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밭고랑에 살어리랏다.

이바구아지매 2008. 6. 6. 09:25

 밭에는 들깨,캐일,가지,고추,옥수수,참깨,완두콩등 먹거리가 가득하다.(언니가 직접 심어 가꾼 채소들...)

 씨 뿌려서 싹이 빼꼼거리며 올라 오는 푸른채소도 있고, 농사짓는 할배는 시도때도없이  밭고랑에 와 본다.

 "허허 술 한잔 해야 심이 나제 고마 일할라모 흥이 안 나는기라"

'할배 내일 술 한 병 사다드릴게요 밭에  가보입시더  저 고추가 너무 쏘물게(복잡하게) 심어 진거 아입니까?"

 "고치는 몇 개나 심었노?"

"130나무 심었는데 너무 쏘물어예?"

"쪼매 쏘물어도 우짤끼고 인자 꽃도 피고 고치가 막 달릴낀데 일찍 심은건 고치가 달랑달랑 달?던데"

 "참말로 씨앗은 심어 놓으모 거짓말을 안하는기라 요보소 싹이 쏘옥쏘옥 안 올라왔나"

 "방학 때 손지들이 오모 저 강냉이(옥수수) 따서 삶아 주어야제 쑥쑥 잘 커라 단비맞고 ,주렁주렁 팔뚝만한 강냉이

졸방졸방 달리거라 "할배는 밭언저리에서 채소들이 잘 자라라고 풀도 뽑아 주고 덕담도 해 준다.

 

 '할배, 참깨 한 번 봐 주이소 하도 싹이 안 나서 비닐로 덮어 주었는데 이래도 됩니까?"

"잘 했네 정성으로 싹이 쏘옥  올라왔네 채소도 자식하고 똑 같은기라 정성으로 자라는기라 "

 "잘 했네 내일쯤은 밭에 약도 한 번 치까? 벌레가 안 설치거로 ..."

 "저 보이소 배추도 파릇파릇하게 올라왔는데 달팽이가 막 달라드네예?"

"그랑께 약을 한 번 살째기 쳐 줘야제 안 그라모 저 배추 빵구 다 나고 남아나지도 않는기라"

 "완두콩 다 따 가가거라 밥에 너 무모 맛이 좋다"

'할배도 콩 까서 밥 해 드시지예"

"나, 개안타 나 묵을 것 다 준비 해서 냉장고에 들어 앉아 있다."

  무공해 깻잎도 따고...약을 한 번도 안친 ...나도 가득 따고...멸치랑 쪼려 먹으려고

 "약 한 번 쳐 줄란다. 붐무기에  약 타서 ..."

'할배, 내일합시다, 제가 술 한병 사고 맛 있는 것 사 오면 드시고 우리밭 배추도 한 번 쳐 줄랍니까? "

"그럴까? 그라모 내일하자 해거름에 약은 치는기다 해 지고 저녁밥 할 때 쯤 온나"

 

 할배네 집은 정겹다. 아주 오래 된 옛날 풍경을 그대로 두고 산다.

아들네는 서울,부산에 살고 할매도 일찍 하늘나라 여행 가시고... 할배는 자식도 떠나고 모두가 떠난 집에 혼자서 집보기를

하신다. 심심하면 밭에 가서 굴러 떨어진 돌도 주워 놓고 밭 언덕 풀도 뽑아 주고...

 "할배, 비닐봉지 하나만 주이소"

"그래 찾아보자 ㅎㅎ 집이 얄궂제?"

"아니라예 "

 '할배,집이 참 깨끗해요."

"허허 아무도 어질러는 사람이 없응께 치울것도 없다"

물은 퍼 담아 놓을란다. "

 '할배, 올해 연세가 어찌 되셨습니까?"

'허허 많이 묵었다 일흔다섯 아이가"

"참 정정하십니더"

"어데 팍삭 늙었지뭐 "

'아니라예 맨날 소오비산 맑은 바람, 소오비 바다  쳐다 보고 사니  그리 젊은 모습인가 봅니다"

 할배, 저녁식사는요?"

"다 해 놨다 묵기만 하모 되는기라 내가 했나? 전기밥솥이 저절로 ~~ 스위치만 꽂고 탁 누르모 밥이 되어 있는걸 뭐

할매도 오래 살았으모 불 때서 밥 안해도 되는 편한 세상 살아봤을낀데 에고 뭐가 급하다고 그리 일찍 갔는지?..."

내일 해거름에  꼭 올끼제 ?"

"예  알겠습니다"

 

우연히 언니를 따라 간  밭에는 별별 채소가 다 심어져 있었고 맑은 공기 ,햇살 받으며 밭고랑 옆에 사는 농사라면

평생을 지어 척척박사인 할배의 도움으로 채소가꾸기에 푹 빠져 있는 언니의 밭에서 상추,깻잎,콩,캐일까지 가득 땄다.

올엔 집안에 바쁜 일이 생겨 밭에 와서 식물들이 자라 있는 모습을 몇달만에 본다.

 

하얀 감자꽃이 핀 풍경도, 바람에 살랑살랑 거리던 옥수수도 보고, 고추대에 기대어선 고추도 꽃을 피워

올리는 모습이 평화로웠던, 농사 가득 짓는 밭농사가 흐뭇하게 미소짓게 하던 하루...종일  나는 언니네 밭고랑에서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흙을 밟고 있었다.(2008년6월5일목 )바람이 많던 하루~ 거제시 연초면 소오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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