무리 까불라도

은영이가 아이고 春子인기라

말라꼬 비싼 돈 디리가 이름을 바꾸고 난리고 너그 상투꽂은 할배 알았으모  난리 벼락날끼다

어데서 어른이 지어 준 이름을 니 마음대로 바꾸고 난리고

春子야, 니 그라지마라  그라고 니 이름 바까가 어데 써 무 끼고  너그 아 이름은 머꼬?"

"사라야"

'그라모 사라엄마모 됐네 春子야, 알긋제 니 아무리 이름 바까봐야 내는 春子야 이레 부를끼다  알아서해라

그라고 은영이라니 속이 좀 메시끕다

우리 시골에서 부르는 이름 자야,숙이,옥이,순이,둘금,둘복이 이런 이름 안 좋나? 나는 저번에도 둘복이를 만난께

" 내 이름은 '수지'라고 불러줘 이름 바꿨어"

이러질 않나

"20년만에  이름 바꾸고 와서 갑자기  불러 달라면 끌꺼러워서  안 불러진다 둘복아,

니 성의는 대단하지만 우리들한테는 니가 둘복이로 남아 있지 수지가 들어 올 자리는 없는기라"

 

이렇게 입씨름을 하다가 일어나니 꿈이었다

참 별난 꿈이네

오늘 春子한테 전화나 한 번 해 볼까

꿈에 입씨름하고 궁금해진다

 

첩첩산골 마을에 상투꽂은 할아버지랑  비녀 꽂은 할머니

랑 전깃불도 안 들어오던 산골에 호롱불 밝히고 살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

 

"아리랑 춘자야 , 아리랑 춘자가 보리쌀로 씻다가 삐로롱 피리소리에 오좀을 쌌네 �기는 쌌는데 작기나 쌌나

부산마산 연락선이 왔다갔다 하더라"

 

이렇게 많이도 놀려 먹었제

그래도 니가 좋은 친구였제 공부 잘 하고 글씨도 잘 쓰고

입술화장도 얼마나 예쁘게 했냐

 

春子야 니가 많이 보고잡다

그래서 네가 내 꿈에 들어와서 입씨름을 해 대었는갑다

 

ㅎㅎㅎ

오늘 니 그 촌발날리는 이름 春子가 얼마나 정겨운지

이렇게 수 없이 불러 본다

오늘만 실컷 불러볼께

春子야,春子야... 얼마나 정겹노 이름 바꾸지 마라 알긋제

 

이랬다 내가 뭘 크게 잘몬했나? 春子야"

 

요번 가을에 카키색으로 이쁘게 입술 그리고 한 번 댕겨가거라 우리 실컷 이바구나 해 보자 알았제???

 

잘 ~~~살~~~아~~~라.

 

 

     春子의 친구 明淑이가~~2007년9월3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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