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이런 마음 처음이야.

이바구아지매 2007. 12. 21. 13:05

"저기, 저쪽으로 가지 않을래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말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애시당초 건달같은 놈이면 상대를 말아야지. 아버지가 그러셨지 이런 걸 보고

'히야까시' 라고?

"남자들은  도둑놈이야, 아버지 빼고는 다 도둑놈이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의 딸은 요조숙녀여야 했다.

"제가 정말 나쁜 놈으로 보여요?"

고개를 끄덕끄덕 하니 멋적어서 어찌할바를 모르더니 머리를 쓱쓱 건질며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리고,  나는 뱃전에 기대선채  물밑으로 유영하는

물고기를 발견하기도 하고 가끔씩 물 밖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투명한

비늘빛을 보며 먼 수평선 너머를 궁금해하기도 하였다.

"저기 안녕하세요? 저는 000입니다., 아까왔던 불량감자의 친굽니다.

선생님께서 한 번 친해보라는데... "

흥 뭐 이런넘이 다 있어?

그놈이 그놈이구만  아무렴 관심이 없다고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니

그 놈도 부끄러운지 그냥 돌아가고

' 선생님 맞어? 선생님이  여학생이나 꼬시라는 게 참 나 어이없는 순 엉터리아냐?'

멀대같은 저 놈들 혹 강패? 그런데 왜 다들 나를 못잡아 먹어  난리야?

"ㅎㅎ 저도 인사할게요 000입니다 부산에 가세요? 집이 부산인가요?거제인가요"

역시 고개를 절래절래 말하기 싫다니깐

'몇학년이세요? 우린 1학년인데. 선생님께서 부산에 가서 맛있는 것 사 준대요

같이 가요 네?"

절래절래 고개 흔들고 하나같이 시커먼스들이 내 앞에 와서 말을 (히야까시?)걸었다. 우리 아버지가 이 모습을 봤으면 난 바로 죽음이야.

"너희들 형편없어? 그래 일곱명이나 되는 것들이 하나같이 바보같애

어찌그리 퇴짜를 맞고 와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이번에도 못하면

너희들 거제도 바다에 전부 잠수시킨다 알겠나?

아니 이게 무슨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소리야 왜 날 못 잡아 먹어 난리지?

"이번에는 꼭 친구로 만들어 보도록, 알았나?"

"네"

아 참 어쩌면 좋아 내가 갈 곳은 없고 깡패? 건달? 요놈들한테서 헤어날 길은  없고, 그나저나 저 육지놈들 물에 빠뜨려놓으면 맥주병일텐데?

배는 어째그리 더디가는지 부산에 도착하려면 한시간도 더 남았으니...

땡볕의 뱃전 쇠덩이 손잡이도  열을 받아 정오의 햇볕에 타들어가고 있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바닷속 냄새는 상큼한데 난  7월 햇살아래 생각지도 못한 인연에 엮여

몸살을 하고...

"저기 이게 뭐죠?"

"쑥 내민 작고 누런 종이? 말하기 싫으면 여기다 적어 볼래요?"

"앗 이건 승선표인데   주소랑 이름을 적어서 배탈때 주고 타는 거라구요,

줘봐요. 여기에 주소와 이름 예를 들어서 주소 경남 거제시 연초면~

이름 옥00라고 써서 주고 타야지 혹 배에서 사고가 나면 이걸 보고

배에 탄 사람들을 파악하는 중요한  목숨 같은 거라구요."

"그렇군요 ㅎㅎ 이 주소로 편지 하면 될까요?"

"안되요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운데 편지 보내면 난 죽음이라구요

아마 학교에 찾아가서 퇴학을 시켜버릴지도 몰라요."

"ㅎㅎ 알겠어요. 안할게요 "

이렇게 말이 시작되었다.

 

바다이야기, 거제도이야기,대구이야기,학교이야기...

 

"잘했어 박불량  박수  짝짝짝"

불량감자 친구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부산갔다 언제 집에 올건가요? "

"8월6일 정도? "

어느새 우리는 하하호호 웃기도 하고 ,하긴 내가 누구냐 남녀공학만

여태 한 당당한  관록이 있지 않나 요정도 남학생들이라면 하나도 겁나지 않아.

 

"여름은 사랑의 계절~"

어느새  불량감자의  친구들은  선생님과  기타치며 노래도 불러주고 ㅎㅎ

그러는 사이에 영도다리도 지나고 연안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했다.

"같이 내려요  혹 짐이라도?"

"아니라예 아니예"

"그럼 우리 악수하고 헤어져요.?"

"뭐야? 뭐 이런놈이 다 있어?"

"탁 " 하고 뺨을 한대  찰싹 때려주었다.

배의 엔진소리는 멎었고 얼마나 무안했을까?

뜻하지 않게 낭패를 당한 불량감자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그 놈은 멋있었다.

"잘 가요 안녕?"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손 흔들며 배를 빠져 나가는 불량감자.

기타를 어깨에 메고 

한 참 후에 나도  김치바케스와 

쌀보퉁이를 들고 낑낑대며 배에서 내렸다.

배들이 가득 정박한  부둣가 바닷물에 시커먼 기름띠가 둥둥 떠 다녔다.

  부둣가의 매캐한 냄새 ,갑판위의 비린내와 기름냄새 그   골이 띵한

 냄새를 몰아 쉬며  버스 정류장을 향해   양손에 들고  무거워서 

 삐직삐직  힘겨워하며  걸어가니

 

  

 잊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솟아난다.

아주 오래전에 내 모든 것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 해 준 그 놈 은 멋있었다.

 

 

 그 놈의 소나기 때문이야...  그 아리까리한 마음속에  첫번째로 싹 튼

분홍빛 그림자는 그냥 사라지는거야  누구나 다 그렇게

지나가는 소나기라구.

 

 

 지독히 추웠던 동네, 지독히 더웠던 동네 그 동네에서 영화 미드웨이도

보았다. 팥빙수도 먹었다. 숨이 멎을것만 같았던

지랄같은 동네... 그 곳에 추억하나 심었다.

 

 

"아니 짐 이리줘요 무거운데 들어다 드릴게요"

'앗 그놈이다 불량감자는 시도때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났다.

하나밖에 없는 내 자존심은 이미 뭉개지고...

"어디로 가요?"

"그쪽은요?"

'전 17번을 타고 당감동에서 친구네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대구로 갈겁니다."

"어흐흐 전 28번을 탈거예요"

"제가 집에까지  함께 갖다 드릴까요? 자 여기요 손수건 땀이 많이

흘렀는데..."

" 손수건 나도 있어예. ..집에서 마중 나올거라예 ."

오랫만에 멋적게 한 번 씨익 웃었다.

"예 그럼 "

 그놈들은 17번 버스를 타고 다같이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 17번 나도 타고 가야하는데... 그 놈의 짐 땜에 ...' 그 놈의 자존심땜에...

 

 

*분홍꽃잎 ...두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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