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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습니다 종점입니다 일어나세요 "
"아 네 고맙습니다"
텅빈 버스 안 기사님이 깨워서
어떨결에 아니 무의식속에 버스에서 내려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파도소리가 들린다 통통거리며 작은 고깃배 들어오는 소리도 들리고 ...
웅성웅성 사람들 소리도 들린다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려 조금 걸었는데 그만 번쩍하고 별빛이
눈으로 들어온다 곧 통증이 시작되고 ...
그제서야 꿈이 아니고 현실임을 인식한다
ㅇ런 이런
집으로 가야하는데 반대방향으로 오질 않았나
바보같이 ...
고작 다섯정거장 온 것에 불과한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이렇게 낭패를 보다니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일이 어디 한두번인가?
참 딱할 노릇이다
사실 나는 평소에 잠을 많이 자는 편도 아닌데(잠이 없는편)
버스만 타면 잠이 마구 쏟아진다
그래서 종점까지 가는 건 예사고 차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깨워주어 실수하지 않는 행운의 날이 되기도.
""단디 집에 가라 또 종점까지 갈끼가 참말로 못믿겠다
오늘도 꿈길로 파도소리 들으며
바닷가를 걸을 것 안 봐도 뻔하다"
조금 전
남편이 걱정하던 말이 또 사실이 되질 않았나
가만 이렇게 된 이유는 따지고 보면 내가 너무 피곤했다는 증거지
어젯밤에는 가나가 열이 올라 간호한다고 아침까지 뜬눈으로 새웠고
그리고 출근하여 온종일 일하고 저녁무렵 퇴근하여
집과 병원으로 왔다갔다
그리고 지금은 능포바닷가
그러고 보니 만 24시간을 고스란히 깨어 있었다
난 몽유병자는 절대로 아니다
초록이현상은 더욱 아니고.
그냥 피곤해서 그런것 ...
이건 순전히 내가 우기는것에 불과한가?
"운동하라캐도 안 하고 끈질기게 버티는거 보면 병원생활이 딱 체질인기라요
사모님 , 이참에 고마 생각 바꾸이소 헌신발 내삐리고 새 신발 갈아신으이소"
하고 51병동 519실 방장님(밀양얼음골이 고향인 )께서 멋진 한마디를 선물하셨다
"그래야겠습니다 골골 아픈 헌신발 탁 차버리고
지금 당장 능포바닷가로 가볼랍니다 새 신발 찾으러
바닷가의 밤 얼마나 낭만적인지 아시죠 ?
그럼 지금 새신발 찾으러 갑니다 출발~ "
"잘 생각 하셨습니다 "바람 불어 좋은 날" 2편 나오겠네 대박나세요 우하하하"
이럴때까지만 해도 유쾌한 시간이었는데 ...
이제 집 나갔던 정신이 살살 돌아오니
눈탱이가 마구 알린다
집은 또 왜 그리 멀리 있는지
이럴땐 집이 공간이동으로 내 앞에 딱 옮겨오면 좀 좋겠나
그런데 이것 참 야단났다
눈알이 알리면서 또 다시 마구 졸린다.
악을 쓰며 비몽사몽 걸어가니
순간 키가 훤칠하게 큰 핸섬한 사내가 다가와 어깨를 빌려 준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첫눈에 반한 멋진사내한테 슬쩍 기대자 그만 스르르...
"여기서 뭐하세요 "
하고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앞집총각이다
순간 어찌나 미안한지
내가 기댄 멋진 남자는
또 하나의 전봇대 ...
이런 하룻밤에 두번씩이나 요 망할전봇대란 넘에게 당했다
(에라이 나쁜 ~~)
이제 맑은 정신으로 헌신짝한테 귀거래사(歸去來辭] ) 해야겠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열심히 살아갈란다.
20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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