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어머니의 하루

이바구아지매 2009. 5. 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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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채력 헉헉대며   까꼬막길  용케 올라

드디어 어머니 발견 ,  

다락밭인 들깨밭에 예쁘게 자란 깨순들이랑 함께 놀고 계신  어머니.

이곳은   어머니의  정원으로 불리는  들깨밭.

 

초록이로 자란 깻잎들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살랑살랑

 연잎으로 춤 추니 예쁘고 사랑스럽다.

 

 

 

어머니의 정원 ,

 

햇살의 빛내림이 무성한 나뭇가지 틈새로 내려와서  영양분이  주는 곳

가느다랗게  불어 바람이라  느끼지도 못하는  미풍의 5월,

   깨순이들이 그래도 

새침하게  한들거리니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못 견디겠다는듯

어머님은 깻잎사랑에 흠뻑  빠지셔서  고개도 들지 못하신다.

 

 

 

  행여나 가냘픈 깨순이 하나라도 발밑에 밟혀  찢겨버릴까봐 조심조심 ,

 끼치발을 하고는   깻잎 돌보기에

빠지셔서 며느리가 왔는데도  눈치조차 못채시는듯 ?

그게 아니라면 느즈막히 도착한 며느리가 너무 미워서 일부러 심술부리기라도?

호출즉시 빨리빨리 오지 않고 늑장을  부리며   느릿느릿   왔다고?

 

 

 하긴 느릿느릿  늑장을 많이도  부렸지

어머님의 호출에도  불구하고   옥포시내를  뱅글뱅글  둘아서 왔으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한번 더

"어무이예, 저 왔어예 "

라고 어머니를 향해  큰소로 외쳤더니 ...

 

 

 

 

 

"언제 왔노?  빨리도 왔네"

"아니라예.  한참이나 늦었어요 .차를 타고 오다보니

옥포시내를 뱅글뱅글 돌지않겠어요"

"괜찮다 차가 그라는거로 우짜것노  배 고푸제 어서 내려가자

우리 지은에미 오모  맛있는 밥 해 줄라꼬 찹쌀에다 가지가지 콩에다가

흑미랑 보리쌀도 넣고 그래가  막한 밥 먹일라꼬  미리 씻어가 불려났으니

내려가서 금방  부르르  끓이가 묵자   참  맛날끼다"

"어무이예 괜찮아예 제가 어디 손님이라예,

  참 어무이,  제가 사진 찍어 드릴게예

깨밭 풍경이 어무이하고 넘 잘 어울린다 아입니꺼"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니  어머니의 이마에 크고   골깊은 주름

 다섯개가 훈장처럼 그으져 있어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찡해온다.

 

 

 

 

 

며느리를 불러놓고  점심때도 되지 않았는데 

 점심준비까지 한다고 얼마나 바쁘셨을까?

언제나 며느리도   큰손님으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챙기시는 어머니...

마음으로 느끼는  정을 온팡지게 느끼며 집으로 내려 간다.

 언덕길을  꼬불꼬불   따라 내려 가며   어머니의 뒷모습만  사진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 

 

 

 

 

 온통 초록인 풍경속으로 키 작은  어머니가  풀냄새 풀풀  날리며  걸어가신다.

 

 

 

'오디와 뽕잎'

 

"요기 바로 오돌게아이가  표준말로는 오디라쿠더나   그것까지는 학실히 모리것고

요거는 열매 따 묵는기다 바라바라 요 참 맛나게 익어가네 '

"그럼 요 뽕잎은 쌈싸서 먹으면 안되는거라예?"

" 꼭 그런거는 아이라도 연하고 보드라운걸 따서 쌈 싸 묵지 이것봐라  억세고 뻣뻣하고

마분지같은  뽕잎사구를 누가 먹겠노

 무신 소도 아이고 그자 ...

 

" 참 그라고 생각난김에  물어보자   저번에  미국에서 오신 귀한손님들 드릴거라고

뜯어 갔다는  이리도  억센 뽕잎사구도

   

 맛있다고 쌈싸서  잘 드시더나?"

"아니예 들었다놓았다만 하셨어~~예

제가 준비해간  반찬들은  맛이 영 아니어서  같이 가셨던

코스모스님께서 다시  간질하고  요리해서  배부르게 잘 먹었어예

그 때 가져갔던 뽕잎은 노자산 나무아래에 거름되라고  뿌려버렸어예 "

 

 

 

뽕잎이야기로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이내  눈 밝은

어머니께서  잘 익은 시커먼 오디를 톡톡 서너알 따서 며느리의 입에 쏘옥 넣어 주신다.

