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11월의 이야기...능포 바다로 간 우리들의 영웅들

이바구아지매 2011. 11.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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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동쪽끝에는 작은 항구 능포가 있습니다

가나는 작은 포구 능포가 정말 좋습니다

태어나서 아홉살  가을까지 살았던  고향마을,

  요즘은   종종 꿈속에서  만나곤 합니다.

 오늘은  엄마를 졸라서 기어코 능포로 갑니다

가나가  떠나버린  능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몹시 궁금합니다 .

 함께 공부하고 뛰어놀던 친구들은 다 잘 지내고 있을까요?

 

 

 

 

 

설레이는 일요일 아침,

엄마가 아주 특별한 주문을 합니다

이마로 간  몽고반점 때문에 늘 머리를 내려  이마를 가리고  다니는 가나에게

예쁜 이마를 꼭 한번만 보여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니 못이기는 척 엄마한테만 살짝 보여줍니다.

 

 

 

 

엄마는 가나의 이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네요.ㅎㅎ

정말 그럴까요?

 

 

 

가끔씩  능포동 친구들이  보고 싶어  유치원 졸업식날 찍었던 사진을 꺼내 보곤 합니다

현서,경민,관호 나희,정혁,광우,민주,제동,은지,시영이는 유치원때부터 함께였던 악동들이었는데

오늘  능포에 가면 만나볼 수 있을까요?

미리 연락을 하고 가야겠지만

몰래 가서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습니다.

 

 

 

 

 한달만에 다시  찾아 가는 능포

 

 

 

 

친구들 만나게 되면 옥수동의  롯데리아에 가서 맛있는 데리버거 세트도 사서

나눠 먹으려고 롯데리아 제품 교환권도 준비하였답니다.

 

 

 

 

 

엄마랑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달려서  능포 바닷가에 도착하였습니다.

작년  이맘때의  바다는 매섭고 쌀쌀한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어느 하루처럼 더워서 땀이 마구 납니다.

짧은 반팔티셔츠로  갈아 입고 싶습니다.

낚시를 하려고 산판위로 나갔다가 오래전 햇살에  바싹 말라버린 불가사리를 만납니다.

 

 

 

 

 

불가사리도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었을겁니다.

흰등대 빨강등대가 있는 방파제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마침 산판위에는 누군가가 낚시를 하다 두고 갔네요 가나도  낚시  한번 해 볼까요?

 

 

 

예쁜 불가사리..

 

 

 

 

물반, 고기반이네 저기 봐 고기떼들이 막 헤엄을 치지

숭어들이 마구 솟구치고 난리났어

 숭어들이 여기저기서  다이빙하는 모습이 마치 돌고레들이 줄 지어 춤추는 것 같지  않니?

놀라워라 태평양의 고기떼가 모두 몰려 와서  능포바다가   차고 넘치네

그물만 던져도 다 잡힐것 같은데 말이야 ...

라고 엄마는 흥분하여 그물이 없으니 고기들이 펄쩍펄쩍 뛰어 올라  놀려 먹는다고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릅니다.

 

 

 

 

뱃전에서 해풍에 널어 말린  메기는

무 삐져 넣고 메기탕 끓여 먹으면 정말 시원하다네요 .

 

 

 

 

 

낚시에 열중인 가나입니다.

 

 

 

 

부산에서 낚시를 오신 아저씨들이 배를 빌려 타고 먼 바다로 나갈 모양입니다.

 

 

 

 

 

순엉터리 줄 낚시를 보고도  고기들은  놀라서 달아납니다.

망상어 어름치, 숭어,멸치들이...

 

 

 

 

 

작은 항구가 갑자기 찾아 든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망상어와  복어를 잡고 싶은 가나입니다.

 

 

 

 

등 굽은 어부할아버지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바빠 보입니다.

 

 

 

 

 

바다로 나갈 준비를  끝낸  옷차림으로   어부할아버지께서 작은 배 위로 건너갑니다.

 

 

 

 

 할아버지네 배입니다.

