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모시가 꽃으로 피어 난 고성의 작은 시골학교에 갔습니다.

이바구아지매 2011. 9. 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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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한뼘 더 올라갔군요.

눈이 시린 하늘바다를 바라보니 가을과 잘 어울리는 친구가 생각납니다 .

가을은 그런 시간입니다 떠나고 싶은 계절이며  누군가를 찾아 보고 싶은 시간이기도.

 

오늘은 일요일, 

남편을  졸라서  고성 어느 시골학교에  살고 있다는 친구  '모시꽃'을 보러 갑니다.

가는 길은  온통 그녀 생각뿐입니다. 

지천명을   넘긴   시간동안  고고하게 '모시꽃 '만들기로  창작의 산고를 견뎌내고 있는

 이제는 그만 모시가 되어버린 그녀 ...

그녀를 찾아 가는  '고성 가는 길'은  그녀의 인생역경만큼이라

많이도 꼬불거립니다.

 

열심히 속력 내어 달리다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네비양의  친절한 안내가 한없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잘 모르는 낯선 길로

그녀를 찾아 가는  시골길은 이미   짙은 가을속입니다.

길섶의 무성한 누런띠풀과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구불구불한 시골집 돌담옆으로 기대 선 돌감나무며, 

소가야 너른 들녘은   모두 노오라니 익어가는   소리가'톡톡 ' 거리며 들리는 정겨운 풍경을 기억하며

함께 노오라니 물들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차마 노란옷을 걸치기엔 조금 서러운 나이입니다.

 

네비양이 말합니다  곧 목적지 주변이라고...

'상촌쉼터' 느티나무 아래에 두 다리 벌리고 앉아 연을 잘라 말리는  여인들의 풍경과 고추잠자리 빙빙빙

날아 빨래널어 말리는  간짓대 위에 날개 떨며 내려 앉는 모습도 보입니다.

고성은 재대로 익어가는 가을입니다.

고성의 티라노사우르스도  노오라니 익어가는 짙은 가을날

집에서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어신2길

'모시꽃 예술체험학교' 에 도착하였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곱디고운  작은 학교가 또 있을까요?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교문도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밤낮으로 지켜 낸 학교랍니다. 

학교울타리는 가시조차 노랗게  익어버린 탱자나무울타리입니다

그렇다고 친구 모시꽃이' 위리안치' 圍籬安置된  유배객은 아닐터인데.

 참 생각 해 보니 모시꽃과의  일생을 함께하는 처연함은   위리안치된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나온  작은 학교의 주인이 된 친구가 반겨줍니다.

작디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서...

 

 

모시를 닮은 여인이야기

 

 

 

친구 모시꽃이 사는 학교는 사방이 탱자나무울타리로 둘러져있습니다.

노랗게 익어버린 탱자가 주렁주렁...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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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꽃소녀상...학교 안 ,교실로 들어가는 복도에서

 

친구가 만들어 준  모시옷을 입고  서 있는 갈색 소녀

 

 

 

 

무궁화꽃(국화)으로 피어 난 모시꽃

 

 

 

 

그녀의 반짇고리

 

 

 

온통 모시로 만든 꽃들과 오래 된 질그릇들과 도자기들이 작은 시골학교의 골마루(복도)를 가을로 채웁니다.

 

 

 

 

 

교실 창문도 오래전 그대로고...

 

 

 

 

 

이 고운 색깔의 모시가 그녀의 손끝에서  꽃으로 피어납니다.

 

 

 

 

 

모시로 만든 꽃 창시자 공예가 ...김정숙님

 

 

 

 

창문으로  내다 보는 학교 뒷뜰에도 가을이  서 있습니다

작은 돌감들이  홍시감으로 익어 가는 풍경도 보이고.

 

 

 

 

 

골마루의  창문을 열어 젖히자 이렇게 방충망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방충망으로 학교 뒤뜰을 내다보니 어느 해    가을날 앤이  그린  가을수채화랑 참 많이도 닮은 풍경입니다.

 

 

 

 

 

요 작은 건물들은 학교 숙직실과 교장샘의 사택으로 쓰였다고 ..

고스란히 그대로를 두면서 어우러짐의 멋을 살린 그녀의 감각이 ...

 

 

 

 

 

이 작은 건물들이 너무 예쁘다고하자 친구가 그러네요

이곳에 와서  언제까지  살아도 좋다고, 같이 살자고

"나는 모시꽃을 만들고 , 친구는 글을 쓰고. 친구야 그러자 "

정말  그래볼까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학교로 이사온지 이제 막 한달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2,000평에 가까운 묵정밭 같았던 학교를 ,도깨비굴 같았던 학교를 ,

이만큼 말끔하게  정리한 그녀 ... 과연 대단한 그녀입니다.

이제 몇해만 더  가꾸어도   꽃이 피어나고 ,새가 날아들고, 사람들이 찾아들면

척박했던  이곳도   모시꽃 으로 활짝 피어나는 학교가 되겠죠?

 

 

 

 

 

 

학교를 에워싼 탱자나무울타리

내년봄  탱자꽃이 하얗게 피어나면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만 해도 ...

