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집으로

이바구아지매 2008. 8. 20. 06:10

 결명자꽃이 곱게 피었습니다

노란 꽃이 수줍어서 잎새 뒤로 숨어듭니다

결명자는 시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사람들은  결명자차를 즐겨

마시기도 합니다.

 

 

 농부아저씨가 밭에 퇴비를 뿌립니다

퇴비는 풀을 가득 베어서 건초더미를 만들어 �인것입니다

퇴비냄새가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 다닙니다.

 

 

 이웃집 요안나 할머니도 해거름에 밭에 나와서  밭일을 슬슬 해 보려고 장갑을 낍니다 엊그제 마늘 심고 오늘은  밭 이랑을 곱게 만들거라네요

 

 

 거름 다 뿌린 아저씨가 이번에는 비료를 메고 갑니다

비료를 또 뿌릴건가 봅니다

 

 

 바닷가로 가던 길에 집앞에서  길 건너에 사는 요안나할머니를 만나 그 길로

밭으로 따라갔습니다 요안나할머니의   밭농사가  궁금하였습니다.

 

 

 요안나할머니의 밭에는 참깨꽃이 가득 피었있고 들깨, 도라지꽃도 가득했습니다 가끔씩 밭에서 땄다면서 고추도 주시고 , 대파,양파,고구마도 주십니다

요안나할머니는 34년동안 시어머니를 모신 분입니다

얼마전에 시어머니가 치매와 노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요안나할머니는 올해  쉰여덟살입니다

천주교 신자로 늘 만나기만 하면 마음을 곱게 쓰며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하시는 살아 있는 성경책입니다

저 때문에 이야기한다고 일이 제대로 되는 것 같지를 않아 슬그머니

가겠다고 인사하고 푹신거리는 황토밭고랑을 빠져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나무와 나무사이를 언덕처럼 '사위질빵풀'이 얽기설기 아름답게 수 놓여 있어 다시 마음을 빼앗깁니다

  꽃잎을 하나 툭 따서 냄새 맡아 보았습니다 하얀 꽃들이 정말

소담스럽습니다 꽃들은 서로가 한몸인듯 꽃울타리가 되어 작은 동산을

지킵니다

 

 

 한창 해넘이가 시작되더니 고운 햇살꽃이 거제도 동쪽 지도끝 산자락 너머로

숨바꼭질 하듯 숨어버립니다

참 아름다운 해질녘입니다.

 

 

 바다로 갔습니다 파도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잠 자는 듯한 바다 위로 갈매기가 가득 날고 있는 포구의

풍경을 일상처럼 바라보다 가져 간 책과 신문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아주 잠깐

한 30분 읽었나?)

 

해가 진 바다는 정말 조용했습니다 저녁7 시40분이 되니 다시 배가 통통 거리며

먼 바다로 나가고 날아오르던 갈매기는 갑자기 물위로 내려 앉더니 잽싸게

고기를 베어 물로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정말 대단한 갈매기입니다

갈매기는 총기가 있어 통통거리는 빈 배엔 접근하지 않습니다

만선으로 돌아오는 배 주위엔 가득 에워싸고 좋아서 환장을 하며 배를

포위하는 갈매기들의 비릿내 맡는 실력은 알아줘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해녀들을 만났습니다

성게를 다 깐 해녀들이 오늘 일을 끝냈다며  깐 성게를 몇 kg씩 나누더니

오야지 해녀가 "자 이건 할머이꺼, 요건 경자꺼,요거는 혜숙이꺼,그라고 요거는 춘자꺼다 냉장고에 다 가져다 넣고 오늘 일은 다 끝냈네 수고들 했어"

하고 말하자 성게봉지를 들고 어촌계로 들어갔습니다 앉아서 성게를  실컷 까던 해녀들의 엉덩이에서도 성게 냄새가 피어 올랐습니다

어촌계 안 빨래줄에는  전구의 불빛과 바람결에 해녀복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이고,

등대 근처에는 반딧불이 온 바다를 에워 쌌습니다 밤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의 낚싯대 끝에는 정말이지 파란 반딧불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이제 기분좋게 집으로 갑니다 나는 아무런 한일없이 그저  구경만 한 구경꾼입니다

밤 하늘에 뜨지 않는 달을 빨리 뜨라고 재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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