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산동네 행촌동에 작지만 소박하고 아름다운 내 어릴적 집이 있었다.
우리집 뒷집...담쟁이 덩쿨이 멋지게 퍼져나간 2층집보다
아버지가 마당 한 구석에 빨간벽돌로 경계선을 만들고 가꾸어 놓은
예쁜 화단이 있는 우리집이 나는 너무 좋았다.
5월이면 담넘어 장미넝쿨이 붉은 정열을 태우고
아침이면 귀에 쩡쩡 나팔소리 울려대던 나팔꽃이 활짝 피던 곳..
키 작은 채송화와 키가 큰 다알리아가 어울려 친구 하던 곳..
나팔꽃 닮은 분꽃이 매일매일 꽃을 피워내던 곳...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던 그 화단이 오늘 몹시도 그리웁다...
콩알만한 분꽃 씨앗을 걷어들이면서 내년 봄에 심을 생각에
가슴 부풀곤 했던 어린 시절이 참으로 그리웁다..
아버지....
내게 있어 아버지는 그리움이고 사랑이고 보고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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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친정아버지가 태국여행 갔다온 이야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말씀도 어눌하시고 정신도 왔다갔다 하시는 아버지에게
아가에게 얘기를 하듯이 태국여행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가게에 나갈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 이시간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아버지와의 정다운 대화입니다.
"아버지...
태국에 가보니깐..우리나라는 전봇대가 동그란 기둥이잖아요?
그런데 거긴 네모예요..
왜그런지 아세요?"
"글쎄..모르겠다.."
"아버지...그곳엔 예전엔 뱀이 많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뱀이 타고 올라가지 못하게 그렇게 했대요..."
"태국에 가니 너와 비슷하지 않더냐?"
나의 조상이 월남 왕족인지라 아버지가 그리 생각을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버지..그렇지 않았어..
거기 사람들..피부가 검었어..
난 피부가 하야찮아?
파타야라는 해변이 있는데 거기서 어떤 남자가 내 팔에 자기 팔을 갖다 대면서
내 피부가 참 하얗고 곱다고 했어..."
"그래? 너 기분이 좋았겠구나..."
"그럼..아버지 기분이 좋았지...
태국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것이 하얀피부라고 하네...."
"태국이 덥더냐?"
"아니..아버지...
태국 하나도 안더웠어...
오히려 홍콩이 더웠어.....태국은 그늘에서는 시원했어..."
한참을 들으시던 울 아버지..
"다음엔 네 엄마도 구경시켜 드려라~
비용이 얼마나 드냐?"
"몰라..아버지....
그렇게 엄마 생각했으면 젊은 시절에 엄마에게 잘하지 그랬어.....ㅠ.ㅠ
그리고 아버지가 건강하실때 함께 여행했으면 좋았잖아...
그런데 아버지 돈 있어?"
"그럼..있지?
내가 줄테니..엄마 구경시켜 드려라..."
"알았어...아버지......"
"은화야...보고 싶다..언제 올련?"
" 아부지...곧 갈께...나도 아부지 보고싶어"
" 나 죽기 전에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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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에 아버지가 유언을 하셨다고 합니다.
쓰러지시고 나서 그렇게 삶에 애착을 가지시던 분이
이젠 스스로 포기를 하셨나 보네요...
앞으로 일주일 후에 돌아가시겠다고 하네요...
아버지와 가장 친하게 지냈던 딸...셋째딸...
그러면서도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는 못난 딸....
오늘밤.....분꽃을 보면서 아버지가 무지 그립습니다.
내 사랑~~~ 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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