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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칼칼한 바닷바람을 피해
바삐 걸어갔습니다
고현천을 따라 장평대로쪽으로 걸어가다가 만난 익숙한 풍경하나가
오늘은 그만 앤의 발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네요
잔뜩 웅크린 자세로 목도리로 귀까지 동여매고 열심히 달렸더라면
끼룩대는 갈매기소리조차 방음되어 통 듣지도 못했을겁니다
겨울날씨란 원래 독하고 매운맛을
톡톡 쏘아대는 악취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놀려먹는 심술보를
가진 계절이라 조금의 노출도 허락하면 손해보지요
하여 바람이 탐하여 삐질삐질 새어나는 눈물샘을 장갑 낀 손으로 꼭꼭 눌러 닦아내며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다 그만
턱에 걸려 넘어질뻔하였죠
깜짝 놀라 그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중심을 잘 잡아야 넘어지지 않겠죠
넘어지면 아픈건 당연하고 운나쁘면 골절로 이어지기도.
더 이상의 비약적인 상상은 그만 두겠습니다 .
그럼 여기서 턱이 나타난 이유에 대하여 알아보아야겠죠
글쎄요 왜 턱이 나타나서 빨리 가지 못하게 했는지
겨울해변을 걸으며 생각 해 볼까요?
어김없이 가방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고현항 한쪽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뱃사람들이 불을 피웠는지?
바다에 정박한 배들도 몹시 추워보입니다.
열심히 장평대로를 따라 걷다가 싼판쪽으로 발길을 돌려봅니다
배를 타러 싼판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도 살벌합니다
열린 문위로 철조망이 쳐져 있습니다
철조망은 또 왜 ...흉물처럼 버틴 모습이 약간 겁도 납니다.
페가서스 ... 이 배는 그 동안 거제~ 부산을 오고 간 바닷길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이 배는 요즘 할일이 없어서 고현항에 발 묶인지 제법 되었습니다
화려한 전성기시절에는 이름처럼 바다위를 날으는 날개 달린 말이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속에 등장하는 페가서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동물이지요
하지만 날개달린 말이 상징한 의미는 대단하여 바닷길을 고속질주하여
부산에 도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였을겁니다.
고현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고현까지 .
이렇게 페가서스호는 파도를 가르며 날아 올랐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고현항 , 조용한 겨울바다가 잔물결 소리만 냅니다.
고현항에서 바라 본 장평동의 겨울속은 억세게 춥습니다.
겨울바다는 게으럼을 피우는건지 인기척조차 통 나지 않습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띌뿐...
몇발자국 물러나서 페가서스를 찍어 봅니다.
이런, 이곳에도 문을 통과하는 곳에 철조망이 치렁치렁한것이 정말 보기 싫습니다
혹시 도둑이 들까하여 그랬을까요?
그냥 문 잠궈 놓으면 될것을 흉물처럼 도시미관을 헤쳐가며 이런~~
가던 길 돌아서 다시 고현대로쪽으로 바닷가를 따라 걸어갑니다
언제나 고현항에 오면 헛갈려서 혼줄이 나곤 했던 곳
불과 200m 정도의 거리에 두개의 배터미널이 있어 혼란을 야기했던 ...
하지만 이제 누구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를 타야 할 일이 거의 없어졌으니 ...
날마다 출근길에 만나는 풍경입니다
오늘은 이런 풍경을 만나니 기분 또 묘해지는군요
이제 사라져버릴 풍경입니다
봄이 오면 이 건물조차 헐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할일이 없어져버린 배들은 낯선 항구로 팔려가게 될지도 모르고.
이미 중단해버린 가지 않는 배 .
왠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사라지고 말 흔적 ..곧 그리움의 빛깔로 남을테죠?
그 동안 시민의 발이 되어 폭풍주위보시에도 운행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이 곳은 안도였으니까요
안도라하면 파도가 그리 심하게 몰아치지 않는 잔잔한 바다를 말합니다.
이런 표지판도 한쪽에서 휑뎅그렁하게 서 있습니다.
고현항의 겨울나기.
얌전하게 길가다가 '턱' 하고 넘어질뻔 한 이유 ...이제 알았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잊지 말라는 무언의 부탁이며
고현항을 꼭 기억 해 달라는 시위였습니다.
거가대교 개통 후 이 배를 사용한 승객은 고작 하루 8명선 정도에 그쳤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운항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성이 떨어진 슬픈 운명의 뱃길
이제 역사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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