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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비가 부실부실 내렸다
노랑병아리를 마중 가던 날 .
요 귀여운 아이는
지금부터 8년 전 태풍 '매미'랑 함께 우리집으로 찾아 온 아이
그날 세상은 온통 태풍의 회오리속에 갇힌채 우당탕탕 때리고 부수고
밤에는 전깃불 조차도 들어 오지 않았다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젖을 달라고 앙앙 울던 아이
젖을 찾아 감은 눈으로 어둠속을 헤매이다
겨우겨우 입에 물리면
이번에는 또 젖이 찰지게 나오지를 않는다고
매미보다 더 큰소리로 찢어질듯 보채며
먹을권리를 달라고 절규하던 그 아이...
오늘은 이 한장의 사진이 미소짓게 한다.
소나기를 받아 먹고 쑥쑥자란 들풀처럼.
상큼하게 자란 아이.
우리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자
그래 무슨 이름이 좋을까?
ㄱ,ㄴ,ㄷ,ㄹ...
꼭지,풀잎,배추,상추, 무,당근...
도,레,미,파,솔,라,,시,도...
가,나,다,라,마,바,사...
아 기막히게 멋진 이름 ...찾았어
세종대왕님 만세
그래 '가나'라고 부르는거야 가나,가나,가나...
이렇게 멋진 이름을 우리 아이에게 선물로 주시다니 세종대왕님, 고맙습니다
억만년 변함없이 가나라고 부르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2003년 9월~~
노랗게 익어가던 콩포기는 나자빠지고
몽돌이 아름다운 학동도 페허더미가 되었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외도섬까지도 태풍이
파고들어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던 잔인했던 계절,
폭풍우속으로 내에게로 온 아이를 가만가만 재워놓고 어둠속에서
아이의 이름을 그리 지었다...가나...
.
가나가 뭐고
무슨 그런 개떡같은 이름이 다 있노
정이가나? 정들고,정들제 ...
사람들은 놀리듯 시도때도없이 불러대곤 했다.
얍, 어디 두고 보라지 정가나, 세상을 평정하고 말테다 .
그럼 아프리카의 가나공화국은 가나 니끼가? 참말로?
당연하지 가나는 70개 부족을 다스리는 최고의 촌장님이시다
모든 시작은 'ㄱ'에서 출발하는거야 으음 ..^^*
부지런히 물 먹고 껑충 자란 콩나물처럼
성큼성큼 자란 가나양은
이제 학교로 갔다
그리고 조금씩 똑똑해지더니
'이게 뭐고 엄마는 순엉터리다
모르면 물어봐야지 한번 틀리면 계속 틀리게 된다구 "
어라~~ 이 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말
지구만 돌고 도는 줄 알았는데
말도 돌고 돌구나.
콩맹이아가씨도 제법 명랑해져서
검색왕이 되어 큰소리 땅땅치며 늙은 엄마를 가르치려든다.
2003, 9월에는 태풍 매미가 불었구나
잘모르면 검색을 해 보면 된다구...
다시 또 신경질난 바람이 분다
계룡산 봉우리를 붉은 노을로 물들이더니
태풍을 휘감아 몰아친다.
우당탕탕 베란다의 창문들이 바람과 합세하더니
우라질 신경질 최악의 귀신 소리를 낸다.
이제 아이는 고만 낳기로 했는데...
또 태풍이 분다.
바닷물도 불리고
강물도 불리고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은
세상을 무섭게 작살내려 또 심술부린다.
아이는 이제 고만 낳기로 했는데...
바람 불어 좋은 날
오늘은 13일의 금요일?
불길해 조심조심...
아침부터 남편이 그런다.
노량진의 학원가에서 유명한 '방샘' 있잖아
'비타민의 행정학 ' 으로 노량진에서 잘나가는 대학친구 000 말이야
돈 잘 벌고 있다고 그랬지 ...그래서 ?
태풍 매미때 빌려 간 돈 갚겠다고 연락이 왔어
그 때 얼마 빌려갔지 챙겨 봐 ?
이런 빌려 간 돈이 얼마인지도 몰라?
애시당초 받을 생각이 없었던거지.
그 돈 안 받을거야
대신 우리 딸들 방샘 행정학 수업 꽁짜로 들으면 되지
딸 1,2,3,4 그리고 아들1 까지
방샘 비싼 돈 빌려썼네
행시출신답게 수업도 잘 가르친다고 소문 났더라 뭐.
그럼 태풍도 불어샀는데
또 하나 더 낳아볼까?
행정학 수업료 공짤지도 모르는데...
13일의 금요일에 바람이 분다.
바람 불어 억세게 재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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