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초 록 물 고 기

이바구아지매 2007. 12. 22. 07:04

 갈매기처럼 날아 오를 꿈이 있었다. 17살나이엔...

 

 남녀공학인 우리학교 ...그림같은 풍경,  갈래머리 소녀 그 땐

내가 이랬었구나 ㅎㅎ

 

 모나리자도 그리고 '풀 밭 위의 점심' 도 감상하고.

 

00야, 너 여학생에 실렸어. 참 낭만적이더라

소감 한마디 해 봐  궁금해 빨랑  이야기 해 줘  야 우리학교 짱이다 ㅎㅎ

 

 아니 선생님, 우리학교 학생들 단속 좀 잘하세요.

요즘 애들 못말린다고 극장엘 안 가나  그리고 성적은 또 왜그리 미끄럼을 잘 타 쑥쑥 잘도 내려가요  선생님 .학생들 단속 잘 하시고 성적 향상시키세요

도대체 이러다가 우리도내에서 꼴찌학교 되겠어요. 아시겠지요 선생님(교장선생님의 훈시)

 

 

"명주야, 니 아부지한테 인자 맞아죽을끼다."

"와 그라노 언니야, 대뜸 오자마자 내가 무얼 잘몬했다고 죽니사니

그래샀노?"

"이거봐라 이거 요것들좀 보라고?"

"이게머꼬 이기뭔데 봉지에 가득한기 다 머꼬?"

"이것들이 다 니한테 여름방학 동안에 날아온기다 이 말이다 다 연애편지아이가?"

"뭣이라 내가 언제 연애를 했다카노 생사람 잡지 말거라 뭔 오해가 있었는갑다"

"니가 내한테만 똑바로 이야기했으모 내가 편지 받아다가 잘 숨겨�을낀데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이 난리가 난기라"

"그러나저러나 귀신 신나락 까 묵는 소리 엥가히 하고 내가 한 번 보자"

언니한테 받아 든 커다란 누런색 서류봉지 속을 방바닥에  쏟아 부우니

"엄마야, 이기 다 뭐꼬 나 보고 지금 모자이크하란 소리가?"

"한 번 잘 맞춰보거라 그래도 이 언니가 니 생각해가 아부지가 다 찢어서

불 지르라 하셨지만  살째기 이래 봉지속에 넣어 놓은기다

잘 맞추어 보모 내용은 다 연결이 될끼다."

"나사마 이런데 관심없다 안 볼란다. 불질러삐지 말라꼬 정신사납거로

요렇게 끼워 맞추기를 해살끼고 이게 도대체 뭐라꼬?"

"니 그라모 요거 함 볼래? 대구시 내당동 내당아파트? 박 불량?"

"뭐라꼬? 박 불량?"

"ㅋㅋ 이름도 참 그게 뭐냐?  그런데 그 놈이 여름내도록 편지를 안 보냈나?'

이름이 다른 놈들도 편지를 많이 보냈고  그런데 그 불량감자는 참 끈질기데

사흘에 한통씩 와요 어찌된 사연이고 이실직고 하거라 아부지가

돌아오시모 니 니  다리몽대이는 성해남지 못할끼고 우찌할낀지 우리가

입을 맞추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겨 봐야 안되것나?"

"언니야, 지금 무슨소리 하노 내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 이실직고, 입맞출일

그런거 할거 하나도 없다 안쿠나 그냥 부산에서 학원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집안 청소 잘 하고

오빠들 심부름 부지런히 하고   여름방학 내도록 그 하얀  분필가루  다마시고

캑캑 거리며  흑판 잘 닦아 털고  오빠 조수 노릇만 열심히  하고 온 것 밖에 없다."

