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다른 날 보다 한시간 일찍 집을 나선다
여름해는 겨울해의 키를 훌쩍 뛰어 넘어
하루 해가 만발이나 늘어진 느낌이다
아침시간을 느긋하게 여유부리며 서쪽에서 출발하여 동쪽 끄트머리 능포로 간다 .
능포는 평평한 평지다
바다를 태평양 저만치로 밀쳐내었는지 ...
돌담 쌓아 경계를 만든 밭때기들도 많다
마치 아이들이 소꼽놀이 할 때 땅 따먹기한 모습인 돌담으로 쌓은 경계가 많아 정겹다.
붉은 황토밭에는 막 심어 축 늘어진 고구마순이며 하얀감자꽃과 보라색감자꽃이 밭고랑을 수 놓고
상치,고추,호박,쑥갓이며 별별 먹거리를 다 심어 놓았다
하루해가 만발이나 길어진 계절이라
밭일 한 참 해 놓고도 시간이 여여하니 동네 아지매들이 수다를 늘어 놓는다.
너무 예쁜 풍경
콩잎도 넙적넙적 해져서
물김치를 담궈도 맛있겠다
밥 위에 쪄서 쌈도 싸 먹고
노랗게 단풍이 들면 서울사람들 거름냄새 난다고 코를 막고 난리치는 고약한 냄새를 날리지만
양념장에 발라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거름냄새 나는 콩잎맛을 그리워하면 확실한 거제도사람 아닌가?
가을이면 찰진 가을햇살을 낼름낼름 받아 먹고 단단해진 노란 콩포기가
주렁주렁한채 마당가에 누워 가을바라기를 또 알뜰하게 한다.
그런 후 , 잘 익은 콩알 서너알은 도리깨질로 톡톡 튕겨 나가
흙틈새도 제대로 없는 축담밑에 터 잡아 뿌리 내리던
콩포기는 꼬라지도 예뻤지만 홀로 피어나 여리고 가냘픈
몸매를 보여 주어 잊지 못할 수채화로 떠 오른다.
머릿수건 덮어 쓰고 밭일하는 능포동아지매들
붉은 황토땅에서 난 채소들은 또 얼마나 맛있을까.
요 자잘한 돌맹이들은 또 어디서 구했는지...
발로 툭 차며 촤르르 하고 무너져 내릴것만 같다
하지만 아무도 돌무더기 곙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걸 보면
착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인정많은 동네임이 분명하다.
고추가 싱싱하게 키를 키우고
하얀 고추꽃도 참하게 피어났다.
쪼그리고 앉아 한참 밭일 하다보면 배가 고플텐데 아지매들은 일마치고
집에 가면 양푼이밥 실컷 먹을까?
밭고랑의 고추는 또 빨갛게 익으면
꽃보다 더 예쁘겠다.
능포동은 소박한 꿈을 꾼다.
복숭아도 익어 가고.
심은지 오래 되지 않은 고구마
비가 잠깐만이라도 내려 주었으면...
황토땅에서 자란 고구마 밤맛보다 더 좋겠다.
타박타박 타박고구마 파는 11월에는 밭머리로 고구마 사러 와야겠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크 ... 술 익는 마을?
밀주에 취하려고 한다.
밀향기가 바람결에 실리니 밀모태도 해 먹으면 제법 고소하겠다.
사람들은 밭일도 함께 하며 도란도란 이바구도 잘한다.
바닷가 마을이라 밭작물도 해풍 맞아 성급하게 익어 간다.
얼마만에 바닷가에 나와 보는가?
그물깁는 풍경을 보는것도 너댓달 되어가나 보다.
여기저기 외국인 노동자가 눈에 뛴다
동티모르인인가?
티벳? 필리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 물어보지도 못한다.
갑자기 무어라고 물어 볼 말이 생각나지도 않고.
저 외국인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을까?
고향에서도 그물 깁는 일을 해 보았을까?
가끔씩은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도 가져야 하는데 ...
오랜만에 바닷가에 나와보니 못 보던 사이에 돌고래탑도 서 있다.
돌고래가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으로
태평양을 향해 나아가는 고래가
능포동의 상징물로.
그러고 보니 바다가 더 한층 산뜻한 포구가 되었다.
그림엽서처럼...
한가하게 여유 부리는 차들도 보고
방파제를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등대 구경한지도 한참 되었다.
서민들이 부담없이 찾는 곳으로 더 잘 어울리는 바닷가
먼 바다에서 고기잡이 끝내고 일찍 돌아 온 배들은 한낮 을 심심하게 바다에서 출렁이고 있겠지.
이 배를 타고 지심도에 갈 수 있을까?
빨강등대와 하얀 등대는 마주 보고 연애를 ?
빈터에 풀만 무성하다.
아니 쑥만 무성한가?
간간히 나팔꽃이 피어나서 동무 해 주는 동네 빈공터
여름이어서 참 좋다 초록으로 눈이 맑아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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