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2월의 비(1)

이바구아지매 2009. 2. 4. 13:29

.촉촉히 비가 내린다

바다에도 , 등대에도  늘 걸어가는 산책로에도 2월의 비가 내린다

방학이라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집구석에서 곤두박질을 쳐대는 동안 비를 핑계로 슬그머니

 어지러운 와중을 피해 도망을 친다  빗속으로 ...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조각공원으로 걸음아 날 살려라

  달음박질쳐  갔더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미의 여신상이 하늘향해 얼굴 반듯하게 내밀고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네

지그시 눈 감고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맞는 그녀는 성녀다

어찌보면 무도회에 가서 멋진 가면 쓰고 춤 추고 놀다가 새벽에  돌아와서 그냥 잠든것  같기도 하고...

오똑한 콧날이 , 도톰한 입술이,살며시 감은  쌍거풀진 눈매가 ,적당하게 도톰하고,넓은 이마가

자연스런 파머머리가, 코밑 날렵하게 내려 온 맵시짱인 인중이...아 그리고  고운 턱선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쭉 빠진듯한 학을 닮은 긴목이며

머리밑에 살짝 가려진 귓볼까지 ...비가 타고  흘러내린다

미의 여신이  비를 맞으니   더욱 신비스런 미인이 된다

비너스가 미인이라고 세상사람들은 극찬을 하지만

비너스가 비 맞고 아름다운지는 알지 못한다 .

능포동 조각공원의 "미의  여신상"은 비를 맞으면 더욱 신비스런 미의 성녀로 거듭난다

마치 고운  눈 뜨고 일어나 살짝 미소 지을것 같은...

 

 

 

미의 여신이 비를 맞으며  우수에 젖은듯...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뒤에 비를 핑계로 살짝 눈물흘리는 모습이기도...

머리위의 세마리 갈매기는   그런 미의 여신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같기도...

그렇게 비 내리는 풍경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하늘도,바다도 비의 심술로 혼돈속에 빠져 자신의 경계마저 잃어버리고  모호해졌다.

하늘이 내려와  바다가 되고 바다가 하늘로 올라간 날 미의 여신은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이 기막히게 아름다운  빛깔을 나 홀로 지켜 보았다.

 

(2009년2월3일  비 내리는 날, 능포동 조각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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