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일찍 챙겨 먹고 집을 나섰다
밤을 보러,밤속으로 빨려 들어 가 보고 싶어서
저녁 7시 26분경의 우리동네 하늘과 바다를 디카속에 담아 보니 빛깔이
익어가는 복숭아 빛깔이다 더러는 회색과 검은 빛깔도 띄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과,바다와 풍경이 서로를 물들이며 밤으로 달려간다
느리게느리게...해송이 뾰족뾰족하니 도드라지며 저녁 노을속으로 검은 옷 갈아입고
기어든다
낮에 보면 멀쩡한 사물들이 저마다 검은 옷을 입고 엉컴해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본래의 빛깔을 감추고 가면의 탈을 쓰는 시간이 온다
다시 환해진다
하늘은 파란빛깔로
바다도 파르라니 서로를 닮아간다
밤이 내리는 건 휴식을 의미한다
하루의 일상을 접고 푹 쉬라고
어둠은 무섭기도 하지만 편안하기도 하다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던 여름해도 살살 꼬랑지가 짧아지기 시작한다
입추가 지나니 더 짧아진게 시각으로 느껴진다
바다는 갈매기가 날아야 폼이 난다
바다는 고기가 살랑거리며 헤엄쳐야 바다다
바다에 작은 고깃배가 통통거려야 살아있는 바다다
바다에 어부가 없다면,등대가 없다면 바다는 무엇으로 살까?
아직도 우리동네는 해바라기가 한창이다
여름내도록 해를 바라보며 뱅글뱅글 돈다
바다를 지키고 섰다
저녁노을이 너른 하늘바다에서 춤춘다
가만 지켜보니 별별 동물모습으로 연출을 한다
그것도 심심한지 사람모양을 하다가 , 임금님의 왕관모습이다가
머리 풀어헤친 처녀귀신 모습이었다가 발레하는 고운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무가 되었다가, 멋진 알람브라하 궁전이 되었다가 ...
밤은 검은빛깔이다 하늘 저 끝자락에서 검은 실루엣을 펼쳐나오는지?
검은 빛깔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밤속으로 걸어간다
하늘의 24시는 세상의 그림쟁이들이 다 모여서 끊임없이 그림을 그려대는 것 같다
초보에서 프로까지
하늘은 또 가끔 삐에로가 되기도 한다
울고, 웃기고...
밭고랑에서 김을 매는 아지매는 초저녁은 선선하여 일하기 좋다고
어둠사이로 지심을 맨다
디카가 번쩍하자 "봐라 번개친다 비 올랑갑다 어서 집에 가자
하늘에 저녁 북새가 안 떴나"
일기예보 박사 아지매들이 하늘을 올려 다 본다
숲속의 나무들도 , 멀대같이 커버린 쑥대나무도
밤에는 휴식을 취하겠지
다시 또 하늘바다에는 고양이가 나온다
고양이는 바다의 생선을 탐하고 싶다
바닷속 고기들은 유유히 유영을 하고...
엷은 잉크색으로 변하고
아 드디어 몽돌 친구들이 어둠에 묻힌다
파도에 묻힌다
저녁 7시 49분에 세상은 온통 어둠속에 빠졌다
등대는 불 깜빡이고 고깃배도 불 밝혀서 포구로 돌아온다
방파제로 더위를 피해 달려 온 사람들만 와글와글댄다
달은 이제 환하게 바다를 비춘다
은파가 곱게 빛난다
어둠속의 신비로움이 살살 살아나는 시간이다
2008년8월13일 저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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