"알았다. 니 그래 자신 있나? 엄마는 아부지한테 얼마나 혼이 마이 났는지  알고 그라나? 이여편네  딸 단속 엉터리로 하모 안된다 우떤 딸이고  내 늙으막에 고대하고 낳은 딸인데 잘못되모 안되는기라 알긋제 잘못되모 바로  끝장인기라"

"그랬다고? 알겠다. 모자이크 한 번 맞추어  볼게"

그 날 나는 서너시간이나 쭉쭉 찢겨진 편지를 하나하나 맞추어서 완성하여 해독하느라고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맞네   내가 8월6일날 온다캤제"

"명주씨가 온다고 한 날 이 편지를  직접 받아 볼 걸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하하하 제가 누구냐구요. 그날  배에서 악수 신청하다 뺨 맞은 놈입니다.~~"

"문디 이런말까지 꼭 써야 하나? 안그래도 미안해 죽겠는데 그럴필요까진  없었는데

내 손이 오버를 한기라"

그렇게 불량감자의 첫 편지를 끼워 맞추어 읽었다.

두번째편지,세번째 편지도 찾아서 읽었다.

다른놈들의 편지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 그냥 뭉쳐서  찢어버리고  불량감자것만

골라서 읽어내려갔다.

말끔한 분홍빛 편지지에 토끼 두마리가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는

향수편지에서  불량감자는 약간씩 원망스런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일각이 여삼추라 죽자고 기다려 봐도 해답은 오지 않는군요?

제가 그렇게도 보기 싫은 놈이었는지? 그 때 제 모습이 그랬나요?

저는 지금  거울앞에 제 모습을 비춰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불량스러워 보이지는 않군요 제 착각인지?

그 날  부산에서 헤어지고 친구네집에서 한숨 잠도 못잤습니다.

대구로 돌아와서 여행의 기분을 떨쳐내고 공부에 매달리려고 책상앞에 앉아

열심히 책속에 집중을 해 보지만 책속엔 제가 공부해야 할  글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양갈래 머리 묶은 명주씨의 모습만 가득 떠 올라 환하게 웃고 있군요. 그리고 바다,

배, 교복속의 소녀 이것만 여름내도록 제 책속에 가득합니다.

집에서는 S대 의대에 진학해야 한다고 극성스러운데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여태 이런 느낌은 처음입니다.

제가 밉더라도 꼭 한 번 답장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제 사진도 몇 장 보냈는데 보셨는지요?

지금은  달빛이 고고한 8월의 한 가운뎁니다.

후덥지근한 여름동안 잘 지내는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

공부가 잘 안되지만 열심히 해야겠지요 제가 열심히 하여 뭔가를

보여주면  그 땐 절 불량감자로 보지  않으리라 생각을 하면서

 불량감자는  편지의 해답이 올때까지  계속  편지를 보낼것입니다.

 

죽으라고 공부만 해야겠다.

.......

 

참 안녕이란 말은 절대로 않아야지

ㅎㅎ 그럴일은 없으니까.

박불량씀"

 

"뭐야 말을 높혔다가  내렸다가?"

 

보내준 사진속의  박 불량은 아주 핸섬한 모범생의 모습으로 대구 달성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란  설명이 사진 뒷장에 씌어 있고

그런데 이 사진 역시 찢어져서 모자이크를 하여 조합 해 본 것이다.

"그랬구나 내가 너무 미안해   내세울거라곤 없는 내가

 별볼일없는 자존심만 세어가지고  언니야, 진짜 불량이 참 멋졌다.

괜찮은놈 같았는데  쓸데없는 튕기기  그거였지뭐 ㅎㅎ

그 놈은 잘 있겠지  S대 의대? 공부 최고 잘 해야 가는 거 아니야?

거짓말은 아니겠지? 우아  대단한 놈이네 그런데 어떤 집안이길래

그런 꿈을 꾸는거야  부럽다 부러워 "

"넌 맞아죽을 일만 남았는데 꽁알거릴래?"

"그래  그래 박 불량  ㅎㅎ 넌 해내 봐  우린 꿈꾸는 17살

갈매기처럼 훨훨 높이 날아 봐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한 번 찾아보고..."

 

 *분홍꽃잎...세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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