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머무는 시간 어김없이 아리랑TV를 켰다.
신랑은 집에만 오면 다른 방송은 못틀게 하고 오로지 영어로만 생활한다.
첨엔 참 재미없었는데 그 생활도 오래오래 하니 나쁠 것 없다.
오늘 아리랑TV에서는 며칠 뒤에 극장가에 상영 될 영화...'허브'를
소개했다.
'허브' 내용을 잘은 모르지만 스무살처녀가 정신연령은7살로 모자라는 바보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바보지만 청순하고 세상에 때묻지 않은 고운맘을 잘 표현한 것 같다.
사랑이란 표현도 나오는 것 같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웰컴투 동막골' 에서도 머리에 꽃을 달고 연기를 아주 잘 했던
강헤정이가 스무살바보처녀로 나온다.
열연 할 것이 기대 된다.
꼭 한 번 봐야지...
강헤정은 배우다. 예쁜 모습으로 연기하는 것은 바보라도 이쁘기만 하겠지???
내가 자란 고향마을에도 완이네 누나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내 유년의 뜰에는 항상 완이네 누나가 등장한다.
우리는 완이네 누나를 이렇게 불렀다.
"바보자야'
그 바보자야의 기억은 꼭 사진관에 가서 사진사가 명암판으로 불 펀쩍이며 박아 준
흑백사진처럼 내 머리에 박혀 있다.
완이네 누나 이름은' 봉자' 국민학교3학년 어느 봄 날 우리담임 선생님께서 자야를 데려다가
맨 뒷자리에 완이랑 앉혔다.
우리반친구들은 꼭 벌레를 보듯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책상과 걸상을 앞으로앞으로만 당겼다.
자야는 많이 모자라서 지금으로 보면 특수학교에 가야 할 정도였는데 그 당시엔 그냥 일반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면서 학교생활을 아주 쬐끔 했었다.
그 때도 우리지역엔 애광원이 있었다.
특수학교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었다.
지금엔 애광원이 특수장애아들이 교육을 받도록 복지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엔 교육시설로 그리 인정을 받기보단 고아원에 가까웠다.
지금쯤 완이누나가 있었다면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까???
완이누나가 14~5살이 되었던가?
그 때 사춘기를 겪었다.
참으로 힘든 모습이었다.
덩치는 커서 우리보다 훨신 큰 키였고 가슴이 봉긋봉긋해 진 모습이 눈에 뛸 정도였는데
완이누나에게 '이성'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상은 우리동네 면에 근무하던 '종목이오빠'로 그 오빠만 보면
완이누나는 이렇게 외쳤다.
" 나 좋아. 좀모가 좋아 ' 빠구리' 하고 싶어 좀모야 나랑 하자"
이랬다.
동네 아지매들은
"저년이 동네총각 혼사길 마쿨라쿠네?"
"우짜것노 지도 사람이라꼬 남정네가 그리번갑다. 불쌍타 엥가이 몰아쳐라."
이렇게 마음 아파하는 아지매도 있었다.
학교는 우리교실에 얼굴 내민 적이 일주일?
불쌍한 완이누나는 그래도 우리마을 윤혜선선생님 덕택에 학교에도 가 봣네.
그놈의 사춘기는 완이누나를 갈구었다. 마음의 키는 하나도 안자랐는데...
참 슬픈 일이었다.
그래도 종목이오빠는 바보자야의 행동을 빙그레 웃음으로 받아 주었다.
너그러운 오빠였다.
모자라는 사람은 한마디로 자연인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람모양을 한 들꽃이었다.
종목이오빠는 그런 자야가 불쌍한 것을 알았다.
동네아지매들은 그런 종목이오빠한테 농담도 건넸다.
"아이고 부러버라 우짜모 동네방네 좋타꼬 외고 댕기샀는 사람도 다 있노.
우찌 한 본 생각없나???"
우리동네 아지매중에서 농담깨나 하는 아지매가 서넛 있었다.
'살춤'이라는 소리도 이 아지매들한테 들었다.
몇 년 동안 완이누나는 사랑병으로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생리까지 감당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동네아지매들은 바지속에다 천뭉치를 넣어주기도 했다.
훗 날 완이네를 풍비박살 낸 삼장수여편네가 완이누나를 차에 태워 가다가 어디선가
내려 놓고 왔다는 말이 돌았다.
버린 것이다.
우리는 어느 날부터는 완이누나의
"좀모야, 빠구리하자."
란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외치고 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오늘 아침 '허브'란 영화를 소개하니 우리동네 완이누나가 눈 앞에 선다.
애처로운 모습으로~~~ 갈구하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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