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고향에서 보내는 가을편지

이바구아지매 2008. 10. 11. 10:36

 

 

 

 

 

 

 

 

 

 

 

 

 

 

 

후후 아침에 일어나니 찬바람이 실실 뼛속으로 스며든다

이제 가을이 잘  익어서 겨울고개를 넘을랑갑다

춥다 손이 호주머니속으로 기어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입에서 새하얀 김이 솔솔 나오겠다

 

어제 장승포 망산 등산로를 넘어서 신부동 6길 뒷산 까꼬막 언덕에서 장승포를 내려 다

보고 가을을 좀 담아봤다

뻘건 황토밭에는 고메가 땡땡 여물어 가고

파란 배추도 넙적넙적 나풀거리니  겨울 김장김치 생각이 덥석 들더라

장승포 항구는  한가한 가을볕에  꼬박꼬박 졸고 ...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의 가을 풍경도 곱기만 하더라

도저히 살아내지 못할것만 같은   가난이 물어뜯는 집에서도

마늘을  까며 가을 풍경을 곱게 그리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할매가  정겹고

가물어서 밭에 물 주려고 물통 심어 놓은 밭고랑도  정겹고

언덕 위의 꼬방동네 사람들에게도 가을 풍경은 넉넉해 보이더라

감도 주렁주렁 , 빨랫줄에 빨래도 살랑살랑

풀 베서 태우는 연기가 모락모락 ~~이것이 고향의 풍경이더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가을은 풍성하더라.

 

(2008년 10월 10일 장승포 신부동 뒷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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