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장사익 송년 음악회~~ 소리판 꽃구경

이바구아지매 2009. 12. 23.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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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22일  19:35분 남편과 함께 "장사익 송년 음악회"에 갔다

 30분전까지만 해도 이런 멋진 음악회에 갈 계획이  없었기에  오히려 마구 짜증을 냈다

"왜 이렇게도 즉흥적이야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하고 오히려 멋진 기회 마련 해 주는 남편에게 다짜고짜로 짜증을 냈다.

"준비없이 가기 싫다고   미리 공부하고  가야하는데 바보처럼 다녀오기 싫다고  ..."

라며 흥분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감추며 엉뚱한 반란을 일으켰다.

 설레는 마음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프로방스 지역의 작은 산 

 뤼르봉에서  양을 치던,

이 세상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하나(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땅으로 떨어져 자신의 어깨에 내려 앉아 잠이 들었다고

착각한,  영혼이 맑은 목동이 되었다가,  

다시  목동들의 별이라고 부르는 '마글론'이 되어 프로방스 하늘에 떠 있는 별 '피에르' 의 뒤를 쫓아가서 칠년만에

한 번씩 결혼을 한다는, 별이야기속의  

행복한, 착각쟁이도  되었다가  ...

 

장 사익을 만나러 가는  내 마음은 그랬다. 두근두근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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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아침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의 귀천)

 

소리판 "꽃 구경" 무대가 열리자

 꽃상여가 넘실넘실 춤추는 풍경과  함께

소리꾼 장사익이 죽음을 상징하는 꽃상여의 앞소리꾼이 되어   혼을 부르는 목소리로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는 길을

한스럽게 내질렀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 을 노래하는 그는 하얀 두루마기 입고 하늘길 떠나는   어머니를  그렇게 보내드린다는

느낌 ...

가슴이 먹먹해 오고  심장이 곤두박질치며 눈물이 주루룩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이란 시에서  죽음은 즐거운   소풍을 끝냈다는 멋진 표현을 썼다.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니 소리의 떨림과 휨,굽힘 그리고 가슴을 후리고 도려내는 아픔이

함께 일어났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 , 노래가 말이 되더라는 ..

"진짜로 좋은 노래 하나를 맨들고 싶어유 하루하루를 그거땜에 살아유

그걸 위해 자꾸자꾸 노래를 하는 거여유"

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는데...

 

 

 

" 거제도, 참 아름다운 곳이에유

 너무 아름다워유  이렇게 아름다운 곳  없어유

바다가 펼쳐지는 이곳 전망  죽여 줘유 거제시민들 정말 복 받았시유

행복하지유?"

라는 순박한 그의 너스레에   관객들은   눈물과 박수를  함께 빼앗기고도 속이 후련해짐을 느꼈으리라.

그는  소박한 충청도사람으로   시골냄새를 풀풀 날리는 진짜배기 꽃상여 앞소리꾼이었다.

어린 날에 본 꽃상여 앞에서 애간장 다 녹이며 산자와 망자의 하고픈 말을  소리로 풀어 하늘로 올려 보내던 앞소리꾼 .

망자가  <망각의 강>을 건너가면서  구슬픈 노래를 들으면  <레테의 강>가에서 발길 옮기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나에게 꽃이 있었지

 

어느 별 어린 왕자처럼

 

매일매일 물을 주고

 

항상 바라봐줘야 하는

꽃 한 송이 있었지.

 

혼을   부르는 노래 ...

이 노랫말은  쎙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따왔는데  애끊는 듯한 소리가 천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느낌이 들었다

장사익이 아니면 아무도 흉내조차 내지 못할것을...

 

 

 

 

 

찔레꽃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 밤 새워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 목 놓아 울었지

 

아, 찔레꽃처럼 울었지 찔레꽃처럼 춤 췄지

찔레꽃처럼 날았지/ 찔레꽃처럼  울었지 ~~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찔레꽃을 부를때는 숨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소리꾼 장사익의 표효와 절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고 그의 노래를 들어 본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말한다.

관객은 낮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그의 소리판에 동화 되어 어둠속, 환상속으로 즐거이 빠져든다.

 

 

 

 

 

 

 

 

별별별  별이 떠 있는 하늘은 우리가 소풍 끝내고 돌아가 춤 추며 행복해질 천상의 그곳을 표현 한 곳

무대의 빛깔이 바뀌더니 

결국 죽음은 삶의 다리를  건너는 하나의 통과절차이며 의식에 불과하다고

역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옮겨 가는 기쁜 노래가 펼쳐지고.

 

 

 

 

 

 

 

 

 

장사익의 소리판은

죽음 ; 1부

삶; 2부

꿈: 3부로 진행되었다.

 

 

 

 

 

계속 죽음만을 노래했더라면 객석은  아마 울부짖음으로 변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장사익은  46세의 늦깎이로   대한민국의 가수가 되었다

그는 노래하는 꿈을 꾸었고 각고의 노력으로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면 곧장 마니아가 된다고 한다.

그가 살아온 질곡의 삶이 노래속에 녹아들어 그의 노래를 들으면 같이 동화되어 버린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죽음같은 암울하고 힘든  삶을 박차고  다시 태어나  꿈으로 펼친다는 ...

 긴 질곡의 터널같았던  자신의 삶을 소리의 결실로   맺었다는 느낌이 든 멋진  음악회

 

 

 

 

"희망한단에 얼마예요?" 

라고 채소가게 아줌마한테 물어 보니

희망은 채소 한 단 팔아주는 것이라고 ... 

 

 희망이란,   채소 한 단  팔아서     손바닥에 놓인 작은 돈을 들여 다 보며 빙그레 웃는 것

 

 

 

꿈을 노래하는 3부에서는  관객과 함께 노래하며 달려 갔다.

인생이란  긴 기차를 타고  달려가며 부르는 노래...

 

 

 

 

 한바탕 펼쳐보인  소리마당에서 그는   행복 한 단  내게 주고 갔다.

내 삶을 돌아보며 많이 서러워하던 때에   희망의 채소 한 단에 만족하며 웃을 줄 알았던 일상을  되찾아 주었다.

소리꾼 장사익 ... 그의 한을 따라 빙글빙글 함께 노래하는 세상을 다시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