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일요일의 병원 풍경

이바구아지매 2008. 4. 6. 22:37

 

벚꽃이  온통 세상을 뒤덮었다.

여름같은 4월이 하얀 꽃잎을 날리니 꽃나무 아래 서 있는 기분이

맑은 물에    하얗게 꽃물이 들고

 

일요일 우리동네 풍경은 온통 꽃속에서 짜릿한 기분으로

병원  가는 길이  꽃숲으로 놀러 가는 기분이다.

 

하얗게 활짝 피었다 하얗게 한거번에 쓰러지는 벚꽃만의 특별한 매력

그런 모습을 보고 일본놈들은 그랬다. 사쿠라정신이라고?

왜 넘의 나라꽃을 보고  왜놈들은 착각을 하는지 원...

 

하얗게 하얗게 ... 이 길을 걷다가 깜빡 했다.

병원 가는 걸  잊어버리고, 벚꽃나무 아래서 취해버렸다.

 

하얀 꽃잎이 회오리바람 타고 팽그르르 돌면서 땅에 떨어져

꽃바람이 불자  꽃잎들이 훨훨 날아 올라 하얀 나비 되었다.

하얀 나비는 어깨 위에도,머리위에도 사뿐히  내려 앉았다,

 

때로는 우루루 몰려 다니다가 다시 공중으로 날아 올라 하얀 나비가 되어

가슴에도  사뿐 내려 앉고 손가락에도  살짝 내려앉으니

 멋진 꽃 반지가 되었다.

 

4월은 그냥 예쁘다.

파란 하늘과 하얀 꽃무리가  서로를 물들이며 4월을 노래하고

 

아 참  나  지금 병원엘 가는 길이지 ... 왜 이제야 생각나지?

건망증 ...너 때문이야 ?ㅎㅎ  꽃바람이 가슴을 후빈  때문인가?

 

맞아 병원엘 가서   열심히 간병을 해야 하는데

또 귀염이한테 한소리 듣겠네

불량엄마라고...

 

 오늘 귀염이가 입원 해 있는 대우병원에서 사고가 있었다.

점심시간쯤 갑자기 챙그랑 소리와 함께 530호병실에서  난리가 났다.

정형외과 병동에서 환자가 창문을 깨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순식간에 덜덜 떨면서 무서운 현장을 지켜보게 되었고

5층창문으로 뛰어 내린 남자는 조선소에 근무하는 사람으로 어깨골절과

다른 부위에도 다쳐서 귀염이처럼 대소변을 받아 내야했는데 간병해 줄 사람이 없어

대소변이 걱정되어 3일째 식사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죽으려고 그랬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병실풍경은 아수라장이 되고...

순식간에 기자들이 들이닥치더니 금방 기사화 시켰고

인터넷  연합뉴스에 금방  뜨고

저녁 6시 뉴스에도 나오는게 아닌가 ...

 

끔찍한 순간 환자가 뛰어 내린 현장은 3층 옥상이었고

난동을 부리는 환자를 저지시키려고 경찰이 공포탄 두발을 쏘고

실탄이 든 총으로 다리에 한 발 쏘았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는 난동을  저지시킬수가 없었다니...

이런 공포분위기는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예쁜 귀염이의 친구들은 병문안을 계속 와 주고

병실엔 꽃만큼이나 예쁘고 발랄한 소녀들의 재잘거림이 있어

잠시의 어둡고 두려웠던 공포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귀염아, 빨리 완쾌 해 네가 아프니 사진이 다 '엽사](엽기사진)

로 나오잖아 어서빨리 완쾌 해"

"귀염아, 병원으로 편지보낼게"

"문자메세지도 보내고 전화도 할게"

"자주 못 가도일주일에 한번씩은 배 타고 병문안 갈게"

내일 부산대학병원으로 옮겨 가는 귀염이에게 친구들이 아쉬워서 어쩔줄 몰라했다.

 

의사, 교수.스튜어디스,유엔기구,WTO 같은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꿈도 야무진 소녀들 시간을 쪼개서 찾아주는 친구들이

고마울뿐이다.

 

까르르 웃음을 쏟아내는 꿈둥이들은 5: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통과했다느니 하며 자신이 속해 있는 동아리의 이야기를 어찌나 재미있게

하는지  학원을 그만 둔 몇년동안 못 들었던 고등학생들의  바뀐 고등학생들의

풍속도를 가까이서 접하게 되었고

십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지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도 되었다.

 

 

 

밤10시가 되어 돌아간 친구들,

 

이제 밤은 깊어 삼경에 접어들었다.

귀염이를 찾아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며

열심히 공부하여 너희들이  원하는  꿈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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