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첫 사 랑

이바구아지매 2007. 12. 16. 12:29

"야야야  뉴스특보, 뉴스다"

"무슨소리고? "

"무신소린고 하모 쉿 쉿...소문내모 안되는기다  큰일난대이

우리만 살째기 알고 있어야 한대이"

"고마 지금 우리말고 누가 있다꼬 그래 숨넘어  가는 소릴 해삿노?

퍼뜩 이야기해 보거라 "

2학년5반 교실 아침 풍경

일찍 통학버스를 타고 교실에 도착한 문지,난주,명주,경미,나민,근영이가

웅크리고 모여 앉아 나누는 이야긴 깜짝 놀랄일이었다.

문지가 궁금한 이야기를 살짝 꺼내면서 입단속을 어찌나 시키는지

"너그 이 건 국가기밀 제일급인기라 잘몬하모 우린 이 기밀을 누설시킨죄로

긴급조치 제1호 발동으로 재피가삔단 말이다."

"무신소린고 알긋다 퍼뜩 내 북티리바라"

경미가 궁금해서 어쩔줄 모르고

"붙잽히가모 우리 몽땅 긴급조치법 위반이라고 꾸러미로 재피가는데

뭣이 문제고 하나도 심심토 안하긋고마는"

"문지야, 니는 뜸들이기 대회나가나? 빨랑 뉴스특보 내리 깔아라"

명주도 못참겠다 꽤꼬리가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샘이 먼저 들올라? 우리 뽁새(부엉이)샘 눈 알제 "

하고 나민이도 재촉을 하고

"그래 알긋다 조용히 하고 숨도 안으로 들이쉬고 알았제

귀 다 모아 봐라 일미하고 채무하고 사귄다 안 쿠나?"

"진짜가 우짜노? 말도 안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말이제 안 글나?"

"그래그래 그건 문지니가 어데서 엉터리 기사를 접수핸기라"

"맞다 진짜다 이건 일미 바로 옆집에 사는 양문이가 나 보고 절대

일급비밀이라 쿰서 그랬는기라"

 
온통 꽃으로 넘쳐 나던 날   일미랑 채무
 그들의  첫사랑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풋풋한 그리움을 싹 튀우고 바다에 맹세하고....
 
 행복은 이렇게 찾아 오고...
 
 고운 꿈을 키우고...너무 사랑스런 친구들
 
 무엇을 해도 예쁜 일미
 
 여름은 바다속으로 ...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를 ... 일미는 추억하겠지? 이 길을 그리고 채무를...
 
   등대는 그냥 저기 그대로 그기서 바다를 내려 다 보고 첫사랑의
맹세를 잊지 않고...
 
 
 
"그래? 양무이가 그랬다꼬? 그라모 진짜네 우아 고마 뉴스특보아이가?"
나민이가 깜빡 넘어가듯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은  그아들이 사귄기 에붑(제법) 시간이 됐다쿠더라
채무가 작년부터 양무이네집에서 자취를 했다안쿠나 작년 겨울에는 일미가 연탄불도 갈아넣어주고 공부도 봐주고 김치찌개랑 된장찌개도 갖다주고 그랬다쿠더라"
"그기사 그랄 수 있는 거 아이가 한 반 친군데 어째 모린척 할 수가 있노?"
경미는 한사코 믿을 수 없다는 시늉을 하고
"그래 그라모 이말은 믿것나? 저번 토요일에 일미하고 채무가
등대에서 데이트를 하는 걸  양무이가 �다쿠는데 양무이저거 아부지가
수협공판장에 심부름을 시키가 내리강께 하얀등대에서 둘이 바다를 보며
이바구(이야기)를 하고 있더라안쿠나 ㅎㅎ 둘이 손도 잡고 있더라네
그림 좋더라쿠대"
"문지야 나사마 니도 좀 수상타 양무이가 우째 니 한테 그래 꼬박꼬박 다 일러바치노? 너거둘이도 사귀나?"
"아이다 나민아, 고마 성질이  화통하다봉께 그런기지 뭐 나가
누하고 쿵짝쿵짝 하더나?"
"하기사 그건 그렇다 "
"채무는 집안사정이 억수로 안 좋는갑더라 저거아부지는 채무가 중학교1학년때 남양 배 타로 가서 돌아가셨다쿠던데? 채무는 동생도 다섯이나 되고 장남이라  동생들 챙기야 되는갑더라 참 저거엄마가 잠녀(해녀)라더라 그래가 근거이(힘들게) 묵고 사는갑더라 내도 들었다 참 불쌍타고 채무저거  동네 사는 정석이가 그랬다.
"문영아 니도 소식 잘  주워 듣네 그러나저러나 맨날 쪼깨이 삐딱하고 잘 웃도 안하던 채무가 알고봉께 참 안되었다 그자  앞으로 우리도 좀 잘해주자
우리도 참 쌀쌀맞았다아이가  일미가 착하고마는 챙겨주고 역시 일미는 공부
잘 하고 얼굴예쁘고 마음까지도 비단결아이가? "
이렇게 수다를 떨었다.
 
일미와 채무는 그 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우리에게 잔잔한 첫사랑의
풋풋한 수채화를 선물해주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챙겨주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미는 괜찮은 대학에 진학했고
채무는 공무원이 되어서 바닷가를 떠나지 못했다.
훗날 내 귀에 들리던 소문으로는 채무가 일미를 찾아 대학근처를 배회했다는 소식과 대학에서 만난 멋진 남자랑 사귀는걸 보고 채무가  가슴이 무너져서
자살을 했다는 소식...
첫사랑은 그런 것인가?
어느날 갑자기  떠나가버린 첫사랑의 아픔을 자살로 세상을 끝낸
채무가   파랑주위보가 되어 넘실대는  모습이  가끔씩 떠 오른다.
 
첫사랑은 그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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