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고구마캐기

이바구아지매 2008. 9. 9. 17:14

 

 

아직 고무마를 캐기 이른 시기인데

어쩔 수 없이 고구마를 캔다 멧돼지가 하도 출몰하여 고구마 밭을 파뒤집어 엎고

맛난 고구마는 다 파먹어 버리니 할 수 없이 추석도 되전에 고구마를 캔다

고구마 줄기는 따서  고구마김치도 담고 연한 순은 데쳐서 젓국으로 묻혀 먹으려고

 

 

 황토밭에서 나는 고구마는 달고도 맛 있다

 

 

 어머니는 고구마한개라도 멧돼지한테 뺏기기 싫어서 고구마를 판다고 마음조차 바쁘고

 

 

 

 허리를 다쳐서 아픈 이웃할머니도 어머니를 거들어서 고구마줄기에 퍼질러 앉아서

반찬거리를 준비하고 ,

 

 

 혹시 고구마에 상처가 생길까봐 조심조심 호미로 고구마 근처를 후비며 흙을 살살

돌려가며 파 낸다 정신을 오로지 고구마파기에 쏟아야지 곁눈질이라도 하는 날에도 사정없이 고구마에

흠집이 나고 만다

어린시절 고구마를 팔 때 호미로  잘못하여 고구마를 콕콕 쫓아서 하얀 액이 주루루 흐르고

손에 묻으면 진득거렸다

시간이 지나면  시커먼 얼룩무늬처럼 자국이 남아 며칠동안 없어지지 않아서 또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해가 서산을 넘으니 마음이 바빠지고...

 

 

조선나이키를 신고 토시차고,  아들이 쓰다가 퍙개친 모자를 눌러 쓰고, 깔깔한 몸빼를 입고

손에는 빨갛고 두꺼운 페인트칠이 된 목장갑을 끼고 ,양말은 손자들이 신다가

늘어나서 버리려던 양말을 주워 신고 , 열심히 일하신다

손자들 삶아 먹일려고

 

 

어머니의 초상화

 

 

아무리 하던 일이 바빠도 며느리가 원하면 즉석에서 포즈도 취해 주신다

참 마음 착한 어머니, 우리어머니...

그라모 내가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가나?"

네 어머니  당근이죠 어머니가 안 올라가면 누가 올라갑니까?

그 잘난 멧돼지가 올라갑니까?

 

참말로 그 놈의 멧돼지는  양심도 없지럴

꼭 좋은 것 ,이뿐 것 맛난 것만 쏘옥 쏙 파 안 묵었나 참 얄궂제

 

 

우짤끼고 이왕지사 이래된걸로 고마 남은거나 다 파 치우자

오늘 못 파모 오늘 밤안에 다 정친다

멧돼지는 어느기 맛있는긴고 청성스레 알아맞춘다아이가

잘몬하모 우리 고추같이 야문 범일이하고 귀염둥이 가나 줄 고메하나도 몬건진다

어서어서하자 해가 서산을 넘어갈라안쿠나

 

어머니의 빨간 장갑 낀 손이  바쁘기만하다

 

 

 

해질녘에 부리나케 전화호출을 받고 달려 간 시간에 남은 고구마줄기를 다 걷어내고

네 이랑의 고구마를 팠다

정신없이, 해가 서산을 넘자 모기소리가 더 앵앵거리고...

 

 

 마음이 바빠서 파는 고구마는 자꾸만 찍혀서 하얀 액을 줄줄 흘린다

고구마를 자꾸만 쫒으모 우짜노 맛도 없고 멋도 안나는데 불량품으로 만드노

가나에미가 찍어 놓은 불량품은 니 다 무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요리는 고구마케잌으로 할게요  얼마나 맛있는데 요

말을 몬하모 밉지나 않제 내사 고마 두손 두발 다 들었다아이가

그럼 어머니가 절 이기겠습니까?

그래 졌다졌어 내가 니를 우째 이기겠노

 

 

ㅎㅎ 내가 파던 고구마  순간포착을 ...아주 매끈하게 흠집 안 내고 잘 팠구나

 

보입시다 울어머니 얼마나 깔끔하게 파는지 검사 들어갑니다

 

 

 

 

내가 판 고구마는 내가 가지고 가고

어머니가 판 고구마도 내가 가져가고

이웃집 할머니가 딴 고구마줄기,고구마순도 다 내가 가져간다

참 욕심도 많다 ㅎㅎㅎ

 

 

 

내가 가지고 갈 고구마줄기랑 고구마 순

이웃할머니는 내가 늘 예쁘고 귀엽단다

다 가져가라신다

더 따 달라면 또 따 주실거라나?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요 사진은 다음 블로그에 한 장 빌려 왔어요.멧돼지 구경하라구요.

 

와우 요놈의 멧돼지가 고구마밭을 다 정친 장본이랍니까?

나쁜 넘 면사무소에 신고하면 나와서 총으로 팡팡 쏴 준단다

ㅎㅎ 그런데 멧돼지는 밤에만 내려오니 어떻게 잡는다?

고놈 콧구멍 한 번 동그랗다

저 콧구멍이 그리 잘난 콧구멍이라고

조래 생기면 후각이 굉장히 발달한 멧돼지코가 되는구나

 

멧돼지야, 미안하게 되었네 니가 오늘 밤 파 먹을거라고 점 찍어 둔 곳 내가 다 파간다

ㅎㅎ 약 오르지롱

 

(2008년9월8일 (월) 연초면 송정리 밭에서 고구마를 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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