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겨울이 덜컥 내려 앉았네 오지게 마음 허허로워진다.그 놈의 텅 빈 들녘을 보는것도 그렇고...
오늘은 연초면 천곡리, 주령마을로 걸어가 보았다.
친구들아, Ann은 언제나 걷기를 무지 좋아하는거 알지 ...겨울바람,겨울빛을 보려고 성급하게
마음이 먼저 달려 간 심심한 동네서 마딱뜨린 아릿한 이바구 하나 들려 줄게 ^^*
겨울이 내려 앉아 나즈막히 엎딘 주령마을에는 ...
그 곱던 단풍옷도 훌훌 벗어버린 나목이 철저하게 고독의 옷을 걸치고 호올로 섰고...
마지막 버스 정류장이 혼자 우두커니 서서 그리운 이를 기다리고 서 있는 풍경은 또 어떻고..
벼를 베어 낸 그루터기들마저도 심심해서 어쩌지 못하고
언덕위의 억새도 이제 어디론가 날아가야겠다고 쎄쎄거리는 동네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네 집으로 찾아들었던거야.
14살 꽃같은 나이에 처음만난 친구는 어찌그리 예쁘던지 ...
그집 마당에서 만난 친구의 고모가 그러는데 친구는 지금도 참 예쁘게 잘산다고 말해 주었지
잠시 가물한 기억저편 14살 어느 날을 더덤어보니 아침햇살을 닮은 친구의 고운 미소가 살폿 떠오르더라.
조금전 친구의 아버지가 뒷곁으로 돌아가시는 걸 분명 보았는데 불러도 대답이 없더라
7년전 친구의 엄마가 먼저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날아가셨다고 슬픈 표정되어
홀로 된 오라비가 안되어서 친구의 고모가 낮은 목소리로 주절주절 한숨을 내쉬던 걸....
친구네 집 풍경... 안 주인의 손길이 어루만져 주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겨울빛깔 때문인지
모두가 쓸쓸해 보이더라.
친구네 엄마가 살아실제 정지곁의 장독대로 들락거리면서 장독이 반질거리도록 닦아주고 장맛도 단맛나게 냈을텐데...
친구의 아버지도 아내가 그랬듯이 햇살 고운 날에는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도 열어주고 , 먼지 묻은 항아리에
햇살이 놀러와서 숨바꼭질하다가 미끄러져 흘러내리면 하루에도 몇번씩 닦아주실까?
친구의 아버지는 ?아내가 두고 간 살림살이의 정갈함을 버릇처럼 흉내내고 계실까?
그것이 궁금해지는것은 별수 없는 여자라서였을까?
친구네 집 마당은 너무 쓸쓸해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멀리로 시집을 가 버린 친구는 이 집 떠난지가 수십년째라네 ...
친구의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풍경들이 덜 고독해 보였을까?
저 봉창문으로 기나긴 겨울밤에는 이웃 머스마들이 휘파람소리 내며 놀러왔을까?
친구네 집의 뒤란은 곧바로 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스레트 지붕위에는 겨울이 덜렁 내려 앉아 딩굴고 있었고...
수십년 아니 백년도 훨씬 넘어보이는 ... 뿌리를 드러내고도 살아가는 이유를 악착같이 고집하는 고목의
흥얼거림이 들리는듯...
농기구들도 이제 겨울의 농한기를 맞아 그냥 해바라기하며 딩굴대고 있더라
이 집에 살았던 14살 친구는 참 예뻤지 ...
우연히 찾아간 친구네 집은 오늘 무지 심심해 보였다.온통 겨울이어서 그랬을까???
'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자장 좋아해? 짬뽕 좋아해? ~~~연극, 짬뽕이야기 (0) | 2009.12.29 |
---|---|
장사익 송년 음악회~~ 소리판 꽃구경 (0) | 2009.12.23 |
올 겨울에는 아궁이의 불꽃처럼 따스하였으면... (0) | 2009.11.18 |
외외가의 가을은... (0) | 2009.10.14 |
꽃씨를 따던 날의 스케치 (0) | 2009.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