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응급실의 24시 이야기

이바구아지매 2008. 4. 9. 08:12

 

 

28680

 

.

 

지난밤에 장대비가 얼마나 쏟았는지 통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아침이 되니 햇살이 방긋 웃는것이 귀염이의 미소같다.

그래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거야.

생전처음으로 엠뷸런스를 타 보는 영광도 얻고

영화속에서 "이옹이옹 엥~"

하던 그 소리 얼마나 실감났나 생각 해 보고

오늘은 우리가 직접 배우처럼 행동 해 보는 날

우리 귀염이는 주연 배우다.

실제로 응급환자니  얼마나 리얼한 연기를 할까? 

 

2008년 4월7일 오전11시에 드뎌 남의 일로만 여겼던  그 차에 올라탔다.

귀염이는 누워서 링겔을 달고

어머니는 귀염이 곁에서 지켜보고 나는 기사님이 졸지 말라고 열심히 대화를 하고

그렇게 벚꽃 가득한  봄길을 달렸다.

 

친구들아, 이제 나아서 웃으며 교실로 돌아갈게

나 꼭 기다려 줘 ...귀염이가 홧팅을 외쳤다.

 

세상은 참 좋아졌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신속하게 달려갈 수 있는 응급체계가 너무도 잘 되어 있다.

이런세상에 살고 있는 귀염이는  정말 축복받은 아이가 분명하다.

 

백목련,자목련 앞다투어 피어나서 귀염이에게 잘 다녀 오라고 바이바이를  해 주고

 

 

도로가의 벚꽃들도 꽃나비 가득 날려 보내서 행운을 빌어 주고

 귀염아, 넌 할 수 있어 잘해낼거야

우리 교실에서 다시 만나자 알았지 아자아자!!!

그래 너희들 떠나는 시간까지 격려 해 주고 우정을 확인시켜 주어 정말 고맙다.

시인은 말했지 4월은 잔인한달이라고?

그래 너무 아름다워서 차라리 잔인한달인것 같아.

난 세상에 사랑이 제일인줄 알았는데

우정은 더 소중하구나. 어린 너희들에게서 우정의 참됨을 배운다.

 

거제대교의 푸른 물결치는 바다도 지나고

통영,고성,마산, 김해,부산으로 마치 봄나들이하듯 그렇게 달렸다.

도시락까지 싸 든 하루는 벚꽃나들이처럼 ...

 

4월7일오후 1시30분에 부산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미 갑갑한 찻속에서 더위와 아픈 고통에 지쳐버린 귀염이는 특A 응급환자가 되었고

15세 정귀염...  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눈물 핑 돌고

" 한창 피어날 나이에.에그 쯔쯔"

라시며 너도 나도  손  내밀어 꼭

 잡아  주며 굿굿하게 일어서라고 용기를 주는 처음 만난  사람들...

 

어느새 생사의 아비규환  풍경만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 합류했다.

응급실의 24시...드라마에서 보면  의사와 간호사가 얼마나 달리던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달리고,고함치고,빨리빨리만이

존재하는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들...

 

밖에는 봄꽃들이 가득 피어 소풍길 같은데...

 

응급실에서는 삶과 죽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귀염이의 침대는 유별나게 높아서  위험한 옥상 난간같아 보는  사람이 더 불안해보였다.

"낙상주위" 이런 말까지 붙어 있으니 환자 스스로 낙상까지 신경을 쓰야하고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하는 극기훈련장같은

불안한 공포분위기의   풍경이 주위에 가득하고

옆 침대에는 거의 죽음의 문턱으로 가는 마지막 통과의술인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간암환자

가 검은빛과 피빛으로 얼룩진채 물고기의 배처럼 볼록볼록 거리기만 하는 모습과

가족들이 마지막 임종을 지켜 보느라고 눈이 퉁퉁 부운채 엄마를 외치다가

실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병상에 매달려서 무려 48시간에 가깝게 저러고 있다는 말도전해 듣고

응급실의 풍경 하나하나는 극적이지 않는 게 없다.

"나 죽어 나 죽는다고 건드리지 마"

부산119소방구조대가 막 실어 온 응급환자

귀염이의 바로 옆에 툭 하고내려 놓는다

"이 환자는 어떤 상황이에요"

의사가 달려 와 묻는다

"오토바이 사고에요"

가해자가와 피해자가 구분이 안 가는 사고란다.

피범벅 고통의 신음소리는 차라리 짐승이 울부짓는 괴성이다.

귀를 막아 보고 눈을 돌리고

맑고 밝은 미소가득한 귀염이가 순간 긴장한다.

'엄마, 무서워'

"괜찮아"

눈을 살짝 가려 주었다.

"귀염이엄마, 우리 아들은 아침에 학교 가려고 준비하다가 뒤로 넘어졌어

지금 저러고 있어 병명도 모른대 온 종일 응급실에 누워있으니

지옥 같다고 집에 가자고 난리야"

이 시간이 벌써 저녁8시

그여자의 아들은 김현식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며 손을 잡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전화번호를 주고 받고 정보를 교환하고 다시 만나기로 하고

밤9시에 헤어졌다.

현식이는" 뇌" 이상이 있는지 다시 사진을 찍어 보고 병명을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부디 아무일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자 이건 언니커피 마셔요 우리가 더 건강해야지  안그래 언니? 우리 즐기자구"

ㅎㅎ올해 서른중반인 내 막내동생보다 어린 미시가

그사이에 내게 팔짱을 낀다.

길 가는 사람이  이렇게 금방 가까워질 수 있나?

어림도 없다. 그만큼 응급실에선 속도감이 생명으로 이어진다.

낯선 우리의 관계도  응급실의 분위기처럼 금방금방 속도 내어 가까워진다.

밀양의 단장면에서 오신 조내성 할아버지의 아드님은 밤새 나랑 이야기하고

뜬눈으로 새우는 유쾌한 방법으로 재미난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ㅎㅎ 환자 못지 않게 보호자의 정신건강이며장기전의 체력전이 버티려면

유쾌,상쾌,통쾌(필수)해야 한다.

물론 응급실엔  불을 꺼지도, 누울곳도 없다.

오로지 앉거나 서거나,걸어다니거나...

귀염이의 왼쪽편에서 다친 입의 상처를 꿰메던 여든살의 합천군 청덕면에서 오셨다는

할아버지는 고통을 참지 못해 무조건 가겠다며 몸부림을 쳐대던

할아버지는  논을 갈다가 경운기에 엎어져서  입안,목,귀가 찢어져서 피범벅으로 고통스러워했는데

하는 행동은 꼭 개구쟁이 아이들 같았다.

10년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서 논밭 농사를 야무지게 지어셔서

아들,딸들에게쌀,콩,마늘,깨,옥수수 별라별걸 다 농사 지어 보내신다는

신기한 할아버지도 응급실의 특별한 풍경의 으뜸상 정도는 되었다.

별별 사연과 풍경이 오버랩 되는 이곳 응급실에서 하루해란 시간개념은 그닥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본 응급실의 24시간속에는 몇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이 내 기억속에 입력이 되고

그 죽음들도 특별한 사연속이라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이 곳을 나가면 또 쉬이 잊어버리겠지.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일어나는 곳이란 것

문 열고 나와서  거리를 보니 길 가는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는듯  일상을 빠른 걸음걸이로 걸어 가고 있는게 아닌가?

응급실에 온 사람들도 다 그런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2008년 4월7일에서 4월8일 오후3시까지 본 응급실 풍경의 일부)

 

시월 어느 멋진 날에....


눈을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 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꺼야

시월의 어느 멋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