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지나가는 비

이바구아지매 2007. 12. 24. 13:21

 

갑자기   소나기가 몰려왔다. 후두룩 주룩주룩    대구에 소나기가

쏟아부었다.

"어  비가 쏟아붓네 빨리 피하자 이리로 와  역광장으로 들어가자"

"오늘 일기예보는 비 온다고 안했는데..."

우리가 헤어질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다.

"웬 소나기가 이렇게 퍼부어 비 맞고 가면 감기에 걸릴텐데 명주야,그냥 자고 내일 가  안 그래도 이모가 대구구경  시켜주고 내일가도 좋다고 그랬어"

"안 돼 소나기라서 금방 멎을걸 집에 안 가면 큰일나  내일 뉴스에

나를 찾는다고 나올지도 모르는데 ? 갈게 내가 있으면 공부에 지장생겨

난 지금 학원에 간 거야  여기 온 것 몰라"

"그랬구나  그런데 웬 비가 멎을줄을 몰라?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정말  혼자 갈 수 있어? "

"응 "

"잠깐만 기다려"

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박 불량  부산으로 가는 새마을호  기차가

 출발하기 10분전

"여기 우산 사 왔어 "

"이런 비는 소나기라서 금방 멎을텐데 필요없어 그냥 가지고 가

난 차에 타면 비 안 맞아 네가 쓰고 가 비 맞고 또 병원에 드러눕지 말고"

"나는 병원에 드러눕는 것 좋아 병원비도 안 들고 드러누워서 네 생각도 하고

얼마나 좋냐?"

"참 너 아프면 우리아버지 병원에 입원 해 그럼 입원비는 공짜지 ㅎㅎ

미래의 며느리가 될텐데 그깟 돈이 대수냐?"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애써 웃으려는 듯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나 갈게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어 잘 있어 "

"아니 같이 가 나도 표 샀어  바래다줄게"

"싫다니까  네가 그러면 부담스럽단 말이야 그리고 부산에서 널 어디다 재워주냐?"

"ㅎㅎ 친구네 집에 가면 돼 "

"그러지 마 왜 넌 날 자꾸 나쁜애로 만들려고 그래 이모님이 뭐라고하겠어

남의 집 자식 망친다고 하시면 어쩌려고 난 싫어 혼자 간다고 "

"표 샀는데 "

"표는 물리면 되잖아 그래가지고 대학에 뚝딱하면 어쩌려고 그래"

"ㅎㅎ 그럼 장가가면 되지"

"그런 별볼일없는 남자한테 누가 시집가냐?"

"요기 있는 숙녀가 오면 되지!"

"시간 다 되었어 나 갈게  공부 잘 하고 나 나쁜  사람 만들지마  안녕"

 

그렇게  억지로 떼내어버리고 부산 가는 차에 올랐다.

창 밖에는 장대비가 마구 퍼 부었다.

나도 비가 되었다. 왜그리 눈물이 나는지 따라오겠다던 불량이를 억지로 떼어내고

기차안에서 내리는 비처럼  창에 기대앉아 손수건으로 흐르는

 물기를  훔쳤다.

 

비가 내리는 날 기차속에서  왜 그렇게 서럽던지...

 

꼭 일년만에 만났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날처럼 7월의 끝에 빗속으로 달리는 기차에 탄

모든 사람들이 다 내마음처럼 슬픔으로 기차를 탔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비 오는 날  기차는 타지 말아야지 절대로 ...

이런 마음 처음이다.

가슴이 더 아파왔다. 나만 그런가?

불량이도  나 처럼 이렇게  가슴이 아팠을까?

 

아카시아꽃 향기가 어지럽히던 오월 나는 만이아저씨네 우체국에서 불량이가

보낸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득했던 그 편지를 외웠다.

"나 지난 일요일에 김천에 있는 직지사를 다녀 왔어 아카시아꽃 향기가

어찌나 나를 기분좋게 했는지 산을 내려와서 당장에 아카시아꽃 향기가 나는 편지지를 사서 네게 편지를 보낸다.

내가 왜 아카시아꽃 이야기를 하는지 아니?

널 처음 만난 배위에서  만났을 때 네게서 났던 냄새가 바로

아카시아꽃 냄새였지.

