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가을속에는...

이바구아지매 2008. 9. 9. 17:36

 

 

장독대 위에는 툭툭 떨어진 감들이  엉덩이를 내밀고 엎드려 있습니다

곧 홍시가 되려고 햇살양념으로  버무렸더니  ~~말랑말랑 ~

그런데 누가 먹을까요?

 

 

 

옹기종기 모여앉은 감식구들을 우리동네에서는 '오래감' 이라고 부릅니다

모두 열네개군요

우리가족이 먹으려면 2개씩 먹으면 싸울 필요도 없어요

홍시(연시)가 되면 이 없는 할머니도 먹기 쉬워요

씨도 없는 것이 ...맛만 좋습니다

 

 

깻단을 세워서 말리는 중입니다 

장독대의 항아리에도 넌지시 기대어 놓구요

가을 햇살에 말리면 금방 고소한 참깨가 톡톡 떨어져요

바닥에는 고 자잘한 깨알들이 수시로 떨어지니

잘 받쳐 주어야 합니다

참깨를 털면 참기름도 짜서 비빔밥에 넣어도 먹고

깨소금은 잘 찧어서 찬장에 넣어 둘 겁니다

ㅎㅎ 어린시절 찬장에 넣어 둔 깨소금병을 오다가다 콕콕 찍어 먹고

조금씩 꺼내 먹다가 그만 팍 쏟아져서 주워담느라고 혼이 난 적도...

 

 

밭에서 벤지 얼마되지 않은 깨들을   우선  이렇게 말립니다

잠깐 고구마를 파고 있는 동안에도 햇살에 잘 말려야 합니다

물기를  빨리 건조시켜야 깨알이 단단해집니다

그래야지 이름 그대로 '야무진 '참깨'가 됩니다 

 

 

밤이 살짝 내리기 시작합니다

시골의 밤은 유난히 일찍 내립니다

아이들은 이제 씻고 저녁 먹고 이내 골아떨어지겠죠?

시골집 대문가의 아이가 방긋 웃어 줍니다

수줍어 하면서도 아는 척하는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밭에다가 나락껍질(매짐치라고도 부름)을 모아두고 불을 지릅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이 고즈녁합니다

곧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갈 시간이 옵니다

 

 

분이아버지가 염소를 몰고 옵니다

실컷 풀 뜯어 먹고 놀기만한 염소를 말없이 데려오는 폼이

꼭 자식을 데려 오는 느낍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 갈 시간입니다

매~애 ~앰~ 하고 염소가 분이아버지를 따라갑니다

가다가 유성이 흘러 내린것처럼 염소똥을 톡톡 흘리며 가는 모습도 밉지 않습니다

 

 

 

벼들은  가을기차를 타고 달려갑니다

벼가  잘 익어서 탈곡하는 날 ,가을기차는  곳간이란  종착역에 도착할겁니다

그리고 긴 잠을 잘 것입니다.

 

(2008년 9월 8일 송정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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