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비 오는 날에는 호박 부침을 부치자

이바구아지매 2008. 8. 16. 07:57

 아침부터 부친 호박부침 , 달짝지근하다

부산으로 치아교정하러 가는 두 딸들에게 먹어보라고 억지로 들이 밀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들이미는 호박부침이라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열심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몸에도 좋고 달콤하며 호박향이 풍기는 부침을 해 주었더니

하는 말이 오후에나 저녁에 먹으면 맛있겠지만 아침부터 먹기는 좀 그래요

아니 호박부침이 어때서? 아침에 더 좋은 것 아닌가?

딱딱하지도 않고 보들보들 물렁물렁 이가 없어도 씹어 넘기는데 지장없고 소화 잘 되고...

하여튼 요즘 아이들이란 ...도대체가 신토불이 좋은지를 모른다.

 

요즘은 들녁이나 밭언덕에 가서도 덩그렇게 익어가는 호박 구경하기도 쉽지 않다

올해는  정말이지 늙어가는 호박은 아예 구경도 못할지경이다

풋호박이 주렁주렁해야 늙은 호박이 있을텐데

작년 가을에 보니 겉은 멀쩡한 호박이 속에는 벌레가 가득한것과

호박넝쿨이 타고 올라 간  울타리에 달려있던 호박도 쪼개보니 안이 벌레먹어 다 썩어 있었다

무슨 병이라고 하던데,방송에서도 병들어 가는 호박에 대해서 걱정하며 농촌에서

�은 호박을  잘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여 우리나라의 호박이 절단나겠다는 소식을

심각하게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해마다 호박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더구나 올해에는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서 이고 오시는 보따리속에도 호박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이제사 말이지만 해마다 어머니는 호박을 수십덩이씩 갖다 주시면  반쯤 먹고 이웃에 좀 나눠 주고

 남는 건 장식용으로 두었다가 결국 겨울에 얼어서 버리거나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호박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지천이 호박인데다가 호박요리라곤  갈치에 호박 덤성덤성 쓸어넣고 조림하기,애호박 부치기, 호박나물하기,호박부침부치기가 고작이었으니

제과점에 가 보면 호박케�도 있고 호박빵도 많았는데 나는 색다른 호박요리를 생각조차

해 본 일이 없다

울릉도의 호박엿도 맛있고 호박캔디도 맛있었지만 전문요리사만 할 수 있는거라고 단정지었다

나는 돈 들고 가서 사 먹는 사람

한 때는 나도 요리에 관심이 무지 많았다 요리책을 사다가 특별한 요리도 해 보고

또 응용도 해 보고 그랬지만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엄마한테 물러 받은 요리법 조차도

다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 엄마가 해 준 호박떡은 설에 먹으면 정말 맛있었는데 호박우거리라하여  가을에 호박 따면 꼭지를 따고 속을 파 낸 다음 칼로 둥글게둥글게 잘 잘라서(사과 껍질 끊지 않고 깍듯 그런 모양으로) 울타리에도 걸쳐 놓고 초가지붕위에서도  서리가 맞도록 잘 말린 호박우거리는 정말 단맛을 냈다 그 우거리로  하얀 떡가루 속에 돔박돔박 잘라서 넣어 버무려서  백설기떡을  해   

먹으면 얼마나 달짝지근하던지 ...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일하기가 통 싫어짐)? 게으름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서  ?

손 발이  부려만 먹어 힘들다고 데모를 하니 눈치보느라고  한 동안 음식 만들기를 소홀히 했더니

실력이 점차  줄어 들어  할 수 있는 요리가 몇가지  안 된다

 

나는 딸이  많아서 사위도 몇차례나 볼텐데 음식 잘못하는 장모, 사위들도 좋아하지 않을텐데...

 

아침에 딸들의  아침식사로 좋겠다 싶어서  마음먹고 오랫만에 어제 호박부침  준비를 해 둔 걸

냉장고에서 꺼내  부쳐 주었다 아침밥상에서  두 세 번 떼어 먹어 보더니 저녁에 돌아와서 먹겠단다.

아침상에 올린 부침이 맛이 없었나?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음식궁합도 맞아야 하고 때와 장소도 맞아야 한다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길래 오늘은 호박 부침을 부치면 딱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했는데 뭐 빛깔도 누르끼리하고 먹음 직스럽지 못하다 내가 봐도 (꼭 뭐? 빛깔같다)

ㅎㅎ  그럼 아주 고운 빛깔로 ?  참 치자물로 입혀 볼까?(작년에 밭에서 딴 치자가 있는데)

저녁에 딸들이 돌아오면 샛노란 호박부침을 부쳐주면  반색을 하고 좋아할까?

참 이름도 중요하지   '호박피자'라고  음 그 참 좋다

참 아침부터 호박피자라고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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