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뱃길...

갈색머리 소녀를 추억하며...

이바구아지매 2006. 12. 28. 13:19

 

 

오늘 겨울바람이 너무 매섭다.

 

아이들을 데리고 치과에 가려고 옥수동 시장쪽으로 가고 있었다.

 

 하얀파카를 입고,  갈색머리에  하얀피부의  이국소녀가  손을 호호 불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 갈색머리의 소녀는 초, 중학교 때 친했던 소녀와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다.

 

 

손 정미...

 

 내 친구이름이다.

 

중학교 때 단짝 친구였다.

 

하얀피부, 갈색머리. 갈색눈동자  영낙없는 외국아이였다.

 

정미네집은 바로 이웃동네 임전마을(깨박골)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가족사는 외삼촌은 미국여자랑 결혼 해서 미국에 살고 계셨고

 

정미의오빠, 언니는 중학교를 졸업 한 후 미국으로 갔다.

 

정미도 그럴 가는성이 많은 아이였는데

 

어느 날 내가 물었다.

 

"정미야, 너도 졸업하면 미국에 가니?"

 

"아니, 안 갈거야. 가기 싫어"

 

정미는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

 

정미는  만화속에 나오는 공주그림을 똑같이 그려서 친구들에게도 나눠 주었는데

 

나는 정미의 그림 그리는 손이 내손이었으면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중2때 나는 난생 처음으로 외박이란 걸 해 보았다.

 

정미네집에서 잠을 자고 학교로 간 적이 있엇다.

 

그 날 정미와 나는 밤을 꼬박 세웠다.

 

"명숙아, 이거 너 가질래."

 

하면서 준 것을 조가비들이 가지런히 실에 꿰어진 목걸이였다.

 

"우리 아부지가 남양배를 타시는데 갖고 오신 거야. 너 가져 그리고 우리 영원히 친한 친구가 되자."

 

그랬다.

 

"진짜루 우정 변치 않기다."

 

그 날 밤이 지난 후로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시간은  점점 흘러 중3학년도 거의  끝나가고    고등학교로 진학 할 시기가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졸업이 가까워진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던져서 정미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 오늘은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한가지 조사를 하겠다. 솔직하도록"

 

우리들은 대강 짐작을 했다.

 

그래서인지 평소와는 달리 숙연해졌다.

 

" 우리반 친구들중에 상급학교로 진학 할 사람들은 손을 다 들어보도록..."

 

우리는 손을 높이 쳐들면서 우리 주위를 힐끔거리며 돌아보았다.

 

그 때 내 뒤에 앉았던 정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않는다는 표시를 그렇게 하고 있었다.

 

순간 내 마음이 허전해왔다.

 

정미가 왜 고등학교에 가지 못할까?

 

내가 정미네집에 갔을 땐 우리집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른 친구 몇몇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는데 그 친구들은 나와는 무관해 보였고

 

정미는 나랑 친했으니 내 마음이 허허로웠다.

 

그 날 이후에 내 느낌으로는 정미가 별말이 없이 조용히 혼자다니고 있었다는 생각이든다.

 

지금에사 생각 해 보니 갈 길이  다르다는 생각에 거리를 두는 것 같았다.

 

어정쩡한 관계로 우리는 졸업을 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어느 날 고현 우체국에 갈 일이 생겨서 교복을 입고  갔더니

 

우체국에 정미가 있었다. 나와는 달리 사복을  입은 정미는 꽤나 어른스러웠는데

 

우리는 서로 반가우면서도 이상하게 어색한 모습으로 헤어졌다.

 

 

세월은 많이 흘러서 내가 결혼을 했고 서울에 살 때였다.

 

어느 날 미국에서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편지를 보니 오래 전에 헤어진 정미였다.

 

편지엔 사진 한 장도 들어 있어 나를 더욱 놀라게 했다.

 

햄버그를 많이 먹어서인지 뚱뚱한 몸매였고 간호사가 되었다고 했고

 

결혼은 하지 않았고 출근을 하는데도 하늘로 하는데 비행기로2시간30분탄다고 햇다.

 

시간이 나면 피아노를 즐겨 치는데 '엘리제를 위하여.' 로망스' 이런  것들을 피아노로 치며

 

고향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 후로 몇 번인가 더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내 생각엔 나의 잘못으로 편지가 끊겨버린 것 같다.

 

오늘 시장에서 본 이국소녀의 모습으로 정미가 떠오른다.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가끔 지나간 추억을 하다보면 으례히 정미가 떠오른다.

 

결혼은 했겠지???

 

아이도 한 둘 있겠지?

 

남편은 한국인일까 외국인일까?

 

여러가지 궁금하다.

 

요즘은 인터넷 덕택에 미국사는 다른 친구소식도 그리고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도 실시간으로 연락을 하

 

고 사는데 정미랑은 소식이 끊긴채다.

 

보고 싶다.

 

이제 만나면 내 기억의고리가 끈기지 않는 한 우정을 나누고 싶다.

 

 

정미야, 보고 싶다. 난 또다시 고향에 와서 살고 있단다.

 

혹 내가 생각나면 다음으로 들어 와 그리고 연초중학교18회동기회를 치면 내가 늘 있단다.

 

나의 닉네임은 '빨강머리 앤' 이란다.  꼭 만나는 날이, 아니면 연락이라도 되었으면 너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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