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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외포바다가 생각납니다
그 작은 포구의 큰 대구가 생각납니다
아주 기이하게 생긴 대구떼가 몰려 와서 세상을 화들짝 놀라게 해 주는 곳
외포바다는 아주 작은 항구입니다
고작 4.5톤급 호망어선들이 바다에 포진해 있는 곳이랍니다.
칼바람이 억세게 불던 12월 어느 날
빨강머리 앤, 그곳으로 찾아 가 보았습니다.
겨울의 한복판 외포바다는 지금 펄펄 살아난 삶의 현장이랍니다.
바다로부터 막 잡혀 올라 온 대구가 피둥피둥 살찐 모습으로 싱싱하게 육지로
내려 앉습니다.
"이렇게 싱싱한 대구의 가격은 어찌되나요? 싱싱한 것 몇마리 사 가고 싶은데..."
"아직 갱매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가격은 잘 모리고 싱싱하긴 참말로 싱싱한기라요 막 바다에서
올라왔으이 대구탕 끓이노모 둘이 묵다가 셋이 죽어도 모릴끼라요 "
라며 어부가 대구며 빈상자까지 깨끗하게 씻어 냅니다.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는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충무상회'도 있고
겨울이 찾아온 어촌의 풍경을 고스란히 그려내는 마을입니다.
앞집아주머니와 뒷집아주머니가 골목길에서 만나 저녁반찬은 무엇으로 할거냐며 걱정하는 마을입니다.
작은다리가 있는 마을, 작은 산 언덕에 자리잡은 외포초등학교는 마을을 내려 다 보며
긴 겨울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마을입니다.
외포리 4길을 따라 가면 우체국도 있다네요.
외포리4길을 따라 걸으니
제법 큰 농협이 나타납니다 농협 옆으로는 또 다른 골목길이 펼쳐집니다
우체국도 있고 우체통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편지를 쓴다면 그런 멋진 낭만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면
우체통은 신이 날텐데 말이죠.
작은 골목길을 돌아 다시 외포항으로 갑니다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대구녀석들이니 대구이야기로 맛을 내야겠습니다.
거가대교가 개통된 후 이곳에는 대처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옵니다
길에서 만난 손님을 붙들고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으면
"대구에서 왔심더 "
라는 말이 대부분입니다
"대구(大邱)분들이 대구(大口魚)를 좋아하시는구나 하하하?"
바다를 보고 싶어 갈증난 내륙지방 사람들이 외포항구로 몰려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마다 고급어종인 대구를 흥정하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대구이야기가 제법 재미날것 같지 않나요?
오늘 겨울바다는 파도소리도 갈매기소리도 다 얌전한 편입니다
등대로 나가보고 싶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등대로 가는 일은 또 다음으로 돌려야겠습니다.
대구, 고작 물고기 주제에 ... 기이하게 생긴 대구란 녀석이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적잖게 놀랄 분들 많을겁니다 .
외포의 대구잡이가 하도 신기하여 혹시나 하고 EBS방송 VOD를 찾아 보았더니
' 극한작업' 1부,2부로 나뉘어 대구잡이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방송되어 저장되어 있더군요 한번 본 것으로 전반적인 것들이 이해되지
않아 두번을 연속으로 보기도 하였습니다.
또 다른 대구이야기가 많을것이란 생각이 들어 검색하였더니
세계 역사를 바꾼 물고기,
' 대구이야기 '(마크 쿨란스키)원제 The Cod's Tale(1997)가 있네요
바이킹과 콜럼버스, 영국의 청교도들이 아메리카로 건너가게 된 힘은 바로 이 물고기 대구의 힘이었습니다
대구는 미국독립혁명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하였습니다
유럽의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이자 미국의 독립운동을
하게 된 원동력은 놀랍게도 못생긴 물고기, 대구였습니다
대구는 지구의 역사를 바꾸었고 사람과 많은 생물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대단한 물고기로 굴림하였지만
이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네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대구혁명' 이란 말은 혹시 들어보셨나요?
1650년대 미국의 뉴잉글랜드는 상업의 중심지로 바뀝니다
뉴잉글랜드, 래브라도,뉴펀들랜드,그리고 노바스코샤의
해안가에서 잡은 대구는 보스톤으로 운반되어 상인들에게 팔렸습니다
상인들은 대구를 유럽에 싣고 가서 팔았습니다
깊고 안전한 보스톤 항 주변에는 도시가 형성되고 부두는 대서양에서 오는 배로
북적거렸습니다 '풍요의 상징'뉴잉글랜드는 대구무역 덕분에 눈부시게 발전 해 가는 도시가 되었고
보스톤 항으로 몰려든 배들은
대부분 바스크의 밀바오(스페인 북부 지역으로 주로 바스크인들이 사는 곳)항으로 향했습니다
보스톤 상인들은 바스코 상인들에게 대구를 팔고 오렌지와 포도주,철강 제품을 샀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상인,조선공,농부,그리고 목수,대장장이, 가구를 만드는 기술자들이 번성하고 있는
식민지에서 돈을 벌어 볼 속셈으로 몰려들기도 하였습니다 누더기를 걸친 개척자들이
첫 발을 내딛는 곳이었던 뉴잉글랜드는 대구무역으로 눈부시게 번영하는 도시로 점차 변해갔습니다.
