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흔적만이 남아 있는 내 유년의 놀이터인... 연초지서... 지금은 세월의 무상함과
노인들의 기억속에, 혹은 나의 기억속에 상처뿐인 할퀴고 간 잔인한 이야기가
갑자기 고개 들고 꾸역꾸역 토악질을 해 댄다.
오랫만에 친정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작심하고 엄마한테 물었다.
"어무이, 김영삼전대통령 어머니를 누가 죽였소?."
하고 뜬금 없는 물음을 던졌다.
"종열이아이가?"
"종열이? 그 사람은 성자네 삼촌?"
"그래... 말도 마라. 영새미어무이 죽던 날 어지러버라.아이고 무시라."
"누가시켰소 뭣 땜에 ..."
"윤 뱅유이가 안 시킷나. 중길네집알제?"
"야. 윤병윤아저씨가요?"
'그렇다.
'윤치구는 군에서 가지고 온 총을 갖고 있었고."
"엄마, 참 무섭네요."
" 그 날 일은 지금도 살기가 안 도나."
"좀 더 상세하게 해 보소"
" 난 이 정섭이가 대통령어무이를 총으로 쏴 죽인 줄 알았다아이요."
"어데 정섭이는 순사를 쏴 죽이고 종렬이는 이랫다안쿠나. 총을 들이대고 대통령어무이한테
돈이랑 좋은 것들을 내 놓으라쿵께. 니가 종렬이아이가 니가 와이라노?"
"사실 성자삼촌이 대통령어무이를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름을 부르니 도둑질에다 엄청난 일을
벌려 놓은께 이라나저라나 잡히모 죽을꺼 입을 막는 게 사는 길이다 싶었는기라."
"엄마, 이이야기는 몇 번이나 들어도 살이 떨리요."
"와 내 기억이 살아 있는 날까지는 이 일을 우찌 잊겠노"
우리집앞에 있던 연초지서는 그 때 무진장 살벌했다.
운병윤아저씨는 건너마을에 사는 사람으로 일본에 가서 공부하고 온 지식인으로 우리 남한사회를
부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공산주의 사상에 따르는 젊은이를 모아 지서 몇 개를 털어서 총을 훔치고
도둑질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교사범이었다.
그리고 북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 일에 연류된 젊은이들이 총살당하고 지금도 감옥생활을 하는 아저씨도 계신다.
그들의 사상은 공산주의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무섭고 엄청난 사건을 저질렀다
당시에 '김영삼'대통령댁은 멸치어장을 하고 있었고 부자였다.
우리동네는 연초면 죽토리로 (대바늘)이라고 부른다.
우리 작은 마을엔 몇십가호뿐이었는데도 아버지를 비롯하여 일본에 가서 공부하고 오신 지식인이 몇 분이나 계셨다.
내가 자란 작은 마을의 몇 분은 일본의 와세다대학에 유학하신 분들이 건재한 그런 마을이었다.
오늘은 이정도로 듣고 짬 내어서 다시 찾아와서 남은 이야기를 엄마한테 들어야지...
또 옛날로 돌아 간 느낌이다. ... 작은 마을에서 일어 난 역사적인 사건 하나를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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