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날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날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
.
비와 우산이 주는 단상,
맑은 날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멀어짐...
그녀들의 발자국소리가 멀어지고 ,
도란대던 목소리가 멀어지고 ...
이젠 너무 멀찌감치로 달아난 뒤...
그녀들이 지나간 흔적을 밟고 선 채
사라지는 그녀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그냥 그자리에 오도카니 서 있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기억속의 성장을 멈춰버린 해마가 부시시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지
머릿속은 점점 또렷해지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 ...
바다로 자멱질하기,
땅속 깊숙히로 후벼파고 기어들기,
꽃과 나무를 타고 요리조리 미끄럼타기로 흘러 내리기 ,
그도 저도 심드렁해지면
지나가는 그녀들의 우산위로 올라가 데구르르 굴러 내리는 장난끼로 8월을 물무늬 놓는
몹시 개구진 여름비를
기억 해 둡니다.
언제나 붙박이처럼 바닷가에 서서 펄럭이는 깃발로. ..
여러나라의 국기들도 비를 흠뻑 맞고 서 있습니다.
그리운 자신의 나라를 보고 싶어 한 없이 키를 키우더니 고개조차 쭉 빼고
축축하게, 무겁게 펄럭입니다.
우산을 쓰고 가는 그녀들은 지금 어디로 가며 무슨 볼일을 보러 가는 길인지...
제 각각 한가지씩 만족한 생각을 담고 그곳으로 가고 있을겁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그녀들의 그리움같은 뒷모습,
지금 내가 이 길을 걸어가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비에 흠뻑 젖어 든 풍경들의 소근거림을...
우산을 든 그녀들이 또 내게서 멀어집니다.
그녀들은 빗속으로 그냥 걸어가고 있을뿐인데 ...
어제도 내린 비
오늘도 내립니다.
하루,이틀,사흘, 나흘...
언젠가는 사라져버리고 말지도 모를 고현바다에도 추적추적 여름비가 내립니다.
닷새,엿새째 비가 내리니 시시콜콜한 풍경에도 '사색'이 끼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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