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분홍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싶은 날

이바구아지매 2010. 2. 9. 08:49

 

28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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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소리에  게으런  아침이부시시  찾아 든다.

햇살이 기운없이 뭉개다가 안개속으로 슬며시 기어 드는  날 

베란다로 가서 드리운 커턴을 열어 젖히고 햇살을 불러 들이려니

가냘픈 햇살이 이른 춘곤증에 시달려서  피곤하다며 손사레 치더니

안개이불을 휘휘 감으며 돌아 눕는 꼴을 한다.

 

이미 몸은 이불 밖으로  빠져 나온지라 창밖으로 펼쳐지는 안개속의 도시를 약해진 시력에 다초점 렌즈의 안경에 의지하여 바라본다.

아 ~~ 참 저기 미라보다리가 ???

꿈에 몇번인가 다녀 온  미라보다리 밑으로 세느강이 곱게 흐르던 풍경이 내 앞에 몽환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염병할 ~~~ 신비스럽기 조차한 이런 아침에 난 어제처럼 밥하고 반찬하고 굽고 지지고 빨래를 해야하는가?

그러기는 정말이지 싫다.

내 기분은 이미 파리로 건너왔다 뭐..

그리고  이런 풍경에 잘 어울리는 시를 생각 해 내고...

 

                 미라보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두 손 맞잡고 서로 바라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

 

저렇듯 천천히 흘러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인생은 왜 이토록 지루하고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 가 1921년 (파리의 밤) 이란 잡지의 창간호에 발표했던 시

 그가 27세 때 사랑했던 여인과의 이별 후에 쓴 이 시는 현실과 추억속의 갈등이 교차되는 가운데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시인의 고뇌가 담겨 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을 미라보다리 밑으로 흐르는 세느강에  흘러 보내지 않았을까 시인은?  

 

 

 

 

 

 

 

 

 

 

 

 

커턴을 내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ㅎㅎ 이번에는  투명한 화장대가 반겨주네 마음속까지 맑음으로 비쳐주는 화장대가 있어 좋다.

 흐릿한 이런 날에는 아주 밝음이 좋겠다.

이런~~ 원하는 꽃분홍립스틱이 없잖아  남표니는 해마다 요맘때면   내가 분홍립스틱을

무지막지 좋아하는지를 아직도  모르는구나. 

2월이 되면 무거워뵈고,  꾸무리하고 , 칙칙해보이는게  싫어서 진달래색 립스틱을  짙게 바르는

아내를 몰라도 너무 몰라.

2% 부족한 내 사랑  ㅋㅋ...

 

 

 

 

 

 

 

 

 

 

 

 

 

 

 난 이런 여자를 닮고 싶다

아직도 후후

너무 예쁜 그녀

나 스무살시절에는 그녀만큼 예뻤을거야

아니 더 예뻤을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니 지금도 그리 밉지는 않아 살짝 진 실주름살도 이쁜걸 ㅎㅎ(나르시즘에 빠졌당  ㅋ)

나도 그녀가 바른 분홍립스틱을 바르면 조금 더 예뻐질거야 , 사랑스러워질거야

그리고 노란 봄을 마중  가는거야

 

이런 느낌의 아침도 때로는  그윽하게 좋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