하얗게 피어나는 고 작디작은  탱자꽃이 숨막히게 할 봄  ...

 온 동네를 폴폴  날아다니는 향기는  또 어찌 감당할지...

 

 

 

 

 

학교에 딸린 건물들이 조금 오래되긴 했어도 정겨운 퇴락의 모습입니다.

 

 

 

모시꽃예술체험학교...지난여름에는  모시꽃만들기 체험학교의 인기가 대단했다는군요.

그도 그럴것이  전국에 배출된 그녀의 제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해 주고 있으며

각 학교에서 는 물론이며  이 멋진 창작인 '모시로 만든 꽃'에 대한 관심이  \ 폭발하는 것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죠

우리것은 좋은것이며  세상에 내 놓아도 가장 한국적인 ,그래서 특별한 찬사를 받으며

세상에서  처음으로   모시꽃을 만들어 낸 여인 ...김정숙...

 

모시로  만든 옷은 기품있고 , 우아하며 고고하게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모시의 소재로 '꽃'을 만든 창작예술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모시옷이라면   홍건적도   입었던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모시와 모시꽃

 

사전에 찾아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거세고, 억세고 ,투박하고, 모질고,질기고 ...

이런 모시가 제작과정을 거친 후 그 멋드러짐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 할 정도입니다.

 특히 통풍이 잘 되어  여름옷으로 정말 시원하죠

모시는   우리민족이 배를 짜서  옷으로 만들어 입은 자연에서 얻은  소재입니다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 문무왕 32년에 '30승포(升布)40승포'의 극세포를 중국에 공물로 받쳤다고 나오죠

고려시대에는 모든 백성들이 모시제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군요

예로부터 우리민족의 모시제작 기술은  뛰어났으며  현재까지도 몇몇의  匠 人 들에 의해

그 맥이 이어져 내려 오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학교는  모시처럼 질기고  오래 된  풍경입니다.

 

 

 

 

 

 

학생들이 사용했던 푸세식 화장실도 아직 그자리에 있습니다.

 

 

 

 

 

 

벌써 성질급한 감잎들은  떨어져 누웠습니다.

 

 

 

어느 가을날에...

 

 

 

 

오래 된 우물도 고스란히 그대로..

 

 

 

작지만 예쁜 학교

이제 이 학교는 모시꽃이 피어나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등나무 아래로 다시 여름이 오면 모시꽃 만들기 체험학교에서 창작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시원한 여름나기가 될것같습니다. 

 

 

 

교적비도 그대로인  채 ...

요 작은 학교가  마술을 부려  서울대학으로 진학한 학생이 자그마치 17명이나 배출된 대단한 실력의 학교였다고 합니다.

따져본다면 3 년에 한명꼴로 입학시킨  놀라운 결과입니다.

풍수지리는 알지 못하지만 그냥 보더라도 산새가 뻗어 내린 모습만으로도  학교터로 훌륭해 보였습니다.

 

 학교연혁

1937.5.18

어신 간이학교 개교

1947.12.26 동창국민학교 인가

1990.3.1

회화초등학교 동창분교장 개편

1998.9.1

회화초등학교로 통폐합.

 

현재 모시꽃예술체험학교가 되었습니다. 

 

 

 

 

가을풍경

 

 

 

 

여름밤이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별들이 쏟아져내릴것 같은 풍경이라고 합니다.

 

 

 

 

 

 

 

 

 

 

이 길 따라  가다 만나는 돌담이 있는 기와집은

모시꽃의 이웃집이라네요.

할머니가 살고 계신다는 가장 가까이 사는 이웃사촌으로 호미들고 와서 밭일 도와주고  

마을사정 모르면 알려주는... 

 

 

 

 

 

다음에는 이곳에 오게되면 할머니도 만나뵙고 인사 드려야겠습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 구석쪽에 서 있는  플라타나스 ...

아이들의 재잘거리던 웃음 소리는  잎새뒤로 숨어버렸습니다요.

 

 

 

 

 

 

어신마을의  익어가는 벼이삭 ,사그락대는 소리가 바람에 들립니다.

 

 

 

 

 

강쥐들의 행복

 

 

 

 

 

넓은 운동장입니다 .

 

 

 

 

 

학교 교실로 들어 가는  입구

비 오는 날에는 신발에 묻은 진흙덩이 잘 털고 들어가야합니다

엉터리로 진흙덩이 달고 왔다간  선생님께 출석부로 뒤통수   한대 맞습니다.

 

 

 

 

학교 운동장의 동쪽에 이웃한 작은 마을...옛날에는 평화로운 키위촌이었을법한.

 

 

 

 

골 깊은 마을풍경

 

 

 

 

아이들이  몰래몰래 드나들던 개구멍?

 

 

 

 

학교와 이웃한 탱자나무로 위리안치된 울타리 너머의 작은 마을

 

 

 

 

 

이제 친구 모시꽃과, 어신마을과  헤어집니다.

 

 

 

 

 

 

 

참새를 지키는 황금들녘의 허수아비를 남겨두고  이제  집으로 갑니다.

꼬불한 이 길을 따라 ...

 

 

찾아 가는 길 , 경남 고성군 회화면 어신리  937-1  '모시꽃예술 체험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