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두번째 선물...그녀에게 성내의 7월을 담아 보낸다.

이바구아지매 2012. 7. 1. 08:24

 

 

2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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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나와 이름이 같은 그녀,

그래서 그녀는 곧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수십년전

태평양 너머로  날아간 그녀는

몇년전 이 땅을 홀로 다녀갔단다.

바다가 있고,  

 바다에 심기운 산이 나즈막히 웃고 있고 ,등대가 있는 곳  ...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전망 좋은 창가에서 

맨 처음 그녀를 향해 말문을 연 그에게 받은

벅찬 감동을 어떻게 다스렸을까? 

참 신기도하다.

 맨 처음 내게 말문을 연 사람이라 ?

그런 일도 다 있군 .

 

(중략)

 

 

어느 날,

그녀로부터 걸려 온 전화로 그 많은 이야기를 들어버린  날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그리고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에게

 작은 선물 하나를  주기로 결심했던거지.

내가 그녀에게 해 줄거라곤 ...단지  이것밖에...

 

 그녀에게 그리운 기억의 땅 ,

 그래 오늘은 '성내'의 7월을  담아  보내자.

 

 

 

성내의 7월

 

 

 

 

작년 이맘때도 비가 내렸는데...

 

 

 

 

 

논두렁길 따라 삐뚤뺘뚤 걸어가니  작은 개구리  한마리 앞서  폴짝 뛰고

  방아도 잘 찧는  방아깨비 한마리가 통통 튀어간다.

성내를 찾은 둘쨋날은   부스러기비가 내렸다.

 

 

 

 

 

 

 

 

만약 , 그녀가  다시 하늘길 날아 온다면  찰진 옥수수 따서 삶아 대접하리라.

 

 

 

 

 

7월의 햇살이 할 일이란  익히고 여물게 하는 것이지만 오늘은 비...

 

 

 

 

저 푸른 논둑길 끝나는 지점에서  신작로를 따라 걸어가면  넓고 넓은  바다랑 맞닥뜨리지.

 

 

 

 

 

 

 

 

 

벼가 익어 찰랑대기 시작하면 참새쫓는 양철북과 마주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참새쫓을  스테인레스밥공기와 국그릇이 매달려

바람을 타고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면 놀란 참새들 십리밖으로 달아나겠다.

 

 

 

 

 

 

 

 

 

 

 

 

 

 

 

 

 

 

 

 

 

 

 

 

바다풍경을  야금야금 잡아 먹는  이상야릇한 건물들이 우후죽순으로생겨나면  파란바다는  그만 사라지고 말걸?

 

 

 

 

7월의 하루, 

오락가락 능개비가 내렸다.

 

 

 

 

이 길을 따라 가면 그녀에게 처음으로 말문을  연  그가  살고 있다고 했다.

 

 

 

 

 

 

 

 

 

 

 

 

거제시 사등면 성내리

 

 

 

 

 

 

 

 

 

 

물기를 밟고 지나가는 농부의 아내

 

 

 

 

 

 

 

 

 

먼 산위로 가루비(능개비)뿌릴테지.

 

 

 

 

 

 

 

 

 

도라지꽃 피는 날.

 

 

 

 

콩포기가 여물어 가는 시간.

 

 

 

 

 

마을은 낮잠을 자는 듯.

 

 

 

 

 

 

 

 

 

행복한 동백나무

 

 

 

 

 

누군가의 배려로  담장의  좁은 틈새지만   동백나무는  하늘을 향해 50년째 키를 키우고 있단다.

'난 배씨도 되고 임씨도 된다고요"

부모님의 성씨를 잘 활용하는  재미있는 성내사람이 들려주는 사등성지이야기. 

 

 

 

 

 

성내는 아름답다.

 성내는 얌전하다.

비 내리는 날이면 성내는 낮잠도 흠뻑 즐기겠다.

 

 

 

우중충한 날씨는 또 한바탕 시끄럽게 굵은 소나기를 소금처럼 뿌릴 조짐.

 

 

 

 

모를 내지  않은   옹성  주위는 무성한 들풀들만 무성한 채 ...

 

 

 

 

 

 

 

길은 뜬눈이다?

 

 

 

 

 

 

 

 

 

 

 

 

 

 

축축하게 젖어  드는 날.

 

 

 

 

 

 

 

 

 

 

 

 

 

 

 

 

 

작년 이맘때는 옹성안까지  모를 냈더니  올해는  뮤성한 풀밭으로 방치해  둔 풍경이 보기 싫어

주민에게  물으니 사등성지가 문화재가 훼손된다는 이유로 

 옹성안,밖으로는   농사를 짖지 못하게 금하였다고.

 

 

 

 

 

 농부의 아내 감자를 캐고 있었을까 ?

 

 

 

 

 

                                                            

                                                               

                                                        이곳  성내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목동화가 여산 양달석화비를 만나다(모래실에서)

                                                                                     

 

         부자되세요 가난했던 목동화가  양달석의  작품들.

      

 

 

소와 목동

 

 

 

 

소와  아이들

 

 

 

 

성내가 그리운이에게...

 

 

 

 

 

가덕도 , 마을 골목길에서 ...

 

 

 

그러니까

2012년 2월16일(목)

2월의 햇살은 샛바람을 동반하여 더 춥게 느껴졌던게지

섬으로 부는 바람은  단정한 그녀의 커트머리를 온통 헝클어 미친년 널뛰기 하는 모습으로 변했고

우린 마주보며 목젖이 훤히 보이도록  웃었던거야

맛 있는 점심밥도 챙겨 먹지 못한채 시간을 아끼며   가덕도의 낯선동네  골목길을 곰탁곰탁 돌았던 날도 있었지.

이름같은 그녀들이 수다를 떨며 ...

 

 

 

 

 

성내소년과  간호사

굿모닝 메밀꽃을 뿌려 놓은 듯, 눈이 부신 바다의 유혹을 따라 갔던  '가덕도'

 

 

 

오래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어   

 희망의 날개를 꺾인 채  충격과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열네살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자신에게 일어난 불행한 운명의 충격으로 4년동안의 긴시간이 흘러갔지만  

  누구에게도 말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소년에게 누구도 위로가 되지 못했고,  소년의

다쳐버린 마음을 누구도 열지 못했다. 

그런 소년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다가간 간호사가 있었는데 소년은 어느 날

자신의 고통을 함께하던  간호사에게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 날의  벅찬 감동을 수십년이 지난 오늘까기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다는 그녀

그리고 진심으로 소년을 위한 기도를 드렸으며

소년은 아픔을 견뎌내며 어른이 되었고

 훌륭한 사격선수가 되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소설같은,영화같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불러 한자리에서 만났던 날의  맑은 추억하나.

 

 

 

 

 

 

2월은  이렇게 시리고 아름다운 만남에 모진 샛 바람만 부지런히 날라다 주었다.

  짧은 만남 후, 예전처럼  다시 애틋한 그리움속으로

 돌아가버린 두 사람의 가슴시린이야기를 꺼내

 지금도  몸살나게 그리워하고 있을  성내소년과 성내의  그림편지를 담아 기어코 그녀에게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