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박타기

이바구아지매 2008. 10. 21. 09:14

참으로 .넉넉한 가을햇살이었습니다

  박도  탐스럽게 익었습니다

 말연씨는 울타리에서  잽싸게 박을 따 왔습니다

이제부터 슬근슬근 톱질하여 박속에서  '금은보화'  가득 나오면 불우이웃 돕기하고

 박속은  꺼내 반찬할겁니다

혹시 하얀 쌀밥이라도 나오면 배 불리 먹고 ...

박바가지는  그늘에서 잘 말려 물바가지,쌀바가지로  쓰고..

 

지금부터 옛날이야기 속의 흥부네집 박 타는 모습을

구경들 하세요 ㅎㅎ

 말연씨는 박도 잘 타십니다.^^*

 

 

 

먼저 익은 박을 따 왔습니다

어디서 땄느냐구요? 초가집 지붕? 아니에요 울타리에서 따 왔습니다.

박의 운치는 초가지붕에 매달려서 달밤에 하얀 박꽃을 피우고 달같은 박이 둥글둥글

초가지붕 위에 올라타고 있어야 제격인데

언젠가부터  박은 초가지붕과 이별하고 울타리로 이사를 갔습니다

 

  말연씨는  슬근슬근 톱질을 시작하였습니다

"슬근슬근 톱질하세  금이 나올까 은이 나올까 고것도  아니면 도깨비가 나올까?

금이 나오면 금니하고 은이 나오면 가락지하고 도깨비가 나오면 싹싹 빌어야제 "

말연씨도  신이 납니다  

 펑 에공 금은보화가 가득 들었네요  촘촘하게 박힌 건 박진주라네요

흥부네집 열두아이들도 저 박속이면 한끼 식사가 되려나???

 박 속은 긁어내서 박나물도 하고 박국도 끓여 먹을거라네요

무공해 식품으로 아주 좋답니다.

 박속은 깨끗하게 훑어 내고  잘 다듬어야 멋진 박바가지가 됩니다

두 개의 바가지를 만들어질겁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날 박이 주렁주렁 매달린 초가지붕을 보던 때가 다시 그립습니다

 

 박속에선 하얀 박냄새가 솔솔 풍깁니다

박냄새에 이끌려  아픈 허리를 끙끙대면서도 박속이 궁금하여 아픈 허리를 무릎쓰고 나와서

구경하는 정애언냐가 한 마디를 툭 던집니다

"히야,고 박속 참말로 부자네 별게 다 들었네 요거는 말연이표 박이제 하하하

나사마 박속 구경 첨 하네 "

정애언냐가 무지 신기해 합니다

 

 하얀 박속을 들어내 놓고는  밤을 기다립니다 박은 밤에 보는 것이 제격이거든요

 하얀 박속

 ㅎㅎ 김말연여사가 톱질을 합니다

박속은 단단하여 톱질을 해야만 하는데 이제 말연씨는 옛날만큼 그리 재미난 박타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박 '

 

초가지붕 위에서  박꽃 피우던  달 밝은 밤에 박꽃을 보는 건 어찌 그리 서럽던지...

박꽃을 보면 괜히 눈물이 나더랍니다

고추같이  매운 시집살이에 눈물이 나고,

아이들이 배 고파 징징대서 눈물이 나고,

집 떠나 먼 남양에 배 타러  간 남편이 보고싶어 눈물이 나더라는, 그 달 밤도 박꽃이 하얗게

피어  애꿎은 그림자만 밟으며  마당가를 서성거렸더랍니다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비 내리던 날  (0) 2008.10.24
호박죽이야기  (0) 2008.10.24
피터 팬  (0) 2008.10.20
표정  (0) 2008.10.17
여자란 무엇으로 사는가?  (0) 2008.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