 

 

 

 

 

바다 저 멀리로 냉동창고도 보입니다

냉동창고 저쪽으로는 100년전,  제주에서  물질하러 건너 온  제주해녀들이 뿌리내려 사는 곳입니다.

 

 

 

 

 

이 배도 곧 바다로 나갈 모양입니다.

 

 

 

 

 

태평양이 시작되는 곳

 

 

 

 

 

가나도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고기떼를 몰아 오는 어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상상은 참으로 신나는 일입니다.

 

 

 

 

 

 

 

 

 

바다 곳곳에서  하늘 향해 팔딱이며 튀어 오르는 고기떼를 바라보는 시간은 또 얼마나 신나는지요.

 

 

 

 

얘야, 바다는 너 같은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만만하지 않은 곳이야

항상 조심해야 하느니라

바다가 화를 내면 정말 무섭단다  알지

얼마전에 일본에 무서운  해일이 일어난 것 보았지

바다는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곳이야 

하고  어부할아버지께서 충고 해 주십니다.

 

 

 

 

 

어부할아버지께서는 16살이 되던 해 바다로 나가  어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바다  너머 진해 , 그러니까 거가대교를 달려가다 보면 왼쪽편으로 나타나는   신항만을 먼저 만난 후  진해 용원을 만난

안골에서 산등성을 하나 더 넘어가면' 앙골'이란 마을이 나오는데 그 곳이 할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이 머무는 고향이라 합니다. 

  23년전 우연히 능포항으로 오게 되었는데  

 따스한 사람들이 좋아서  고향이란 느낌으로 그만 이곳에 눌러 앉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를 보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퍼뜩 생각납니다.

이 곳은 쿠바의 작은 항구 그러니까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작은 항구

'고히마르' 와  아주 조금은  닮았겠죠?  작은 바다가 . 작은 어촌풍경이 ...

할아버지께 헤밍웨이의  ' 노인과 바다''를  혹시  아느냐고 여쭈었더니 손자들이 읽던  책표지에서 

 제목은 얼핏  보았다며  빙그레 웃으십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젯밤에 정말 신이 났다고 합니다

자정쯤에 바다로 나가서

대구와 메기를 제법   많이 잡았는데 시장가격으로 150~200만원 정도 벌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장남도  어부여서 함께 바다로 나가며

바다 곳곳에 어장을 놓아 두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표나지 않는 어장을 찾아 가는냐고 궁금 해 하니

컴푸터로 다 작업 해 놓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바닷길을 찾아 간다고 하네요.

박용운(72세) 할아버지께서는  날마다 바다로 나가 해를 정면으로 받는데도  불구하고 구리빛이

 아닌 하얀 피부로  연세보다 젊어 보인다며 엄마가

놀라는 척 하자   할아버지께서도 좋아서 자꾸만 웃으십니다

 언제나 누군가를 즐겁게 해 주는 지혜 가득한 엄마.

 

 

 

 

 

할아버지로부터 재미난 이야기를 듣는 동안

또 한 척의 배가 바다로 나갑니다.

 

 

 

 

 

어떤 고기를 잡아올지 알지 못하지만   해질녘에는 넘치는  만선으로 돌아오라고   손 흔들어 주었습니다

 

 

 

 

배가 멀어집니다.

 

 

 

 할아버지와  장남이  배에 올라서

잠깐동안의  휴식을 취합니다.

 

 

 

 

 

 

 

 

 

 

이제 할아버지와 장남은 그물을 손질하기 시작합니다.

차곡차곡 그물을 손질하여 밤에는 바다로 나갈것이라는군요.

할아버지와 장남은 바다의 영웅이 되어 돌아오겟죠

오늘밤에는 말입니다.

 

 

 

 

 굴뚝속으로 그물이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 토해져 나오는 풍경이 신기하여

가나는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할아버지와 장남을 '바다의 영웅'이라고 불러 줄테지요.

오늘밤에 만선으로 돌아온다면 말이죠..

 

 

 

 

 

그물

 

 

 

 

할아버지네 배 위의  신기한 굴뚝은 그물을  삼켰다가  다시 쏟아내는 신기하게도  엎드린 굴뚝입니다.

