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꽃들에게 희망을

이바구아지매 2008. 3. 21. 11:38

 

어느 따뜻한 봄날, 민들레 가족이  텃밭에   앉아 나즈막히 울고 있었어요.

 

"흑흑흑 "

"민들레야, 왜 울어?"

엄마 민들레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어요.

"응 우린 봄이 되면 이 밭고랑에 꽃을 피운단다. 그런데 이 검은색 비닐 좀 봐

풀이 나지말라고 밭이랑에 온통까망 비닐을 다 씌워 두었어

우린 까망 비닐을 뚫고 올라와서 꽃을 피우기가 너무 힘들어"

 

ㅎㅎ 꽃들아, 너희들은 집도 아주 예쁘구나

"응 우리는 곧 팔려서 각자 다른 집으로 가게 될거야 우리도  슬퍼

다행히 마음씨  고운 주인을 만나면 우리를 한집으로 다 데려가 

 줄지도 모르지만

헤어져서 다른곳으로가면 무지 슬플거야"

 

꽃들도 저마다 고민도 많구나. 가나는 꽃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들레야,  비닐은 좋지 않은 거야?"

"그럼 사람들은 풀이 많이 난다고 귀찮다며 밭이랑에 까망비닐로 일년내도록 덮어 씌어 놓는다구 그럼 우린 봄이면 꽃 피우러 나오려고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몰라 비닐속에선 숨을 쉬기도 곤란해 다행히 지난 가을에 밭고랑에 덮어 씌웠던 비닐들이 비바람에 찢기어서  너들너들해진 틈사이로 우리가 올라 올 수 있었단다." 

 

"그랬구나. 우리 엄마 보고  절대로 비닐 씌우지 말라고 할게"

"그래 가나야, 너도 누군가가 목을 조아버리면 숨을 쉬지 못하게 된단다

우리 식물들도 마찬가지야"

 

"ㅎㅎ 참 예쁘다 민들레야,  노랑꽃을  피우니 온통 민들레꽃

세상 같아 응 그런데 벌써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아가려고 하네 ???"

 

"민들레야, 홀씨되면 어디로 날아 가?"

"응 저 언덕 위의 천사들이 사는 민들레집 언덕에도 날아 가고 바다 건너  먼곳으로도 날아간단다."

"가나네 집에도 올거야?"

"그럴지도 몰라 가나네 집에도 붕붕 날아서 갈 수 있다구"

 

"넌 무슨 꽃이야 하얗고 작은 꽃이구나 우리 할머니는  널 캐서 씻어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도 먹던데..."

"응  냉이?나도 이름을 몰라 사람들은 나같이 화려하지도 않아서 ,눈에잘  띄지도 않는 꽃들을 들꽃이라고 하고 그냥  봄나물이라고도 하더라 

나도 내 이름을 잘 몰라

아마 이름이 있긴 할텐데..."

 

"비닐이 가득 덮여 있네 어 그런데 신기하다  뚫린 구멍 사이로 봄꽃들이,

 식물들이  쏙쏙 올라 옵니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에고  불쌍한 식물들, 온통 비닐속에 갇혀 있구나. 우리 할머니도 비닐준비를 막 하던데 고추모종 심을 준비한다고  밭이랑에 비닐 씌울거라는데

이렇게 떨어져서 폴폴 날아 다니니 보기도 안 좋아"

"비닐은 잘 �지도 않아 땅속에서도 백년을 �지 않고 있으면 우리도 언젠가

땅속에서 숨막혀 죽어 버리고 세상에  봄꽃들은 피지 않을지도 몰라

가나야, 넌 이 진실을 꼭 기억 해, 비닐 사용 좋아하지 말라고"

 

세상은 인간들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식물도 함께 살아가야 할 곳입니다.

 

 

민들레와 나물꽃이 들려 주는 충고를 가나는 잊지 않을것입니다.

아파트에도 봄이 왔습니다.

 

이름처럼 고운 봄꽃들이 새 주인을 찾아 떠날 차비를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헤어지기 싫다구요.

 

"그래도 사람들은 꽃을 무지 좋아해 우린 다행이야 우릴 사랑해서 물 주고

키워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꽃들이 속삭입니다.

 

우린 사람들을 위해 푸르름을 선물해 줄것입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나는 오늘 꽃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나는 꼭 기억할것입니다.

 

"어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 가네 엄마, 저것 봐!

 바람기차를 타고 둥둥 떠 가네 민들레야, 안녕 내년에 또 봐"

가나는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게 손 흔들어 주었습니다.

민들레 홀씨되어 / 박미경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나시대  (0) 2008.03.22
소녀시대  (0) 2008.03.22
따뜻한 남쪽나라  (0) 2008.03.16
잃어버린 한쪽이를 찾아서  (0) 2008.03.16
4월의 노래  (0) 2008.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