김치냄새랑 바다냄새가  나야 할 네게서 아카시아꽃 냄새가 나지 않겠어?

하하하 이 계절이 참 좋구나  거제도에도 아카시아꽃 향기로 가득하겠구나.

바다, 그리고 걸어다니던 아카시아꽃 ㅎㅎ

또 편지할게 이만 ...불량씀"

 

꼭 일년만에 대구에서 다시 만났다.

부산에서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몇 달 전부터 약속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날에 두번째로 만났다.

'날 몰라 보면 어쩌지? 날 못찾으면 어쩌나? 그럼 그냥 돌아오는거지 뭐

기차타기 연습이나 하는거지..'

나는 그날  가슴팍에 작고 귀여운 소녀그림이 그려져 있는 노란색 티셔츠와

노란 후레어스커트를 입고 하얀 샌달을 신었다.

어깨에 맨 그물코 가방엔 태양출판사에서 나온 작은 문제집 세권을 넣고

불량이가 날 보면 놀랄까? 오늘도 나는  촌티가 팍팍 ?  불량이는 어떤 모습일까?

 시커멓고 키만 꺽다리처럼  어째 보면 쑥쓰럽겠지?

이런 생각을 끝없이 들하고 있을 때

"잠시 후 열차는 동대구역에 5분간 정차하겠습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라는 안내방송과 더불어 기차의 문이 스르르 열렸다.

역무원아저씨께

"고맙습니다. "

라고 인사하고  기차에서 내려   동대구역  플랫포옴을  빠져나와서

 뻘줌하게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못 찾으면 어쩌지? 아 갑갑해 숨을 못쉬겠어 대구는 질식할 것 같은

곳이네 아 숨막혀  캑캑 '

"오랫만이야. 온다고 수고했어. 이곳 날씨 무지 덥지? 대구는 내륙지방이라서"

"어  사람이 바꼈네  ㅎㅎ 작년 여름에는 불량감자더니 이젠 멋진 핸섬보이?"

"응 원래 내 모습이야"

"너무 희다. 햇빛도 못 보고 쳐박혀서 공부만 했나?  넘 멋져 첫 인상과 너무 다르다."

"그래 오랫만이야  우리 꼭 일년만이지?"
"이번에도 악수  신청하면 퇴짜 놓을거야?"

"응 손에 땀이 많이나서..."

"여기 손수건 있어"

"너무 더워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

"그래  집에 가자 이모가 점심 준비 해 놓으셨어  데려 오래"

"싫어 불편하게 어째 밥을 먹냐? 밥이 넘어 가 이 더운 날씨에"

"그럼 어쩌냐? 이모가 꼭 보고 싶다는데"

티격퇴격 하다가 집으로 따라갔다.

아파트 주위를 호스로 물을 뿌리는 아주머니가 날 보더니

"불량이 여자친구구나? 귀엽게 생겼네 멀리서 온다고 고생했지

들어가자 밥 준비 해 놨어"

"얘는 밥 안 먹는다네요"

"왜?"

"먹을 줄 모른대요 그래서 키가 안 컷나 봐요 보세요 아담하죠 하하하"
" 너 죽을래? 네가 꺽다리지 "

대구의 여름햇살은 감자랑 고구마를 그냥 두어도 삶길만했다.

"아 나 바베큐 될 것 같아 ,인간 바베큐"

 

 불량이가 재촉하여 집안으로 앞서 들어가고  나도

내당아파트란 이름이 씌어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가득 차려 놓은 음식들이 날 반겨주는 첫 풍경이었다.

무슨 잔치상같이 차려져 있는 모습에

부끄럽고 쑥스러워 혼났다.

"이모가 준비하셨어 먹어 어제부터 준비하셨어"

"저  배가 안 고파요 "

"먼 길 온다고 피곤하고 더워서 그럴거야  그래도 조금만 먹어"

"우리 불량이 이쁜 친구가 생겨서 좋겠다. 그런데 집이 너무 멀구나"

"거제도가 멀긴 멀지요"

"내년이면 불량이는 서울로  대학을 진학할텐데 명주는 어디로  진학할거야?"

"저는 실력이 형편없어서 떨어질지 몰라요 "

"뚝딱해라 그래야 나하고 서울 가서 살림 살지 하하하"

 

 

*분홍꽃잎...여섯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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