 

 

 

 

 

바다의 영웅 ...할아버지와 장남.

 

 

 

 

바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습니다.

 

 

 

 

호수같은 능포항

 

 

 

 

 

어둠이 내리면 할아버지와 장남, 두  어부는 어장을 놓은 곳으로 달려 갈 것이라며

 

바다밑  이야기도 맛있고  다북하게  해 주시는군요.

그리고  계절별로 영양 가득한  고기이야기도 들려 주셨는데

 9월에서 11월까지는 전어가 가장  고소하여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고소한 전어맛을 다시 기억 해 내고 돌아온다고 하네요.

9월에서  음력 1월까지의 맛있는 생선으로는  메기와 대구가  많이 잡힌다고 합니다.

대구탕은 참 시원한 맛으로 우리들의 입맛을 돋구게 해 줄것이며.겨울이 즐거운 계절이라고 기억하게 해 줄것입니다.

 

 

 

 

 

능포아이 가나입니다.

 

 

 

 

 

다시 바다로 낚시를 나가는 전성시대  배에는 도시에서 온 낚시를 무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먼 바다로 배를 타고 통통거리며 나아갑니다.

 

 

 

산판

 

 

 

 

 

오늘도 가나는 멸치새끼 한마리 잡지 못했답니다.

 

 

 

 

아저씨도 바다가 좋은가 봅니다.

 

 

저 둥그런 물통안에는 입큰 메기들이 가득합니다

큰 입으로 뻐끔뻐끔하며 숨을 쉬는 풍경이 어찌나 웃기는지  메기의 입은

또 왜그리 크고 못생겼는지 ...그래도 국 끓이면 겨울철의 별미라네요.

 

 

 

 

 

이제  능포 초등학교를 향해 갑니다.

 

 

 

다시 한번  작은 항구를 뒤돌아 보며 ...

 

 

 

 

 

바닷가 옆의 '우리들 슈퍼'도  그대로 서 있네요.

 

 

 

 

 

능포로 246

 

 

 

겨울햇살에도 까실까실 잘도 마르는 그물

그 위로 툭툭 떨어져내린 은행잎들...

 

 

 

 

 

예전처럼 말리는 그물곁에 쪼그리고 앉아 그물을 만져 봅니다.

바다 냄새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그물이 몹시도 그리웠습니다.

 

 

 

 

어촌풍경

 

 

 

 

해풍이 날아드는 뉘집 처마끝이며 .빨랫줄에도  이맘때의 풍경은

메기가 매달려서 온갖  폼을 다 잡습니다.

 

 

 

 

 

밭고랑에는 아직 다 캐내지 않은 무,,배추가 초록으로 파들파들  서 있습니다

미리 캐 내은 무청은 씨래기가 되어 밭고랑에 널부러졌습니다

능포의  겨울빛깔입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길로  지난 여름까지 열심히 다녔던 학교근처까지 왔습니다

쿵쾅거리는 마음 , 운동장에는 친구들이 가득 뛰놀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이 콩알만해진 가나

누가 뛰 놀고 있을까  설레이며

능포초등학교로 막 들어섭니다.

 

 

 

 

어라  텅빈 운동장,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 이럴 수가 ...

  학교 운동장에 오면 언제나 친구들이  놀고 있었는데 ...

 

 

 

 

 

달랑 가나 혼자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면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새 학교이야기와  새 친구들 이야기도 들려 줄 생각이었는데 ..

 

 

 

 

 

2학년1반 친구 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선생님도 많이  보고 싶었다고 꼭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강쥐 한마리도 없습니다.

 

 

 

 

가나가   없어도 11월의 행사는 다 치루어졌군요.

학예회와 한지공예까지도...

 물끄러미 게시판을 들여 다 보는 가나입니다.

 

 

 잘 할 수 있었는데 ...

 

 

 

 

 

이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

쓸쓸하게 돌아서는  가나의 처진 어깨를 어루만져 달래주어야 할 엄마도 덩달아 마음 쓸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