"참 맛있어예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맛이라예" 

" 아이고 문디..말이 비단이다 ."

 

 

 

오디를 먹고 나니 입가가 푸르딩딩하게  피물이 든  드라쿨라의 모습을

  마주보며 낄낄대며 웃었다.

밭언덕 소롯길을 뒤뚱거리며   걸어가서   

마당에 내려서자  이번에는 햇살바라기를 하고 있는 장독대의

널부러진 풍경이 하도  정겨워서 무조건 카메라의 셔터를  쿡쿡 눌러댔다.

 

 

 

 

 "아이고 떠버라 볼서로  요레 떠버가꼬 한 여름에는 우찌 살꼬?"

""어무이예, 여름걱정 안해도 됩니다.

 밀양에 가면 얼음골이 있어예   그곳에 가서 한여름 지내다 오시면 되지예

 얼음골은  한여름에 얼음이 꽁꽁 언다아입니까 "

"문디~~ 그라모  농사는 다 누가 돌보고?"

"제가 돌보모 되지예 "

"허허허허 ~~ 니가 농사를  돌본다고?

 깨가 웃고 상추가 다 웃것네 고추가 니 보고 메롱 하것다"

 

 

 

휴식...

 땀 닦고 이바구도 나누고  이렇게 짧은 휴식은 축담 끄터머리에 걸터앉아서

짧은다리 쭉 뻗고 ..

 

 

 

 

"이기 바로 니가 도와줘어야 할 오늘의 숙젠기라

단디 봐놔라 알긋제  나가 먼지 시범을 보여볼게 "

드디어 어머니께서   스레트지붕 천정밑으로 박아둔  못에다  마늘을  매다신다.

김말연여사님은 이렇게 바쁜중에도  정말  멋을 부리는   멋쟁이시다.

 목에는  노란 스카프를 리번처럼 묶으시고   

허리에는  분홍 허리띠로 한껏 멋을 내셨으니...

노란스카프와 분홍 허리끈이  어우러져 톡톡 튀는 멋내기의 포인트를 주어

바라만 보아도   웃음이  저절로 난다.

 

 

 

 

"자 봐라 요게다  요리  걸어야 한다.

요게요게 못에다가   짚으로  매듭된 고리를 거는기다 ?"

 

 

 

 

 

 

"작년까지만 해도 문제없이 요정도는 달것더마는 인자 심이

 엄써가 뒤로 나자빠질라쿤다.

나 넘어져서 다쳐봐야 말짱 도로묵이고  니가 심들다아이가 맞제"

오호라  마늘접달기에 그렇게도 깊은 뜻이 ...

머리좋고 마음 씀씀이가 이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키 작은  어머니 ...

"이번참에는 니가 걸어볼래"

"예 "

하고 마늘 한접을 들자 묵직한것이  허리ㄹ르 휘청이게 한다.

"의지에 올라서니  그것도  먼당이라고  겁나네예 "

"그래도  젊었다고 심을 잘 쓰네 마늘 다는것도  마이 심들제  아이구 욕 봤데이

오늘 집에 가서 몸살하모 우짜노?"
"아니라예 이 정도로는  몸살  절대로 안납니다 ..."

"땀 닦아라 요 목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네 "

"괜찮아예"

" 그라고 참 나 등물 좀 쳐 줄래?"

'예  등물 쳐 드릴기예"

 

마당 한 가운데서 어머니의 등물(등목)을 쳐 드리고 때도 뽀득뽀득 밀어 드렸더니

"와 시원하다 우리 지은에미가 등을 밀어주면 세상에서 젤로 시원하제

오늘 욕봤데이   자 수고비다  50,000원 "

"아니라예 돈 받으려고 온거 아니라예 어무이도  참 ...

제가 용돈을 드려야 하는데..."

어무이의 마음은 정말 따뜻하다

따끈따끈한 새 밥 지어서 한상 가득 차려주시고

열무김치까지 간질하여  주신다.

 

"  인자  가 보거라    퍼뜩 집에 가서 학교 갔다 올 아~들 따뜻하게 맞아주거라 

학교에서  발다닥에 불이 나도록  달려갔는데  엄마 없는 빈집이모 얼매나 쓸쓸하것노  "

"  오늘 기분 정말 좋아예  돈도 벌고  열무김치  간질까지 다해가고 ... 

그럼 갑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게 또 하나 있지~"

"그래 기분 존(좋)나 ..."

"예에 어무이예 ~~  고마  훨훨 날아갈것 같아예"

 

이쁜짓언제나   바쁜 걸음이 일상인    어머니를 보고 가는 날이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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