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내 발자국(일기)

치자꽃 향기, 그리고 문밖에서 기다리는 7월

이바구아지매 2012. 6. 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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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춥다고 베란다 창문을 닫아 놓았다가   오늘은 맑은 공기를 거실로 불러 들이고 싶어

 베란다쪽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순간, 확 달려드는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느껴진다. 

 오랫동안 익숙하게  길들여진 꽃내음, 맡으면  기분 좋아지는  치자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6층 높이를  

날아 올라    며칠간의  우울했던 내마음을  눈치챈듯  살짝 어루만져 주니  금방  기분이 상쾌해진다.

 

 

 

 

 

 

 

 

 

 

재래종 치자꽃

여섯장의 꽃잎이 멀찌감치서 보면 별을 닮은듯 예쁘다.

 

 

 

 

 

 

 

                                                                 개량종 치자꽃

 

 기어코  집을 나서  향기의 진원지를  찾아가니 아파트 앞 뜰의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려는듯한

   치자꽃의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의  매력에 그만 푹 빠져버렸다.

 

 

 

 

 

 

 

 향기가 나지 않았더라면 개량종 동백꽃과 흰장미꽃을   닮아 

 치자꽃인줄 금방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을지도 모른다.

 

 

 

 

 

 

 

 

 이웃으로 사는  아파트사람들은

치자꽃이 피는 계절이면 고혹적인 향기에 마음을  뺏기고도  치자꽃을 심은 일은

참 잘한 일이라며  입을 모은다.

 

 

 

 

 

 

 

 

 

 

 

 

 

한동안 접시꽃 당신이 아파트 경비실앞에서  빨갛게 노래하더니  이번에는

치자꽃이 취할듯한 향기를 선물한다.

 

예전에는   

    치자열매로  우려 낸 물과  밀가루를  적당하게 섞어

 반죽하여 생선이나 전에  입혀  노랗게 구워   제삿상에 올려

제사를 지내기도 했었다.

  찬물에 치자열매 몇알을 까  넣으면 점점 노오랗게 변해가는 물빛이 신기하여

한참동안 고개 내밀어 들여 다 보곤 했던...

 

 

 

 

 

 

 

 

 

 

 

 

 

 

봉긋한 꽃망울은  7월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서  향기를 옴팡지게  퍼뜨리겠다.

 

 

 

 

 

 

 

 

 

 

 

빨려들듯 고혹적인 치자꽃 향기.

학교에서 돌아 온  가나,

"엄마, 치자꽃 향기가 내 코를 자꾸자꾸  끌어당겨  "

라고 말한다.

 

 

 

 

 

 

 

 

 

 

 

좋은향기를 마시고 느낄 수 있다면 이건  분명 행복이다.

 

 

 

 

 

 

 

 

 

문 밖에서 기다리는 7월, 

 

베란다 밖에서 신나게  울타리를 타고 노닥거리는   치자꽃, 

한동안 기분좋은 숨쉬기를 하게 되었으니  이 아니 즐거운가

진한 향기가  긴 호흡속으로 빨려 들어 와  마음을 훔치는 향기도둑이 되어도 너그럽게 용서하리라.

 

 

내 심장을 훔치는 어여쁜 도둑 하나  이계절에 키워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