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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매미들이 나뭇가지에 꼭 올라붙어 목숨바쳐 노래하던 버드나무...
꿈같은 세월을 흘려보낸 늙은 팽나무...
늙은 팽나무는 자신의
가지로 공간 연출하여 배 띄우는 멋진 예술가...
방심하다가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세월이 무작정 흐르더라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리고 등이 굽고...
아침해가 청춘이라면 지는 해는 황혼이라고 아차하고 방심하는 순간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은 훌쩍 ...
힘들여 굽은 등 억지로 펴고 이 길 걸을날이 얼마일지?
인생은... 그림자 진 길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 같은 것 ...
그래도 겨울바다는 저 할 일 잊지 않고 ... 고기잡이 배 띄운다...늘 그랬듯이.
팽나무 숲에 겨울 바람이 쌩쌩 불고, ..
늙은 팽나무는 한순간도 방심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저 먼저 흘러 어린 팽나무 고목되게 했다네 .
늙은 팽나무, 고목되어 정신이 혼미해져도 습관처럼 자신의 할일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탱탱 불리더라
몹시 추운 겨울날, 그늘이 싫지만 다시 무더운 여름이 오면 늙은 팽나무의 그늘을 고마워하게 되리라
지금 우리동네는 겨울이가 총총하게 틀어박혀 기차화통 삶아 먹은 소리를 낸다
겨울바다의 회오리같은 파도소리는 마치 쓰나미를 닮은듯이...
(2009,1,13 능포동 팽나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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