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능포항에 비 내리면...

이바구아지매 2009. 2. 22. 16:37

새벽부터 밖이 시끌시끌하여 창문을 열어보니  단비님이 세상을 흠씬 두들겨 패 준다.

ㅊㅊㅊ이런 날씨에  지리산엘 가겠다고? 노자산엘 간다고 ???

앙 눈물이 나려네 단비님을 기다려서 온 세상 사람들의 목이 한발이나 빠진걸보면 여간 다행한지...

하지만 나는  눈물이 난다

지지고 볶고... 3주만에 산에 간다고 정성들여 준비한 알뜰한 도시락이며 베낭속에서 오랜동안 주인의 손길이 오길 기다리던

무릎보호대며, 마스크들이 내 손길에 화들짝 잠 깨어  같이 산에 간다고 좋아했는데...

좋다가 말았다

남편은 비를 핑계대고 석달열흘 꿈나라에서 버틸기세고,..

너무 일찍 일어난지라 배 고파서 주방에서서  혼자 밥 서너숫갈  떠 먹으니 갑자기 비 내리는 칠천도가

 멋지겠단 생각이 번쩍 떠 오른다 

 생각난김에 칠천도에 가려고 쫓아가서 남편을 두드려 깨워보지만

"칠천도는 날 맑으면 가나데리고 댕겨 오면 되지 ... 나 잘란다 깨우지마라 오후에도 비 내리면 도서관에나 갈란다"

하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어버린다

그럼 내가 어디 못 갈 줄 알고

눈이 아파서 며칠동안 입원해있던 내 디카,  퇴원하자마자  수호천사되어 나랑 밖으로 나간다

어디로 간다 ... 나랑 데이트 할 사람  같이 가요 ??? ㅎㅎ 아직도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ㅎㅎ 그래도 나 좋다고 따라나서는 친구가 몇 있으니 외롭지는 않다.

디카, 우산,  초코렛과 사탕 몇알이... 코트호주머니속에서 알랑달랑 호들갑을 떨면서 우리끼리 가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하면서...

그래 그러지 뭐 너희들이면 충분하지  자 출발이닷 ...일단 대문을 나서야지 ㅋㅋㅋ

먼저 오늘 내 일정에 동참하여 주지 않는 떵배님에게 약 오르니 심술한번 부려주고

"떵배야 , 뱃살이나 팡팡 더 부어올라라 "

라며 대문을 쾅 하고 발로 차고 나왔겠다  그리고 홀로나라 임금님을  잘 보필하고 따라나선  충복 우의정  검은 우산이

비 맞는다고 야무지게 씌워준다.  대문 밖을 나오긴 했는데 어디로 간다  고민되네... 그냥 걸어보는거지 뭘

그리고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니  어라~~ 능포바다가 ~~  어디서 날아든 갈매기들인지.

바다가득 날아들어  엥엥엥. 끼륵끼륵대고  능포바다에서 한바탕 멋진 춤을 너눌너울 춘다

관객없는 바다공연에서" 갈매기와 함께 춤을~~~ "

e~~멋진 춤판에 나 홀로라 ~` 그래도 좋구나 갈매기야,춤 춰라 바다야, 박수쳐라

비야 , 내려라.

석달열흘 가뭄을 싹 해갈시켜주었으니 ...갈매기들은 신이 나서 한바탕 춤을, 나는 박수를   ~~~~

 

 

 

 

 

 

 

멋진 갈매기의 춤 ...

 

 

능포항에 비가 내리면 ...

 

 

산 허리로 안개가 돌아 다니고...

 

 

어부도 집에서 그 동안의 고단을 내려놓고 낮잠 잘까???

 

 

그래도 바다소리는  출렁출렁이고 매어놓은 배들이 일렁이며 뒤척거린다.

 

 

 

비가 쏟아지니 횟집들은 장사 공치네 ...단비가 웬수인 상가들..

손님이 한사람도 없다 ...텅빈 의자들이  할일없이 비와 노닥거린다.

 

 

이번에는 밭으로 올라가 보았더니...

 

 

비를 맞고 좋아서 파릇파릇 생기를 찾는 쪽파들도 하늘향해 비를 야무지게 받아 먹고...

 

 

고소한 봄동,마늘, 케일,문드러진 배추., 양배추 ...모두가 좋아서 하늘향해 입을 벌리고  ㅎㅎ

빨간 고무물통도 입 벌리고 있으니  골고루 비를 뿌려주더라...

 

 

벌써 딸기줄기가 파릇하게 나와서 열매 맺을 준비를 하다니...부지런도 하여라.

 

 

어촌에 비가 내리니 전봇대도 전깃줄 이고 섯다고 피곤하여 춘곤증이 생기는지 어리버리하고

어촌엔 무지 심심하게 빗소리만 짜락짜락 거린다.

 

 

 그 동안 가물어서 밭에도 물 준 물통들이 밭고랑 곳곳에서 버티고 서 있다가

단비를 가득 받아 먹는다 능포동에 비가 내리면 . 다시 태어나는  풍경들이 옹기종기  이쁘게 밭고랑을 꾸미고...

 

 

나 곰이야 ... 참새, 제비,동박새,직박구리, 꿩,노루, 고라니,고양이, 아무도 덤비지 마

난 곰이야 나 무서워 ... ㅍㅍㅍ 곰인형도 곰이라고... 비를 맞고  앉아서 엉덩이가 다 젖어드네  에고 게으런 곰님이...

 

 

바닷가에서 ...

 

 

누구네집 보리밭인지... 보리가 비 맞고 키를 숙쑥 키우네.

 

 

이 비 그치면 복사꽃 고운 뺨이 한층 더 하얘지겠다.

 

 

 

이 비 그치면 복사꽃 고운 꽃담 너머 집에는 봄이 한층 더 깊이 내려 앉겠다.

 

 

삼순이어매가  파 캐러 왔다가 파만 캐고 칼은 꽂아놓은 채 그냥 가셨는갑다

에고 건망증은 ...그러고 칼 찾아 주방에서 한바탕 난리 피울지도 모르겠다.

ㅎㅎ 원균이할배보고 소를 안 팔아서 스트레스 받아서 칼 어디 두었는지 생각안난다고 애궂게 바가지 긁을지도 모르겠다 .

 

 

비를 맞고 있어도 정다운 능포동 123길 ...

 

 

복사꽃 가득 핀   그리운 울타리 너머 ~~

 

 

이 비 그치면 복사꽃은 하늘도 가리겠다 하얀 꽃잎으로 ...

 

 

미처 손 보지 못하고 헝클어진 풍경, 돌담, 고무통들, 플라스틱 통들 ...모두가 농사짓는 도구로 충분히 거들어주는 가산들.

물통에다 얹어놓은 돌들이 마치 소꼽놀이하는 듯 ...

 

 

복사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 ... 비가 내린다.

 

 

하얗게하얗게 꽃이 피는 날 ,복사꽃이 곱게 피어 빗물 머금고 하얗게 웃더라

비가 내리는 세상이 더 좋은 날,꽃잎이 더 크게 숨 쉬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참 좋아지더라.

 

(오랜만에 단비 내리던 날  능포항에서 2009년 2월 22일(일) ...거제도에  비가 25mm 내렸단다 

 물기 머금은 세상이 얼마나 윤기가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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