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모감주나무 아래에 서면 누군가가 생각난다.

이바구아지매 2008. 7. 7. 07:38

아주 오래 전 수백전부터  아니 천년 전에...

한내바닷가에는 모감주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전설처럼...

아버지가 할아버지 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모감주나무는 늘

그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터졌다.

동족상전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이념전쟁으로 형제자매에게

 총칼을 겨누었다.

 그 아픔으로 북의

동포형제들이 남으로남으로 피난을 왔다.

이곳 한내마을에도 어김없이  초라한 보퉁이를 든 피난민들이 낯설기만

한 섬으로 몰려 들었다.

 

 그들은 뜻밖으로 낯설기만한 곳에 와서 익숙하지 않은 섬생활을

하게 되었다.

바닷가의 새 생활에 적응하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름엔 참께도 심어 꽃 보며 곧 고향에 돌아가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모감주나무엔 노랗게 꽃이 피고

북녘에서 온 아이들은 첫여름을 모감주나무의 꽃을 보며

바다로 멱을 감으러 가고

새로운 바닷가 생활이 시작되었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거리로 따진다면 중국이 더 가까운 북녘땅 사람들...전쟁이 없었다면

 이곳 거제도에 올일이란 도대체 없었을것이다.

거제도의 품은 가난하지만 넓었다.

그들을 다 감싸 안아 주었다.

 

전쟁은 끝났다.

 잠시 머물렀던  곳 불편하였지만 가난한 날의

추억을 안고  그들은 서울로,부산으로 모감주나무 곁을 떠나갔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여 더러는 성공하여 다시 모감주나무 숲이 그리워서

찾아 오는 이도 있다. 어슬프게  내가 살았던 마을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아리송한 기억속을 더듬으며 물어물어

찾아 오는 이들...

하지만 세월은 많이 흘러 그 때 마을의 풍경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때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간혹 마을을 지키고 사는 연로하신 분들은 토막토막 옛기억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시절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모감주나무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소풍을 갔거나 더 큰 포부를 가지고 마을을 떠나가고 없다.

아릿한 추억 몇컷을 가지고 찾아오기엔 너무도 많이 바뀌어버린  동네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라도 가슴에 담은 고향은 그리운 것

혹 고향을 찾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달려 가 보면

시린 가슴이 따뜻해질것이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이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아주 평범한 사람이든  따뜻하게 감싸주는 곳이다.

모감주나무를 보니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스친다.

오징어가 빨래줄에 널려진것마냥  축 늘어져서 그네를 탄다.

해풍에 말리는 오징어는 비린내도  안난다.

파리 한마 리도 날아들지 않아 청정해역의 오징어는 정말 맛있겠다.

 

구름이 산봉우리를 덮은 저산으로 올라가려는데 낯선 동네라서

물어 가려니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밭고랑 가득한 고추도 내가 가려고 하는 앵산길을 알텐데...

마을로 들어섰다.

 

 저기요 앵산에 가려는데요?

비 온 뒤라 도랑물이 돌돌돌 소리내는 동네의 모습이 참 깨끗하다.

 와우! 정자나무 , 여름엔 시원한 그늘로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들어

수다를 떨며 한여름을 보낼 곳, 읽어 보니

수령300년된 느티나무와 이팝나무라고?

이팝나무는 5월에 하얀꽃을 피워 꽃잎이 떨어져 누우면 밤엔 하얗게 눈이

내린것처럼 곱다고...

마치 화이트크리스마스를 보는 것 같아서

5월이면 이팝나무꽃이 그리워서 미치는 사람들도 있단다.

 

 이팝나무 아래서 만난 사람들...

"너 은아 아니니? 나야 거제외국어학원샘"

 

"어머나 선생님,  저 은아입니다. 방학내서  집에 왔어요."

"반갑습니다. 은아애비입니다"

이렇게 이팝나무 아래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사양을 해도 시내로

가려던 은아네는 우릴 기어코 집으로 가자고 잡아 당긴다.

"ㅎㅎ 그럴까? 그럼 잠깐만 "

우리는 그렇게 은아네 집으로 가고 있었다.

때로는 이렇게 갈길의 방향을 틀어도 기분이 더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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