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종이학

이바구아지매 2008. 1. 6. 14:29

 

 

               

 

 

       " 와장창 "

     "이게 무슨 소리고?"

     갑자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슬리퍼에 발을 끼어넣지도 못하고 딸딸거리며 마당으로  쫓아 나가보니  깨진 유리상자 파편이 나 뒹굴었다. 대문까지 팅겨나간 종이학들은 몇 마리가 되었을까?

나는 그렇게 많은 종이학을 처음 보았다.마당 가득 종이학이 널부러졌다.

빨강,파랑,노랑,주황색의 종이학들이 날지 못하고 내동댕이쳐진채.

 

' 어!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현관 문을 열고 헐레벌떡 달려 온 유정언니가

"쉿 조용히 오빠가 지금 속상해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유정언니는 민망한듯 쓰레받기에 깨진 유리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오빠가 지금 많이 속상해 "

"왜? "

"저기 봐 깨진 유리액자속 사진 좀 봐"

"어 저건 유민오빠 방 책상위에 늘 얹혀 있던  그 예쁜 언니사진이네?"

"오빠가  어제 절교하자는 연락 받고 저래 한 며칠은 우리 숨도 못 쉴거야"

"어쩌나 유민오빠 불쌍하다 "

"그래말이다 이런 날이 올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래서 가족들이

다 가슴조였는데..."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 하하하 우 하하하 , 종이학 슬픈 꿈을 알게 되었지..."

방안에선 유민오빠가 울음 범벅이 되어  노래를 마구 토해냈다. .

"그래 가 가버려 너 그럴 줄 내 오래전에 알았지 너 그렇고 그런계집애 아니었어?

가버려 꺼져 너같은 건 필요없어"

"유정언니야, 어쩔거야 난 오빠 저러는 거 처음 봐"

"그냥 가만 두면 되겠지 별 도리가 있어 우리오빠 참 불쌍해 가끔씩 저런다

명주야, 이해 해 우리오빠 무지 불쌍한 거 알지 ?"

 

 

유민오빠의 슬픈 비극은 2년전에 있었다고 했다.

일광에서 부산으로 학교를 다ㄴ고 있었는데  기차로 통학을 하다보니 , 

 제 시간에 기차를 타려고 날마다 달리기를 했다는...

늘 긴장 된 기차통학은  대학에 와서까지 계속 이어진 것 

 유민오빠가 대학 일학년 봄에도  학교에 가려고   여전히 기차를 타려고 숨을 몰아 쉬며

 기차에  올라타기를  했다는데... 어느 날  운명을 바꿔 놓는 사고가 도사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 날은 안개가 자욱했고 그날도 안개속으로 달려 오는 기차에 발을 턱 얹어서

차에 오르려는데  기차가 속력을 내고 유민오빠는 기차레일로 굴러 떨어지면서 그만 다리한쪽이

 날아가버리는 끔찍한 사고가 나고 말았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사고,  그 후로 한다리로 쓸쓸하게 방안신세를 지며

학교에만 겨우 다녀 온다는 유민오빠

 

문표오빠랑,양훈이오빠가 새 들어 살았던 주인집 아들은 그런 모습이었다.

 

교장선생님이셨던 오빠네 아버지랑 어머닌  부산근교의 일광에 살고 계셨다.

유민오빠네엔 큰 집에 대학2학년이던 . 유민오빠, 고3인

유정언니, 나랑 동갑이던 고1남학생인 유언이가 덩그런 2층집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급히 부산에 집을 사서  사고난 아들이 살게 하였다.

 

 

유민오빠는 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그 해 여름에  기타로 내게

로망스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나는 기타로  로망스를 배운다고 손가락에 피멍이 다 들어가면서 유민오빠가

가르쳐 주는 로망스를 배웠다.

늘 노래하고 기타를 치는 오빠는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고 밝게 웃기도 하고

책도 많이 읽으며 책속의 이야기도 가끔씩 해 주었다.

가끔씩 유정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길 하면서 책상위에 얹혀 있던

유리액자속의 예쁜 언니도 보았다. 자주색 목련꽃  아래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채 함박웃음을 짓던 사진속의 그녀가 늘 궁금했다.

 

또 하나의 호기심은 유리상자속의 종이학

유정언니 말로는 기차로 같이 통학하는 오빠랑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고 했다.

사고가 나기전에 사진속의 언니는  유민오빠를 많이 좋아하고 따라 다녔다나?

그 때 종이학까지 접어서 선물했다는데  어제 기어코  헤어지자며

연락이 왔다고 했다. 현실은 잔인한 것

"유민오빠, 이제 어쩌지? 너무 안되었다.  참 나쁜 언니네 그렇다고

그렇게 사정없이 절교를 해 그럼 친구가 안되는거야?"

"그래 그 언니속을 어찌 알겠냐?"

우리는 함께 유리조각을 쓸어담고 종이학은 털어서 다시 고운 유리상자를 사

곱게 담아서 유정언니의 책상위에  올려주었다.

 

 

시간이란 세월의 수레바퀴가 되었다.

기차소리가  긴 꽁무니를 빼며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듯...

 

오른쪽 다리가 사라진 유민오빠,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많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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