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내 마음의 풍금

이바구아지매 2007. 12. 22. 16:54

  "흠흠 육하원칙에 의해서 말해보거라 어찌해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편지질을 하게 되었는지, 왜 행동을 어설프게 하고 다니냐 이 말이야"

"아부지예 제가 뭘 어쨌다고 그랍니까? 저는 절대로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예

잘못 된 것이 있다면 그건 아부지랑 엄마 책임이라예?"

"아니 그기 무슨소린고? 뭣이라? 아버지,엄마가 잘못한거라고?"

"하모예 그 편지가 온 건 아부지,엄마가 무거운 김치바케스랑 살보퉁이를

들고 가라캐가 무거워서 낑낑대니  남학생들이 들어 준 거라예 그래서

고맙다고 하니 같이 오신 선생님께서 그렇게 하면 진심어린 고마운 마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편지로 다시 답장을 해 주라고 했어예

선생님께서 다음에는 이런 김치통 들고 다니지 말라고도 하셨어예 안 어울린다고 그런 일은 남자들이 할 일이라 그랬어예"

  

 

 

주소도 그래서 건넨 거라예   선생님께서 그러라고 하셔서..."

"어쨋든 남자란 동물들은 생각들이 불순해서 도둑놈이란 말이다"

"그럼 우리집에도 오빠들 도둑놈여섯  아버지 도둑님 한 분 합  도둑이

 일곱이라  큰일입니다  다음부터는 저 쌀몽탱이랑 김치바케스 안 들고

갈거라예  다 도둑인데 누굴 믿어예 아부지 좀 믿고 살지예"

"됐다 어쨋거나 공부할 때 남학생 사귀는 것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다음부터 절대로 편지 못 오게 해라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

이렇게 박 불량이는 아버지께 불량으로 찍히고 나는 아버지의  감시를 더 심하게 받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여름은 가고 가을이 되었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에 가끔씩 박 불량이 머릿속에 터를 잡아 가고 있었다.

참 미안하게도 찢어진 편지조각과 찢어진 사진들을 곱게 펴서 스카치테이프로

부쳐서 파일에 꽂아 꼭꼭 숨겨 두고...

"박 불량 너 사진은 우리집 개가 물어 씹었어 .미안해 다시 한장 보내 줘"

졸지에 아버지는 개가 되었다. 아버질 미워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편지는 다시 올테고 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아버지 몰래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급하면 통한다고 아버지가 심하게 단속을 하면 아주 독특하게 해결방법을

찾아내게 된다는 걸 아버지는 왜 모르시는지?

'그래 결심했어 좋았어 멋진 방법 ㅎㅎ'

다음날 일찍 집을 나섰다 학교를 갈 시간보다 먼저 우체국으로 찾아 갔다.

우체부  만이아저씨를 찾아 가서 부탁을 했다.

"그라모 주야가 연애하는갑네 큰일났네 아버지한테 일러야지 편지가 오면

그냥 널 주면 되나?"

"만이아저씨 내가 막걸리 사 줄게요 꼭꼭 내게 오는 편지 학교가기전에 내가 찾아갈게요 "

"그래 너그 아버지도 너무하시는기라   주야가 찾아가거라 대신 술 대접은

확실히 하는기다"

"야호 그럼 지금부터 ~"

"그래 좋나 아버지가 공부안한다고 난리치모 어짜노?"

"그러니까 울 아부지 몰래 ㅎㅎ 당장 편지를 찾아 보자

아니 만이아저씨 나한테 편지 왔어예 여기 봐요 야호 신난다"

그 해 가을 햇살이 까실까실 단풍물을 들일때

나는 박불량이의 편지를 내 손에 안전하게 받아 들었다.

편지 내용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을 올리자는...

박 불량이가 편지를 하면 할수록 내 성적은 곤두박질을 쳤다.

편지내용은 검사를 받아도 검열에 통과할 정도로 특별한 내용은 없었는데

왜 내 성적은 곤두박질을 쳐댔는지

그 해 겨울이 올때쯤엔  내 책속에도, 칠판에도,세숫물에도, 공책이며, 꿈속에서도 차차 박불량이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이없게도 박 불량이의 모습이 왜 나타나서 날 괴롭혔는지...

그 때문에 선생님한테도 불려가서 혼이 났다.

내 눈빛이 다르다고 선생님의 눈은 못 속인다고? 내가 뭘 어쨋다고

입학하고 여름까진 성적이 좋았는데 그 후로  미끄럼을 자꾸 탄다는 것

그랬다 칠판에도 내 머릿속에도 먼 산에도 바라다 보이는 바다에도

왜 박불량이가 서 있는지?

왜 하하 웃으며 서 있는지?

선생님은 날 혼내시다가 타일러 주시기에 이르렀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 끌어 올리면 내 동생 소개시켜줄게

내 동생 아주 멋있다 대구  계성고에 다녀 "

그래도 난 말하지 않았다.

왜 온 세상에 다 박불량이의 얼굴이 가득했는지

나는 차츰 살이 빠지고 밥맛이 없어졌다.

꿈속에까지 쫓아오고 화장실에 앉아서 볼일을 봐도 쫓아와서

우두커니 앞에 서 있었다.

 

 

겨울이 오고, 가고 봄이 와도 내 주위에서 맴을 돌던 그 놈

그 놈은 멋있었다. 이유도 없이...  참 웃기는 놈이잖아... 내 주위에 맴돈다고

언제 공부했을까? 뭣 땜에 맴돌았지?

 

 

*  분홍꽃잎...네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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