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아들네 오모 줄라고

이바구아지매 2008. 9. 13. 05:19

 

 

어머니는 깨를 털고 계십니다

추석에 오는 아들네 줄려고 ...

어머니의 정성으로 농사지은 깨소금으로 고소한 양념하라고...

아들네가  오면 줄려고 오만 정성을 다 쏟으십니다

.

 

 

 

배룡나무꽃이 활짝 핀 고향집에는  어머니가 홀로 살고 계십니다.

평생을 농사지으며 자식만을 생각하는 늙으신 어머니가 계십니다 

이제 늙으셔서 깨알속의  잡티를 다 가려내기도 힘이 듭니다 

무릎의 관절도 쑤씨고 아픕니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더 고통스럽습니다 

그래도 아들네가 오는 추석이 기다려집니다

무얼 더 챙겨 줄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 아들네가 온다는데 무신 선물을 주모 좋을꼬? 내사마 줄게 없네..."

라며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들떠 있습니다

훌륭하게 자란 내 아들이 온다고...

 가진 것은 없어도,배운 것은 없어도, 자식 낳아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어 키웠습니다

여름 내도록 땡볕에서 아들만 생각하며 깨를 키웠습니다

한알이라도 흙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보자기를 다 들고 가서 깻단 아래 펼치기도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시력이  나빠져서 자잘한 깨알이 밭고랑에 빠지면 주울 수가 없습니다 

마른 깨를 통통 두들겨서 깨알을 받아냅니다 

키에 담아서 키질을 잘 하여 껍질을 날려 보냅니다

이 작업을 잘 해야 깨알들이 고운 모습으로 남습니다 

60년 농사를 지은 어머니는 농학 박사보다 훨씬 전문가이십니다

실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험으로 많은 양은 수확하지 못하지만 정성으로 ,부지런히,양심적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늘 그랬습니다

하늘을 우르르 한점 부끄럼없이 ... 

껍질과 잡티를 다 날려 보내고 이제 가을 햇살에 말립니다

"햇살이 참 좋다 깨말리기 진짜 좋은 날이다"

아들이 온다는 생각에 땡볕에서 일해도  기분이 좋기만 합니다

이번에는 친척들에게 나눠 줄 깨를 다시 키질로... 상가 사람들께 추석 선물로... 사촌고모,육촌고모,

.서울에서 오실 육촌 화야아저씨도    맛보게  해  드릴거라고...

 햇살이  따가워서 땀이 줄줄 납니다

 자식을  키우듯 농사일도 다 정성이 가득 들어야 합니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농사가 자식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밤 낮으로 돌봅니다

키질도 아무나 못합니다

오랫동안  숙련된 솜씨라야 저리 곱게 됩니다

초보가 키질을 하면  깨알을 다 날려 보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제게 절대로 맡기지 않습니다 

정말 참깨맛이 고소할것 같습니다

오늘은 한두차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어머니는 아직 덜 마른 깻단을

햇살에 더 말립니다 혹시 갑자기 비라도 내릴 것을 대비하여 깻단을 묶었습니다 

휴~ 하고 한 숨을 내 쉬어봅니다

추석 때 올 아들에게 줄 깨를 터는   기분은 정말 흐뭇하였습니다

 

"후후후 아들이 ...내 아들이 추석에 온다쿠네"

 

모두가 넉넉하고 아름다운 한가위가 되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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