이것이 대구란 물고기의 힘이었습니다.
이제 대구는 풍요의 상징이 되었고 매사추세츠에서는 대구 모양의 조각을 집과 교회,
그리고 관공서에서 걸어 놓기도 하였다는군요
보스톤에서는 대구 무역으로 부자가 된 상인들은 '대구 귀족' 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네요.
칼바람이니 혹한기니 하는 겨울에도 대구란 물고기는 외포로 몰려 온답니다
회기성 물고기로 12월15경부터 1월20경에 잡히는 대구의 맛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남해안 외포에서 잡힌 대구는 그 맛이 최고라고 인정받아
전국에서 대구를 사기 위해 작은 항구인 외포로 몰려든다고 합니다.
대구의 힘,
이 대구들은 거제 외포바다에서 잡은 대구들입니다.
단맛나는 겨울무 삐져넣고 토막 낸 대구만 넣고 끓인 대구탕은 그 맛이 일품입니다
알은 꺼내서 대구알젓을 만들어 먹으면 입맛 잃었을때
입맛을 금방 되찾게 되는 환상적인 맛이 되구요.
풍어호아저씨들?
EBS대구잡이편에 나오셨던?
이만큼이면 도대체 가격이 얼마나 나갈까요?
보통 대구는 길이가 60cm이며 큰대구는 길이가 1m정도 되는 대어도 있다는군요
한마리에 90만원까지 나간 적도 있었다니 정말 귀족대구 맞습니다.
풍어호선장님께서도 한마리 최고가격 60만원까지 받아 보셨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요? 아마도 대구이야기겠죠?
대구가 많이 잡히는 12월과 1월에는 고기상자값도 무시못하게 많이 든다네요
상자 하나에 보통 두마리 혹은 큰 대구는 한마리가 들어간다니 ...
이런 대구 한마리에 보통 5만원에서 15만원까지 나간다니 우아 정말
대구 많이 잡는분들' 대구귀족' 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상품으로 만드는 풍경
남해안의 대구는 보통 거제도,진해,가덕도 근해에서 주로 잡히며 매년 겨울에
산란하여 남해안을 떠났다가 2~3년후에 돌아오는
고급어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진수산이란 상호를 단 아주머니네 오늘 대박났습니다
물론 앤도 이곳에서 한마리당 11만원씩 주고 대구코다리 두 마리 샀습니다
거가대교를 관광 오셨다가 외포대구를 잔뜩 사가시는 대구분들
끝내 이집 고기가 바닥이 나더군요
일일매상 600~700백만원 정도 된다는걸 기어코 알아냈습니다 하하하.
4톤급에 해당하는 작은 배가 잡아들이는 대구는 2개월동안 과연 얼마나 되는지?
바쁘게 일하시는 분들께 이것저것 여쭙기도 미안하여 결국 다음으로 미룹니다.
그런데 참 신기합니다 온통 비린내가 범벅일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비릿하지도 않습니다
외국인어부도 이곳에서 일한지 제법 되었는지 제대로 된 어부같습니다.
다부지게 일도 참 잘합니다
내일 새벽에 경매가로 팔려 나갈 대구들
작은 항구에 넘쳐나는 대구들로 왁자지껄 축제라도 벌어진 풍경입니다.
그저 바다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다시 바다로 나가는 배도 있습니다
보통 대구잡이는 새벽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니만.
이집 대구가 특별하게 잘 팔리는 이유가 있었네요
탤런트를 닮은 여인이 대구를 판매하니 그럴 수 밖에요 하하하
아주머니께서는 경매를 보시기도 한다고?
여자 경매사도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짧은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지만
바닷가의 활기는 대단합니다.
이곳에서 난 대구는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멋지게 손질 해 놓은 대구를 보고 어찌 충동구매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싱싱하고 쫄깃해보이는 대구의 유혹
그만 흥정한번 못해보고 사버렸습니다 ,
이 곳은 대구경매장
새벽4시경이면 경매를 시작한다는군요 .
작은 외포항은 온통 대구입니다
물반 고기반 사람반인 곳입니다.
이리 보아도 대구
저리 보아도 대구.
어부는 대구를 손질합니다.
대구에 반한 사람들
가끔씩은 항구에 가 볼 일입니다 .
그곳에서 살아서 펄떡이는 고기를 보며
사람사는 냄새도 맡아 보는 것입니다.
겨울바다가 주는 활력을 보면서 .
바다를 닮아 강인하고 억척같은 바다아주머니들의 삶도 엿보기하면서
아주 가끔 생활이 밋밋하고 단조롭게 느껴지면
작은 바다로 나가 보는 겁니다
그기서 펄떡이는 대구를 만나보는 느낌은 또다른 활력이 될지도 모릅니다
올 겨울엔 작은 항구 외포에 가서 입큰 물고기 대구(大口魚)이야기 한번 제대로 만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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