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풀베고 밭메고

이바구아지매 2008. 8. 21. 22:09

 

 뉘집 산소인지 막 벌초 끝낸 모습이  성성합니다

 

 벌써 깻단도 베어  말립니다  시퍼러둥둥한 깻단이 아직은 햇살에 더 익어야 할 것 같은데...

 

 예초기를 맨 아저씨가 해거름에 공원 풀베기를 합니다 풀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이런 낭만이??? 모자에 수건 눌러 쓴 아지매들은 아저씨들이 척척 베눕혀 놓은 풀들을 모아서

옮깁니다 예전같으면 건초더미를 만들텐데 요즘은 건초더미를 만드는 일은 구경하지 못합니다

바다를 보며 일하는 아지매들의 풍경은 마치 또 다른   밀레의 '만종' 같습니다.

 

 천지에 풀비린내만 남기고 아저씨,아지매들이 오늘 일 끝내고 돌아갑니다

배룡나무 꽃길사이로...

 

 말끔하게 풀을 베었습니다 하지만 아쉽습니다 건초더미도 만들지 않고 풀벌레들이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가득 피었던 고운 들꽃들은 예초기가 다 쓰러뜨렸습니다 그 많던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밭에서 지심(풀)도 메고 고구마도 몇 알 캐 보는 아지매는 다리에 쥐가 나도록 쪼그리고 앉아

저 넓은 황토밭을 언제 다 멜지, 오늘  해거름에는 다 못 끝내고 내일 다시 오겠지요?

 

 막 벤 풀비린내 가득한 풀더미를 마발대(갈구리)로 척척 긁어 모아 안고  풀숲에다 척

갔다 버리는 아지매의 일하는 모습입니다

 

 

시에서는 가끔씩 저렇게 공원길의 풀을 베 주곤 합니다

베어버린 풀속에 들꽃들이 가득해서 먼저 온  가을을 느끼기에 그만이었는데 아쉽게

사라져버리고  들꽃이 만발했던 숲속길은 단정하지만 민둥의  황톳길이 되었습니다

 풀내만 풀풀날리고 ...

그 많던 짱아,거미,방아깨비,여치,땅에서 콕콕 기어댕기던 왕개미떼들,지렁이

하여튼 이름도 잘 모르는 풀벌레들이 깜짝 놀라고, 더러는 테러를 당했을테고 또

 피난도  갔겠지요

 

당분간 이 지역은 곤충들의 재해지역으로 선포를 해야할 판국입니다

 

칼날에 희생 된 풀벌레와 꽃들에게 명복을 빌어보며...

 

 

 

 

(2008년8월21일(목) 양지암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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