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가을이 오면

이바구아지매 2008. 8. 21. 10:43

 

 텃밭의 감이 오동통통  푸른 살이 차 오르고

뾰족침이 톡톡 쏘는 알밤이 영급니다

 

해를 따라 돌던 해바라기는

 꽃잎 툭툭 털어버리고    잿빛씨알  살찌우고

누런 콩도  콩타작을 하여 멍석에 말립니다

 

 빨갛게 익은 고추도 반쪽으로 갈라

바씩바싹 잘  말려서 태양초라 이름 달아 줍니다

 

황토밭 고구마도 제법  알이 통통하니  굵어지고 단단해집니다

나락은  더 푸르게푸르게 키를 키웁니다

 

사과도 익어가고

포도는 익어서 달콤상큼하여 한알 입안에 톡 따 넣으면 지나간  그리움이 콕

하고 씹힐 지경입니다

발그레한 빛깔이 한입 쏘옥 베어물면  꿈결같은 복숭아 맛...

 연두빛 대추도 윤기내며  익어갑니다

 

고추같이 매운  한더위를 피해서 이제 벌초를 시작합니다

띠풀이 무성하게 키를 키우고 옻나무,때죽나무,굴참나무가 무성한  풀숲에

여름은 따가운 햇살총을  마구 쏘아댔습니다

 

빨간 고추잠자리가 마당가운데 빨랫줄 간짓대를 맴돌고

방아깨비가 방아를 찧는 날. 매미는 나뭇가지에서

앙칼지게 마지막  노래를 토합니다

 

이제 가을이 오는 소리가 쬐끔씩 들립니다

가을이 쬐끔씩 느껴집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 저만치로 오고 있습니다

가슴이 텅 비어버리는 공허함을 그 무엇으로 채워야겠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보는  계절입니다

 

노을빛 가득 담겨 찰랑거리는 저녁  바닷가에서 쓰르라미 울던

 찬란했던 여름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 여름은 신기루처럼   아름다웠노라고...

 

다정한 연인이 되어   꼭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해에게서 온 가을에게...

 

 

 

* 2008년 8월20일 저녁무렵, 장승포에서 낚시를 하는 젊은 연인들:사진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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